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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by 동아일보

디지털 허수아비, 음파로 새 쫓고… 농약 살포 드론, 배터리 알아서 교체

[2024 A Farm Show-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국내 첫 ‘AI 접목’ 디지털 농업단지

축구장 76배 넓이… 올 6월 문열어

자동 배수조절-드론 농약살포 등… 하우스 넘어 노지 스마트농업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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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시 ‘첨단 무인 자동화 농업생산 시범단지’에서 관계자가 ‘디지털 허수아비’의 작동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나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9일 전남 나주시의 ‘첨단 무인 인공지능(AI) 농업관제센터’. 컴퓨터 화면 속 버튼을 누르자 관제센터 바로 옆 스테이션에 놓여 있던 농약 살포용 드론이 ‘위이잉’ 소리를 내며 자동으로 배터리를 교체하기 시작했다. 드론은 2분도 안 돼 배터리를 교체하더니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관제센터 관계자는 “기존의 농약 살포용 드론은 15분만 지나도 배터리가 금방 닳아 사람이 일일이 갈아줘야 했다”며 “이번에 개발된 드론은 배터리를 자동으로 교체하고 관제센터에서 원격 조종이 가능해 훨씬 편리하다”고 말했다.


관제센터는 ‘첨단 무인 자동화 농업 생산 시범단지’ 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올 6월 문을 연 시범단지는 국내 최초로 AI 기술을 접목해 운영되는 디지털 농업 단지다. 규모는 축구장 76배 넓이인 54.3ha로, 정부와 지자체가 스마트 농업 모델을 만들기 위해 2020년부터 400억 원을 투입해 만들었다.


시범단지에 조성된 논에는 ‘디지털 허수아비’도 설치돼 있었다. 새들이 기피하는 음파를 내보내거나 레이저를 쏴서 실제 볏짚으로 만든 허수아비처럼 논에 날아드는 새를 쫓는다. 시범단지 관계자는 “거리 100m, 각도 180도 내에 있는 유해 조류는 모두 인식해 쫓을 수 있다”며 “새들이 음파나 레이저를 인식하는 패턴도 AI를 통해 학습하며 데이터를 계속해서 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논밭의 배수관로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도 않았는데 물이 들어가고 빠졌다. 관제센터에서 AI를 통해 자유자재로 물 공급을 조절하는 것이었다. 밭 위의 트랙터는 운전석이 텅 빈 채로 밭을 갈았다. 남아 있는 연료, 엔진 온도 등 트랙터 상태는 관제센터의 컴퓨터에 표시되고, 작업 위치만 정해주면 자동으로 트랙터가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스마트 농업 대부분은 온도, 습도 등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시설하우스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붕 등으로 덮이지 않은 야외 논밭인 노지에선 스마트 농업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범단지는 노지에서도 스마트 농업을 할 수 있게 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올해 시범단지에서 데이터를 쌓아 안정성을 확보하고 내년부턴 기술 고도화를 통해 농가에 기술을 보급하는 등 노지 스마트 농업을 본격적으로 운영해 나갈 예정이다. 전남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나주 시범단지를 노지 스마트 농업의 ‘1세대 모델’로 생각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이곳의 첨단 기술들을 농가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주=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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