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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잔해속에 12년전 잃어버린 모친 유품이…

하동 복구지원 군인이 찾아줘

수재민 “시련 이기라는 어머님 뜻”

동아일보

장맛비로 침수된 경남 하동군에서 복구 지원에 나선 육군 39사단 박기수 중사(26·오른쪽)와 수재민 김영철 씨(59·왼쪽)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 중사는 9일 김 씨에게 어머니 유품을 찾아줬다.

“‘지금의 시련을 이겨내라’는 어머니의 뜻으로 알고 희망을 갖겠습니다.”


경남 하동군에서 찻집을 하는 김영철 씨(59)는 12년 전 고이 간직하고 있던 어머니의 유품(사진)을 잃어버렸다. 직접 쓴 손편지와 옛날 지폐, 그리고 사진까지. 김 씨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이었다. 정말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8일 하동군 일대가 폭우로 물에 잠겼고 김 씨가 사는 집과 가게에도 물이 찼다. 다음 날, 육군 39사단 장병들이 김 씨의 집에 지원을 나왔다. 쓰레기 더미를 치우고 집 안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가재도구를 정리하던 중 서재에 있던 박기수 중사(26)가 비닐팩 하나를 발견했다. 편지와 사진을 보고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한 박 중사는 곧바로 김 씨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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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비닐팩을 손에 꼭 쥐고 “단칸방에 가족 8명이 살았을 때 어머니가 힘들게 남겨주신 유품”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참 말을 잇지 못하다 김 씨는 “장사가 안돼 끼니를 굶을 때도 ‘이 돈만은 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울먹였다. 박 중사는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소중한 물건을 찾았다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고 말했다.


12일 기자를 만난 김 씨는 조심스레 비닐팩을 열고는 잠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잠겼다. 아직 편지와 유품은 젖어 있었다. 글자는 번져 있었고 찢어질까 봐 제대로 펼쳐 보지도 못했다. 김 씨는 “편지에 적힌 ‘열심히 또 성실히 살아라’라는 어머니의 마지막 말은 또렷이 생각난다”며 “앞으로 좋은 일 하며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하동=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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