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열어주는 보물섬… 제주와 전라의 매력을 품다
여행|추자도
추자도의 명소 중 하나인 나바론 절벽. 이곳은 낚시꾼들이 영화 ‘나바론의 요새’에 나오는 절벽과 비슷하다고 해서 나바론이란 이름을 붙였다. 나바론 절벽을 통과하는 길을 주민들은 하늘길이라고 한다. 아찔한 절벽 위를 걷다 보면 하늘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
추자도(楸子島). 널리 알려진 섬은 아니다. 제주도와 한반도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제주특별자치도에 속하지만 거리는 뭍에서 더 가깝다. 제주도에서는 45km, 전남 해남에서는 35km 떨어져 있다. 이런 위치 때문에 조선시대부터 전라도와 제주도에 번갈아 속해 있었다. 1946년부터 계속 제주도에 속해 있다.
이 덕에 추자도는 제주도와 전라도의 두 매력을 모두 품고 있다. “생활 방식은 전라도식이에요. 먹는 것도 남도식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런데 생각하는 건 제주도식이죠. 병원이나 물건을 사러 갈 때나 직장 구하러 갈 때는 제주로 가요.” 한 추자도 토박이 주민의 말이다.
추자도의 매력 중 하나는 저마다 개성이 다른 주위의 섬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추자도는 ‘바람이 허락한 섬’이라 불린다. 무인도였던 추자도에 마을이 처음 들어선 것은 고려시대 때로 알려져 있다. 그 옛날 뱃길로 제주와 육지를 오가다 바람이 심하면 바람을 피해 가기 위해 기다리는 섬이라고 해서 ‘후풍도(候風島·순풍을 기다리는 섬)’라 불렸다.
현재 추자도를 오가는 배편은 두 편이 있지만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결항이 종종 있다. “추자도 여행을 계획했다가 결항 때문에 숙박을 취소하거나 섬에 발이 묶이는 경우가 많아요. 365일 중 200일 정도만 배가 다닙니다. 주민들은 날씨 영향을 덜 받는 큰 배의 증편을 원하고 있죠.” 추자도 민박집 주인이 한숨을 섞어 들려준 이야기다.
등대전망대에서 바라본 상추자도의 추자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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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추자면 추자도는 상추자도와 하추자도, 추포도, 횡간도 등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를 묶어 부르는 말이다.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합한 해안선이 22.8km에 불과할 정도로 큰 섬들은 아니다. 이 두 섬에 약 12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 지동원 선수의 고향이 추포도다.
덜 알려진 탓에 연간 80만 명 이상 찾는 제주도의 우도에 비해 추자도는 지난해 약 6만 명이 찾았을 뿐이다. 덜 알려졌을 뿐 추자도는 숨은 매력이 많다. 먹을거리 볼거리가 많아 아는 사람들은 ‘보물섬’이라고 부른다.
추자도에도 올레길이 있다. 모두 17.7km에 이르는 추자도 올레길을 다 둘러보는 데는 짧게는 6시간, 길게는 8시간이 걸린다. 올레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추자도의 명소를 만날 수 있다. 오르막 내리막이 많아 제주도 올레길보다는 조금 더 힘든 편이다. 추자도 주위의 부속 섬들을 눈에 담으며 사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온전히 올레길을 즐기기 위해서는 하룻밤 묵어가는 일정으로 여행 계획을 짜는 것이 좋다.
시간이 빠듯해 모두 볼 수 없다면 상추자도의 남서쪽 해안절벽 코스만이라도 꼭 걸어 보자. 이 코스는 ‘나바론 하늘길’로 불린다. 낚시꾼들이 영화 ‘나바론의 요새’(1961년)에 나왔던 절벽처럼 험하다고 해서 나바론이란 이름을 붙였다. 거의 직각에 가까운 절벽이 바다와 어울려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후포해안보다는 등대전망대에서 출발하는 것이 조금 수월하다. 등대전망대에서는 하추자도와 상추자도의 아름다운 모습을 오롯이 담을 수 있으니 꼭 올라가 볼 것을 추천한다.
추자도판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다무래미. |
다무래미도 꼭 방문해야 할 장소 중 하나다. 한마디로 추자도판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다. 바로 붙어 있는 봉골레산에서 내려오면 하루 두 번의 썰물 때 바닷길을 통해 건너갈 수 있다. 낚시꾼들에게는 손꼽히는 낚시 명소이기도 하다. 또 바다색이 유독 짙은 다무래미에서의 낙조는 놓치기 힘든 풍경을 선사한다.
