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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낭인’을 아시나요? 파일럿 되는 방법 3가지

떴다떴다 변비행

“비행 낭인을 취재해주세요.”


최근 e메일로 이런 요청을 받았습니다. 비행기 조종사가 되려고 면허를 땄지만, 아직 항공사에 취업을 하지 못한 사람들을 보통 ‘비행 낭인’이라 부릅니다. 짧고 굵은 한 줄의 e메일을 받았을 때 가슴이 아려오는 느낌이었습니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아직 못 다 이룬 누군가의 한 마디였다는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공군 및 공군 학사장교 등을 거쳐 군에서 조종사로 복무하다가 항공사로 이직해 기장이 되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는 항공 관련 학교에 입학하거나, 국내 민간 조종학교에 들어가 조종사 면허를 따는 방법도 있죠. 마지막으로 해외 조종학교에 들어가 조종사 면허를 따고서 항공사에 취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세계 민간 조종사들의 평균 연봉은 약 1억5000만 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항공사 기장들도 연차마다 다르지만, 기본급여와 수당 등을 포함하면 대체로 억대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한 번 기장이 되면 정년이 보장되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조종사가 되기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유입니다.

동아일보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직장을 잘 다니다가 파일럿에 도전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대개 국내외 조종학교에 들어가 일정 기간 교육과 훈련을 거친 뒤 면허를 땁니다. 국내외 교육과정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약 9개월~1년 반의 훈련과 교육을 거쳐야 비로소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기간이 더 걸릴 수도 있겠지요.


조종사가 되기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보통 교육비와 체류비, 생활비 등을 포함해 약 1억6000만~2억 원이 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막대한 비용까지 들여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정입니다.


더 큰 문제는 면허를 딴다고 곧 바로 항공사에 들어간다는 보장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처음엔 부기장으로 항공사에 입사해야 하는데요. 국내에서 부기장은 사실상 포화 상태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한때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많이 생기고 한국 기장 부기장들이 중국 항공사 등으로 이직을 많이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는 부기장이 부족해 난리였죠.


그런데 이제는 LCC의 성장이 어느 정도 정체기에 도입했습니다. 중국으로 갔던 기장들도 계약 만료나 텃새 등의 이유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상황이 됐습니다. 한 예로 특정 LCC의 경우 기장의 나이가 40대 언저리입니다. 기장이 60세가 넘어 정년을 맞이해 은퇴를 해야 신규 기장 수요가 생기는 구조에서 젊은 기장들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기장 및 부기장들이 유입될 유인이 적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아닙니다만 한해 사업용 면허를 가진 기장이 국내에서만 약 500~600명 이 배출된다고 합니다. 이중 국내 항공사로 취업하는 사람은 약 100~200명입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내년이나 그 이후를 기약하거나 동남아 항공사 취업문을 두드리고 있죠. 50~120석 규모의 소형기 시장이 발달한 동남아 등으로 가서 비행경력을 쌓은 뒤 다시 한국 항공사 취업에 도전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조종사가 고연봉을 보장하는 직장인 것은 변함없지만 그만큼 취업의 문이 좁아지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비행낭인’들을 취재해 달라는 e메일을 받은 배경일 수도 있겠죠. 안타까운 것은 기자가 비행낭인 문제를 보도하고 알릴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뭔가를 해결해주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조종사 수요가 늘어나려면 비행기를 타려는 수요가 늘어나 항공사들이 비행기를 늘려야 합니다. 하지만 근래에 경제가 위축되고 국민들의 여행비 지출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에 항공업계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죠. 채용만 봐도 근래 항공사들의 객실승무원과 일반직 공채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올해 2분기(4~6월)부터 국내 모든 항공사들은 영업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항공업계가 어렵다는 것은 신규 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언제 좋아질 거라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상황입니다.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을 가지신 분들에게는 유난히 추운 겨울일 수 있습니다. 직장을 그만 두고 조종사를 도전하는 지인에게 “힘들 수도 있는데 괜찮겠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알지. 그런데 하늘을 나는 것이 꿈인데, 어떻게 해?”라고 답하더군요. 저도 항공 출입 기사로서 현재의 상황이 안타깝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항공업계가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다시 한 번 비상하는 날이 도래했으면 좋겠습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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