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데이터화하고 과학기술로 개성 살려…30년 만에 AI로 컴백한 日가수
일본의 대표적인 국민 가수로 불리는 여가수 고(故) 미소라 히바리(美空ひばり)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 만에 AI(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무덤에서 깨어났다. 미소리 히바리는 1950~1960년대 큰 인기를 얻으며 쇼와(昭和·히로히토·재위 1926~1989년)시대를 대표하는 스타로 불렸다.
지난 달 31일 방영된 NHK의 연말 음악 방송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戰)’에서 미소리 히바리는 AI 기술을 통해 무대에 등장, 신곡 ‘그 때부터’를 열창했다. 30년 전 세상을 떠난 추억의 가수가 컴컴한 무대 위로 걸어나오자 몇몇 관객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동안 후배 가수가 세상을 떠난 가수의 생전 영상을 합성해 듀엣을 부른 경우는 있지만 고인이 미발표곡을 부르며 ‘컴백’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이날 홍백가합전에서 부른 신곡은 최근 CD로 발매됐다.
‘미소라 히바리 부활 프로젝트’는 지난해 9월 처음 공개됐다. NHK 방송국을 비롯해 악기 제조 기업 야마하, ‘미소라 히바리 프로덕션’ 등이 참여했으며 연구 기간만 약 1년이 걸렸다. 구체적인 구현 방식은 알려지지 았았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생전에 그가 남긴 음원과 그의 장남이 소장하고 있던 육성 테이프 등을 통해 미소라 히바리의 음성을 데이터화 했다. 이후 ‘보컬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 기술(보컬로이드)’을 가진 야마하가 그의 목소리를 100분의 1초 단위로 분해, AI에게 딥러닝(심층학습)을 시켰다. 주최 측은 단순히 음만 이어서는 가수 특유의 개성을 담아낼 수 없어 음색, 비브라토 등 총 4개의 AI를 가동시켰다고 밝혔다.
무대 위 동작은 후배 가수인 덴도 요시미(天童よしみ)의 손짓과 동작을 디지털로 기록했고 의상 디자인은 생전 미소라 히바리의 옷을 만들었던 모리 하나에(森英惠) 씨에게 의뢰하는 등 마치 실제 가수가 신곡을 준비하듯 작업을 진행했다.
인터넷에서는 그의 팬 뿐 아니라 젊은층도 “돌아가신 부모님, 가족 등이 생각난다”며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신곡 가사를 쓴 작가 겸 음악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秋元康) 씨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과학은 인간의 꿈이나 소망에 기적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