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벤츠 역주행’ 가해자, 5개월만에 구속
1명 사망-1명 혼수상태 빠뜨린 20대, 첫번째 영장 기각… 재청구 끝 수감
피해자 가족 “사과 한 번 없어… 착잡”
음주운전 처벌강화 ‘윤창호법’ 탄력
5월 30일 경기 용인시 영동고속도로에서 음주운전으로 역주행 충돌사고를 일으킨 벤츠 차량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서져 있다. 이 사고로 마주오던 택시에 탑승했던 승객 김모 씨(38)가 숨지고, 택시기사 조모 씨(54)가 중상을 입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제공 |
영동고속도로에서 만취 상태로 역주행해 1명을 사망케 하고 1명을 혼수상태에 빠뜨린 20대 남성 운전자가 검찰의 영장 재청구로 구속됐다. 사고가 발생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송길대)는 18일 이른바 ‘벤츠 역주행 사고’의 운전자 노모 씨(27)를 구속했다. 노 씨의 구속 여부를 심사한 수원지법 박병규 영장전담판사는 “사안이 중대하고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노 씨는 경기 수원구치소에 수감됐다.
노 씨는 올 5월 영동고속도로에서 자신의 벤츠 차량을 타고 가다 역주행해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택시 승객 김모 씨(38)가 사망하고 택시운전사 조모 씨(54)는 중상을 입어 혼수상태에 빠졌다. 당시 노 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176%였다.
노 씨에 대한 영장 청구는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첫 번째 영장 청구 당시 법원은 노 씨가 제출한 의사소견서 등을 근거로 “피해 사실과 사안의 중대성은 인정되나 피의자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구속의 상당성이 떨어진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수원지검 형사3부는 노 씨의 진료기록 등을 확보해 의료자문위원회에 자문하는 등 노 씨의 상태를 주시해 왔다. 최근 자문위에서 ‘노 씨가 수감생활을 하는 데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답변을 받고 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노 씨가 조사를 받으러 왔을 때 목발을 짚기는 했지만 거동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상황 등을 제시하며 기존 기각 사유가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재판부에 설명했다”고 했다.
노 씨가 구속되긴 했지만 아직도 사과를 하지 않은 노 씨의 태도에 피해자 가족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택시 운전사 조 씨는 여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다. 당시 택시에 탔다가 사망한 승객의 아버지 김모 씨(64)는 “죄는 너무나도 밉지만 젊은 사람이 구속됐다 하니 한편으로는 또 착잡하더라”면서도 “가해자나 그 가족이 우리에게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음주운전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케 할 경우 살인죄를 적용하는 내용의 ‘윤창호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이 법은 최근 부산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중상을 입은 20대 군인 윤창호 씨의 이름을 딴 법이다. 하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국회는 음주운전의 살인성을 알면서도 처벌 강화에 합의를 못 해 안타까운 피해를 수없이 방조해 왔다”고 지적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