‘진짜 여름’ 아직 안왔다? 장마전선은 왜 남쪽에서 맴돌까
장마철, 건강히 지내시는지요. 특히 남부지방에 계시는 독자 여러분, 안전히 지내시는지요. 하늘이 뚫린 듯 비가 온 지역이 많아 안부를 여쭙습니다. 특히 남해안 일대와 영동 지방에 계시는 분들은, 이번 장마가 지날 때까지 각별히 유의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 장맛비가 내린 12일 우산을 쓰고 걷는 부산 시민들의 모습. 부산에는 이달 들어 400mm 가까운 폭우가 내렸습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
여름 집중호우는 해가 갈수록 국지적으로 퍼붓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도 비슷합니다. 남해안과 영동 지방을 중심으로 큰 비가 내렸습니다. 전남 광양에는 7월 13일 하루에만 116.5mm나 비가 내려 7월 하루 강수량 기준 2011년 7월 9일(357.5mm)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같은 날 121.6mm 폭우가 쏟아진 경북 영덕 역시 역대 7월 하루 강수량 2위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이 지역 하루 최다 강수량 기록은 1975년 7월 6일(139.2mm)이었으니 45년 사이 가장 거센 비가 내린 겁니다.
![]() 13일 내린 거센 장맛비로 하천 수위가 불어나면서 물에 잠긴 부산 연제구 온천천 시민공원의 모습.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
특히 올해 장마전선은 남부지방에서 쉽사리 올라오질 못하고 있다 보니 주로 남부지방에 많은 비와 큰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이번 달 들어 거제에는 총 400mm가 넘는 비가 내려 올해 7월 1~14일 사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부산, 통영 등 경남 남해안에 큰 비가 집중됐고, 광양, 순창 등 호남에도 경남에 버금가는 양의 장대비가 퍼부었습니다. 남부지방에 큰 비를 내린 장마전선은 일본에는 더 혹독한 비를 퍼붓기도 했습니다.
![]() 이달 초 일본 구마모토현에 내린 엄청난 폭우로 완전히 잠긴 도시에서 구조대원들이 수재민을 구조하는 모습. 이 지역에는 한 시간에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뉴시스 |
반면 중부지방, 특히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비가 매우 적게 왔습니다. 전국에 많은 비가 온 7월 13일 서울에는 47.6mm밖에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하루 강수량으로 절대 적은 양은 아니지만 남해안에 내린 비의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7월 들어 서울에는 강수량 65.9mm가 기록됐는데, 이 역시 부산 등 남해안 지역에서 13일 하루에 내린 비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됩니다.
![]() 올해 7월 1~15일 사이 전국 주요 지역에 내린 강수량(mm). 중부지방과 남부지방, 영동과 영서 등의 지역별 편차가 큰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료: 기상청 |
중부지방과 남부지방 강수량 차이가 이처럼 큰 이유는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올라오지 못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북쪽으로 크기가 작은 저기압과 고기압이 좁은 방 안에 풍선으로 가득 찬 것처럼 켜켜이 쌓여 있어 장마전선이 당최 북쪽으로 올라가지를 못 하고 있습니다.
![]() 15일 오전의 우리나라 5km 상공 일기도. 촘촘하게 자리잡은 저기압 사이로 차가운 공기가 강하게 내려와 장마전선을 누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자료: 기상청 |
그리고 그 작은 고기압과 저기압 틈새로 찬바람이 파고듭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나라,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방은 7월답지 않은 7월 기온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6, 2018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위가 덜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7월 1~15일 사이 일 평균기온은 1도, 최고기온은 무려 2도나 낮습니다.
![]() 2019년과 올해의 7월 1~15일 평균기온과 최고기온 비교. 올해 7월은 지난해에 비해 1~2도 낮아 덜 덥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료: 기상청 |
장마전선이 남부지방에 머무르고 있다는 의미는, 아직 ‘진짜 여름’이 오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무더위를 몰고 찾아오는 진짜 ‘한여름’은 북태평양의 뜨겁고 눅눅한 공기가 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밀어붙이면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 7월 17일부터 26일까지 기온 전망. 낮 기온도 30도를 크게 넘지 않고, 밤에는 22도 정도로 선선한 날씨가 유지될 전망입니다. 20일부터는 전국에 장맛비가 예보돼 있습니다. 자료: 기상청 |
다만 앞으로도 최소 다음주까지는 장마전선이 우리나라까지 계속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던 ‘풍선같은’ 기압 배치가 쉽게 흘러가지 못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고기압과 저기압이 켜켜이 쌓인 모습은 중국 서쪽부터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넓은 공간에 복잡한 일기도가 그려지면, 기압계를 흐르게 만드는 편서풍이 구불구불해지면서 동쪽으로 기압계를 밀어내기 어렵게 만듭니다. 또 우리나라 북동쪽, 그러니까 사할린 상공부터 시작돼 캄차카반도를 지나 알류산열도까지 뻗어있는 커다란 저기압도 기압계의 흐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 15일 오전 북반구 전체 5km 상공 일기도. 크게 복잡하지 않은 영국에 비해 유라시아 대륙의 기압 배치가 매우 복잡한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기상청은 다음주 주말인 25일 경까지 장마전선이 우리나라에 더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만큼 ‘덜 더운 여름’도 이번달 하순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평소보다 더웠던 6월, 평소보다 덜 더운 7월을 보내고 나면 8월을 ‘무탈하게’ 보낼 수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이 됩니다. 다만 기상청은 2016, 2018년 맹렬한 더위를 만들었던 ‘열돔’ 징조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장마철과 뒤이어 따라올 무더위, 독자여러분 모두 건강한 여름 보내시길 ‘날飛’가 기원하겠습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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