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의 가치
[이은화의 미술시간]〈113〉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1503∼1519년. |
모나리자를 팔라고? 루브르의 상징인 그 그림을? 전 세계가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지금, 프랑스에서는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모나리자를 팔아 메우자는 의견이 나와 논쟁이 되고 있다. 왜 하필 모나리자일까? 도대체 이 그림의 가치가 얼마나 되기에? 판매는 과연 실현 가능한 일일까?
이런 발칙한 제안을 한 건 프랑스의 기업가 스테판 디스탱앵. 그는 가치가 높고 판매와 이동이 용이한 국가 자산인 모나리자를 최대한 높은 가격에 매각해 파산 직전에 놓인 프랑스 문화예술계를 지원할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많은 그림들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한마디로 이탈리아 고전 명화 한 점을 처분해 미래의 프랑스 문화예술에 투자해야 한다는 거다. 실제로도 루브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주요 회화 5점과 드로잉 22점을 가지고 있고, 전체 소장품 수는 약 50만 점에 이른다. 또한 가상현실(VR)로 모나리자를 감상하는 기술도 구축해 놓았다.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건 그가 제안한 그림값. 500억 유로로 우리 돈 67조 원이 넘는다. 2017년 약 5000억 원에 낙찰돼 세계 최고가를 경신했던 다빈치의 또 다른 작품 ‘구세주(살바토르 문디)’보다 133배 더 비싸고, 같은 해 루브르가 든 작품의 보험가액 8억 달러보다 67배 더 많다. 진위가 불분명한 ‘구세주’보다 다빈치의 최고 걸작으로 인정받는 ‘모나리자’가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야겠지만 이건 현실의 가격이 아니라 희망사항으로 봐야 한다.
물론 프랑스가 모나리자를 파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해마다 오직 이 그림 하나를 보기 위해 800만 명이 루브르를 찾아오는데, 그 경제적 가치를 어찌 포기할 수 있을까. 좀 줄기야 하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을 보기 위한 행렬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하지 않을까. 북새통을 이루는 전시실에서 잠깐밖에 볼 수 없는 유리벽 너머 작은 초상화에 다소 실망하더라도.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