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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최초로 진에어 화물 전용기 탑승해보니… [단독/떴다떴다 변비행]

10월 24일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B777-200ER 항공기 1대가 방콕을 향해 이륙했습니다. 이 비행기는 무늬는 여객기였지만, 승객은 단 한명도 없었죠. 이 날부터 이 항공기는 화물기로, 더 정확한 용어로는 화물전용여객기(화물전용기)로 운영되었기 때문입니다


화물전용기는 말 그대로 화물만 실어 나르기 위해 여객기를 개조한 겁니다. 진에어는 10월 초부터 B777-200ER 여객기 총 4대 중 1대를 완전 개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총 393석 중에 78석은 남기고 후면 315석을 모두 떼어낸 뒤,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안전 설비를 장착했습니다. 안전 운항 능력 검증을 위한 기술 평가 등을 모두 거쳐서 운항 승인을 획득했죠.


지난달 16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국내 언론사 최초로 진에어의 B777-200ER 화물 전용기에 탑승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진에어 화물전용기의 외관은 여객기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보통 화물기들은 창문이 없는데요, B777-200ER 화물전용기는 떼어낸 좌석만 다시 넣으면 여객기로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여객기 모습을 그대로 갖추고 있었습니다. 승무원들이 음식과 각종 서비스를 준비하는 ‘갤리’도 그대로 있었습니다.


화물기는 화물기 전용 터미널이 따로 있는데요, 진에어의 화물전용기는 원래 여객기다보니 화물 작업과 출발을 여객 터미널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날도 취재진은 화물 터미널이 아니라 인천국제공항 제 1 여객터미널 주기장에서 진에어의 B777-200ER 화물전용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달라진 건 좌석들입니다. 항공기 앞부분(Compartment A 부분)에는 78개 좌석을 남겨뒀습니다. 그 이유는 좌석에 화물을 싣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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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 위에는 검정색 천으로 된 ‘카고시트백(Cargo Seat Bag)’을 장착해 놨습니다.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일종의 가방인데요, 발화 및 화염 확산 등 화재로부터 화물을 보호할 수 있는 특별 기능을 인증 받아 진에어가 특별 제작한 가방입니다. 이 가방에 최대 68kg의 물건을 담아 좌석에 단단하게 고정을 시킨 뒤 화물 운송을 하는 겁니다. 카고 시트백을 안전하게 고정해주는 스트랩(일종의 안전벨트)은 일반 항공기의 안전벨트보다 2.27배 강하다고 합니다.


하이라이트는 항공기 중간에서 뒷 부분 까지입니다. CFL(Cabin Floor Loading) 운송을 할 수 있는 장소인데요. 여객기 좌석을 다 떼어낸 뒤 항공기 바닥에 화물을 적재해서 운송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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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좌석을 떼어낸다고 끝이 아닙니다. 이후에 항공기 제작사 보잉의 매뉴얼에 따라 화물을 싣고 고정할 수 있는 구역인 ‘클러스터’에 화물을 쌓습니다. 이후에 화물 고정을 위해 그물로 1차 고정을 한 뒤, 스트랩 5개를 이용해 화물을 다시 한번 고정시킵니다. 스트랩으로 고정시키는 방법도 ‘가로로 2회, 세로로 3회 스트랩으로 고정하라’ 는 식으로 매뉴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감시자가 있어야 합니다. 기내에는 2명의 객실안전관리자와 1명의 화물안전 관리자가탑승합니다. 이들은 운항 중 교대로 화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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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전용기는 화물을 싣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화물기가 아니다 보니 승객들이 탑승하는 문으로 작업자 분들이 손수 화물을 날라야 합니다.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하나하나 화물을 실어 날라야 하는 거죠. 화물기들은 큰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조종석 쪽 앞 코가 열리게 설계를 하거나 문도 큼지막하게 해놨지만, 화물 전용기는 태생이 여객기다 보니 문이 좁습니다. 여객기의 경우엔 승객들이 탑승해서 좌석을 가는 공간이 그리 넓지 않습니다. 사람 1~2명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너비입니다. 그 말은 큰 화물을 싣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화물도 항공기 꼬리 날개 쪽 문을 통해서만 나르고 있었습니다. 조종석과 가까이 있는 문으로 화물을 나르다가, 자칫 조종석 부분에 부딪히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화물을 모두 싣는데 기본 3~4시간은 걸린다고 합니다. 여객기에도 동체 하단부 전체를 화물칸으로 운영하는 ‘벨리 카고(Belly Cargo)’에 화물 탑재가 가능한데요. 진에어의 이번 개조를 통해서 기존 보다 약 10t 이 추가된 25t의 화물 탑재가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B777-200ER 항공기는 미국 까지도 날아갈 수 있는 항속 거리를 자랑합니다. 국내 다른 LCC들의 주력 기종은 B737, A321 등 동남아 정도 밖에 못가는 단거리 기종들입니다. 진에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장거리 노선에도 취항 가능한 B777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멈춰버린 항공기를 화물기로 전환하자는 발상의 전환을 한 겁니다. 다른 LCC의 경우엔 보유 기종이 단거리 기종들이고, 덩치도 크지 않아서 화물을 많이 싣지 못합니다. 즉, 화물 전용기로 전환하는 비용과 이득을 비교했을 때 “수익이 난다”는 확신을 하지 못하는 것이죠. 반면 B777은 덩치도 크고, 화물도 많이 실을 수 있고, 무엇 보다 멀리 날 수가 있으니 다양한 도시와 국가로 노선 운영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이 덕분에 10월 31일, 진에어의 B777-200ER 화물전용기가 국내 LCC 역사상 처음으로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제품 등 전자 부품 약 23t을 싣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도착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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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에어는 B777-200ER 항공기 총 4대를 운영 중인데요, 이 중 3대는 시장 상황에 맞춰 화물칸과 카고시트백을 활용한 화물 및 여객 수송에 병행 투입할 계획입니다. 이날 만나본 화물 전용기 1대는 화물 수요가 풍부한 노선 중심으로 운영하는 등 기재 운용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입니다.


코로나19 이후에 항공기 공급이 대폭 줄다보니 항공 운임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그래서 화물기를 운용하고 있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기 운영을 극대화해서 깜짝 실적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LCC들은 화물기가 없다보니 화물 운임 인상 효과를 그저 바라보고 있어야 했죠. 유일하게 대형 여객기를 보유하고 있던 진에어는 화물 전용기로의 전환을 통해 화물 사업을 강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른 LCC들이 가지지 못한 강점을 십분 활용해 작게나마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이겨내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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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마치고 진에어의 화물 전용기를 바라보고 있자니, 먹먹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항공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앞이 안 보이는 어둠의 터널을 걷고 있습니다. 화물 사업이 그나마 가뭄의 단비 역할을 하고 있죠. 불과 얼마 전까지 승객을 태우고 다녔던 항공기가 화물을 싣고 다닐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만선이 항구로 들어왔으면 하는 심정이랄까요? 화물기에도 화물이 가득 가득 실리길 바랄 뿐입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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