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BMW에 치인 ‘검사의 꿈’
추석연휴 20대 운전자 인도 돌진… 군복무 명문대생 덮쳐 의식불명
피해자 친구들 “엄벌” 靑청원
지난달 25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중태에 빠진 윤창호 씨. 사고가 나기 전 건강한 모습으로 공원에서 운동기구를 사용하고 있다. 윤창호 씨측 제공 |
“전역하면 꼭 파티를 하자고 했어요. 다음 휴가 때는 국밥도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부산 해운대구 미포오거리에서 만취한 BMW 운전자의 차에 치여 사경을 헤매고 있는 윤창호 씨(22)의 친구 이소연 씨(22·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윤창호 씨(뒷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절친한 친구들과 함께 연말을 맞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윤창호 씨측 제공 |
윤 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건 지난달 25일 오전 2시 25분경이었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받아 고향 부산을 찾은 윤 씨는 친구를 만나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고 귀가하는 중이었다. 그때 박모 씨(26)가 몰던 BMW 승용차가 비틀거리며 빠른 속도로 미포오거리에 진입했다. 박 씨의 차는 회전 구간에서 중심을 못 잡고 그대로 인도로 돌진해 윤 씨를 치었다. 당시 박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34%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더욱이 사고 지점은 바로 옆 3m 아래에 주차장이 있는 구조였다. 충돌 충격으로 윤 씨는 15m가량 날아가 주차장으로 떨어졌다. 윤 씨는 뇌가 심각하게 손상돼 뇌사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상태다. 경찰은 사고 운전자 박 씨가 입원한 병원을 두 차례 방문해 조사했다.
가해 BMW 차량이 인도를 가로질러 담벼락에 부딪힌 모습. 윤 씨와 친구는 담벼락 아래로 추락했다. 윤창호 씨측 제공 |
윤 씨는 검사를 꿈꾸던 고려대 행정학과 재학생이었다. “짧은 인생이지만 정의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눈을 반짝이던 친구였다고 한다. 넉 달 남은 전역을 손꼽아 기다린 평범한 청년이기도 했다. 이 씨는 본보 통화에서 “창호가 전역하면 서울에 자취방을 구해서 파티를 하기로 했어요. 친구들 다 같이 여행도 가자고 약속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씨와 친구들은 2일 ‘음주운전 처벌 형량을 높여 달라’는 청와대 청원을 올렸다. 하루 만에 7만 명이 동참했다. 지난해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439명이다. 음주운전 3회 이상 적발 비율은 전체 단속 건수 중 19.1%로 매년 상승하는 추세다.
이 씨는 “음주운전은 도로 위 살인행위인데 집행유예 판결이 높다고 한다”며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하는 음주운전특별법을 만들어 창호가 ‘정의로운 사회’에 기여한 것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