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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단지’ 모시듯…코로나 백신 운송 대작전 [떴다떴다 변비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백신이 곧 국내로 들어옵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만들어진 코로나19 백신은 어떤 과정을 거치서 국내로 들어오며, 백신 운송에 있어서 중요한 점을 무엇일까요?

신주단지 모시듯!

먼저 백신이 들어오게 되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백신이 생산 공장에서 만들어지면, 백신은 보통 생산 공장 내 냉동 또는 냉장창고에 보관됩니다. 이후 백신 운송 지시기 떨어지면 냉동(또는 냉장) 및 보안 장치가 설치돼 있는 특수 운송 차량에 실려 공항이나 접종 센터로 이동을 하게 됩니다. 공항에 도착한 백신은 곧 바로 항공기로 옮겨지거나, 항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냉동/냉장보관 창고, 특수 장소 등에서 보관 되다가 항공기 스케쥴에 따라 항공기에 적재를 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백신이 생산 공장에서 만들어지면, 백신을 제약사에서 만든 백신 포장재 또는 특수 포장재에 넣습니다. 이 백신 포장재는 보통 내포장재와 외포장재 등으로 구성이 됩니다.


화이자 백신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화이자 백신을 내포장재에 넣고 1차로 드라이아이스를 넣어 백신이 최적의 상태로 유지될 수 있는 온도(화이자는 -70℃)에 맞춥니다. 그 이후 2차로 내포장재를 외포장재로 한 번 더 포장합니다. 외포장재에도 온도 유지를 위해 드라이아이스를 넣습니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엔 1차 내포장재에 11kg의 드라이아이스를 넣고, 2차 외포장재에 12kg의 드라이아이스를 넣습니다. 즉 백신 상자 1개의 무게가 약 23kg이 되는 것이죠. 화이자 기준으로 백신 1상자에는 약 5000dose, 2500명이 맞을 수 있는 분량의 백신이 담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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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화이자 백신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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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포장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포장재 안에 ‘로그’라는 장치를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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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기록(로그) 및 위치기록(GPS)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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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는 백신 이동 과정에서 온도가 어떻게 유지됐는지 등을 기록해주는 장치입니다. 이동 과정에서 적정 온도를 계속 유지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GPS 장치도 넣어서 백신의 위치도 추적을 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실링 작업을 합니다. 실링은 상자가 뜯어졌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포장 방법입니다. 이렇게 포장재에 포장된 백신을 항공기로 운송할 땐, 그냥 상자만 옮길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특수 컨테이너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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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파손 여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실링.

백신 운송을 위한 특수 컨테이너

특수 컨테이너에는 크게 액티브 컨테이너와 패시브 컨테이너가 있습니다. 액티브 컨테이너는 전기충전 방식으로 특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컨테이너입니다. 약 -20℃에서 +30℃ 까지 온도 조절이 가능합니다. 전기 충전 방식으로 최대 100시간 까지 작동을 합니다. 2℃~8℃ 사이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백신의 경우 액티브 컨테이너를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패시브 컨테이너는 -25℃ 까지 내릴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25℃ 이하로 보관해야 하는 백신을 옮기기에 적당한 컨테이너인데요. 패시브 컨테이너 안에는 특수 냉매제가 있어서 온도를 더 낮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화이자 백신의 경우엔 -70℃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존하는 컨테이너 중 컨테이너 기능만으로 -70℃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컨테이너는 없습니다. 그래서 화이자 백신의 경우 자체 제작된 포장재 외에 패시브 컨테이너를 사용해 운반하려면, 드라이아이스를 대량으로 넣어 -70℃ 까지 온도를 떨어뜨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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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70도를 유지할 수 있는 특수컨테이너.

제약사와 항공사 등의 판단에 따라 백신 운송 과정에 드라이아이스를 쓸지, 컨테이너를 쓸지 결정 됩니다. 그 만큼 백신 운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온도 유지’ 이기 때문입니다. 백신은 특성상 온도에 매우 민감합니다. 백신의 온도 유지에 실패하면 백신이 변질 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독일 몇몇 도시에서는 백신 운송 및 보관 과정에서 온도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백신 전략을 폐기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백신 온도를 맞춰라! …콜드체인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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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백신 운송 사진

전 세계에서 유통되고 있는 백신들은 백신 종류에 따라 적정 온도가 전부 다릅니다. 코로나 백신 중 화이자 백신은 -80℃~ -60℃(평균 -70℃), 모더나 백신은 -20℃, 존슨앤존슨 백신/ 아스트라제네카/ 중국 백신(시노백,시노팜,칸시노)은 -10℃~8℃(평균 2~8℃),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 백신은 -20℃가 최적의 이동 및 보관 온도입니다.


물론 2~8℃에서도 일정 기간 보관을 해도 되지만,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이 짧습니다. 자칫 온도 조절에 실패한다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백신은 운송과 보관을 최적의 온도해서 해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백신을 운송하는 항공사와 운송 업체들은 백신 보관 및 운송위한 특수 장비를 모두 갖춰야 합니다. 우리는 이런 초저온 유통망 인프라를 ‘콜드체인’ 이라고 부릅니다. 백신을 확보하는 것만큼이나 콜드체인을 갖춰야 안전한 백신 접종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죠. 항공사 입장에서는 백신을 수입 또는 수출하는 과정에서 항공기 외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 이런 골드체인 인프라입니다. 이에 항공사들은 콜드체인 구축을 위해서 백신을 보관하는 창고, 보관에 필요한 컨테이너 인프라 구축(컨테이너 및 컨테이너 충전 설비 등), 아울러 백신을 항공기에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 싣기 위한 노하우 등을 반드시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한국의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은 이미 이런 콜드체인 인프라를 제대로 갖춘 항공사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의약품 수송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발급한 의약품 항공운송 품질 인증 ‘CEIV Pharma’를 보유한 항공사와 물류업체만 가능한데요.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은 이미 2019년 CEIV Pharma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CEIV Pharma를 보유한 항공사는 전 세계에 18곳뿐입니다.


항공사 창고에 보관돼 있던 백신이 항공기로 옮겨지는 과정도 매우 중요합니다. 백신이 실려 있는 팔레트(항공 화물을 싣는 일종의 판) 또는 컨테이너를 옮길 때는 시속 5㎞~10㎞로 천천히 움직여야 합니다. 특히 코로나 백신의 경우엔 가장 늦게 화물기에 실립니다. 그 이유는 항공기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내려서 보급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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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에서 내린 백신이 각 접종 센터 또는 의료 기관으로 움직일 때는 특수 차량에 실리게 됩니다. 특수 차량은 냉장·냉동 장치를 갖춰야 합니다. 백신이 필요로 하는 온도를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코로나 백신은 이동을 할 때 대부분 국가들에서 군이 수송통제 및 관리를 위해 개입 합니다. 즉 군대가 코로나 백신을 호위 하는 것이죠. 참고로 미국은 대장(4스타)이 백신 운송 보안 및 경호를 총 지휘하기도 했죠.


이처럼 백신 생산에서 포장, 보관, 운송에 이르는 절차는 매우 치밀하게 진행돼야 합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이 되지 않습니다. 코로나 백신 운송이 문제가 생기는 건, 운송사나 항공사 뿐 아니라 그 국가의 명성에도 치명적입니다. 실수한 전력이 있는 업체에 제약 회사가 앞으로 물건을 믿고 맡길 수 있을까요?


안전한 백신 운송과 보급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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