추자도는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한 황사영과 제주 관노로 유배된 정난주 마리아 부부의 아들 황경한이 묻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정난주는 이곳에서 두 살배기 아들 황경한을 평생 죄인으로 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예초리 해변의 바위에 놓고 떠났다. 이를 추자도 주민이 발견해 키웠다고 전해진다. 황경한은 추자도에서 평생을 살다 신양리에서 잠들었다. 천주교 111번째 성지순례지로 전국 각지의 천주교 신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용둠벙 해넘이와 돈대산 해맞이도 놓치지 말자. 42개의 섬 위로 떨어지고 떠오르는 해는 추자도가 주는 선물이다. 용이 살던 연못이라는 뜻의 용둠벙은 수평선 위로 지는 해를 방해물 없이 볼 수 있고, 해맞이길이 조성된 일출명소 돈대산 정상에서는 하추자도 마을의 정경을 즐길 수 있다.
세대 포인트
- 연인·신혼부부 : 자연풍광 감상은 물론 추자초등학교와 영흥리 벽화골목 등에서 인증샷 찍기에도 좋다.
- 중장년층 : 올레길을 모두 둘러보는 것보다는 마음에 드는 코스 몇 개를 골라 걸어보자.
- 어린이가 있는 가족 : 후릿그물 체험과 가족낚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여행 정보
- 가는 법
- 해남 우수영여객선터미널: 오후 2시 반 출발, 오후 4시 도착(3만3000원)
- 완도여객터미널: 오전 8시 출발, 오전 10시 도착(2만3050원)
- 제주항 국제여객선터미널(6부두): 오후 1시 45분 출발, 오후 3시 15분 도착(1만150원)
- 제주여객터미널(2부두): 오전 9시 반 출발, 오전 10시 반 도착(1만3400원)
- 돌아오는 법
- 상추자 : 오전 11시 출발, 낮 12시 30분 해남 도착(3만1500원) / 오후 4시 반 출발, 오후 5시 반 제주 2부두 도착(1만1900원)
- 하추자 : 오전 10시 반 출발, 낮 12시 제주 6부두 도착(8650원) / 오후 3시 45분출발, 오후 5시 45분 완도 도착(2만1550원)
- 여객선 팁
- 휴항일: 상추자(퀸스타 2호) 매월 2, 4째주 수요일, 하추자(레드펄호) 매월 1, 3째주 수요일
- 이것만은 꼭: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날씨에 따라 휴항을 하는 경우가 있어 터미널에 가기 전 운항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 추자도 마을순환버스
- 코스: 대서리∼영흥리∼묵리∼신양2리∼신양1리∼예초리
- 운행 시간: 오전 7시 20분∼오후 8시 30분(1시간 간격)
- 요금: 1000원(성인)
- 주변맛집
- 제일식당: 계절 따라 삼치, 쥐치 등 활어회는 물론이고 쥐치 매운탕, 맑은탕, 홍합탕 등 전라도식으로 맛을 낸 국물도 일품이다. 삼치젓국은 꼭 먹어보자. 가격은 계절에 따라 변동이 있으니 미리 확인이 필요하다. 제주 제주시 추자면 추자로 16-2.
- 민박밥상: 추자도만의 밥상을 맛보려면 민박집에서 차리는 한 상을 먹어 보는 것도 좋다. 가격은 민박마다 다르지만 1만 원 이하에서 맛볼 수 있다. 추자도에서 자란 재료로 만든 갓김치와 파김치는 꼭 먹어보자.
- 여행 팁
- 여행자 센터: 2018년 9월 추자도 여행객을 위한 쉼터 겸 정보 제공을 위해 열었다. 상추자 대서리의 추자면사무소 바로 옆에 있다. 지도와 가이드북이 있고, 휴대전화 충전도 가능하다.
- 렌터카: 추자도는 걸어서 돌아다니기는 큰 섬이다. 마을버스도 좋지만 여객터미널 근처에서 자전거와 스쿠터를 렌트해 돌아다니는 것도 좋다.
- 숙소: 민박과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육지와 비교하면 열악한 편이지만 하룻밤 지내기는 문제없다. 대부분 상추자도에 몰려 있다.
- 감성+
- 책: ‘섬’(장 그르니에). 섬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일깨운다 (동아일보 문화부 추천).
- 음악: ‘헤브리디스 서곡’(멘델스존). 작곡가가 스코틀랜드 바다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이 서곡은 유유히 넘실대는 파도, 격렬한 풍랑, 평온한 전망과 우수 등 남해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풍경과 경험을 아우른다(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추천).
- 영화: ‘나바론의 요새’(J 리 톰프슨 감독). 영화의 배경인 절벽과 추자도 나바론 절벽을 비교해 볼 수 있다(동아일보 문화부 추천).
- 추천코스
- 당일치기: 최영장군 사당∼봉골레산∼다무래미∼후포해안∼나바론절벽길∼등대전망대∼영흥리 벽화골목 등 마을 골목길 탐방
- 1박 2일: 당일치기 코스+대왕산∼신양리 마을길∼돈대산∼몽돌해변∼황경한의 묘∼예초리 기정길
추자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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