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공황장애…조기 진단으로 심신 힐링해야
[김종석의 굿샷 라이프]
과호흡 박지수 농구대표팀 하차
스트레스, 지나친 부담감 시달려
코로나 19에도 20대 늘어나
라이프 스타일 개선 중요
한국 여자농구의 간판 센터 박지수(KB스타즈). 박지수는 공황장애 초기 증세로 대표팀에서 물러났다. 신원건 기자 raputa@donga.com |
최근 공황장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 등 유명인들이 자신의 힘든 사연을 공개하면서 동병상련의 분위기가 커지는 추세이기도 하다.
공황장애는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공포가 주된 증상이다.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공황발작, 예기불안, 회피행동이 함께 나타나면 공황장애가 있다고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가슴답답함, 호흡곤란, 어지러움증, 두통, 심장 두근거림 등의 신체증상이 갑자기 그리고 극심하게 나타나는 증상을 공황발작이라고 부른다. 이런 증상이 재발하다 보면 ‘또 그런 증상이 생기면 어쩌나?’하는 예기 불안이 생기면서 ‘비행기 타기가 두려워서 피하고 싶다’ ‘지하철을 못 탄다’와 같은 회피 행동이 동반된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공황장애로 진료를 받고 있는 국민이 2014년 9만3000명에서 2020년 19만6066명으로 6년간 110% 증가했다. 백명재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공황장애 평생 유병률은 1-4%에 이를 정도로 정신질환 중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이전인 2014년부터 2018년까지 20대 진료인원이 매년 24.5%로 폭증하는 등 젊은층의 공황장애 진료 접근성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는 게 백 교수의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진료과의 진료인원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서도 2020년 공황장애 진료인원은 19년에 비해 한 해 동안 6.7%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황장애 초기 증세로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에서 하차한 간판센터 박지수(24). WKBL 제공 |
최근 한국 여자농구의 간판 센터 박지수(24)는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국가대표팀에서 물러났다. 과호홉 증세로 정밀 진단을 받은 뒤 공황장애 초기라는 결과를 들은 박지수는 전문의와 심리치료코치 등과 치료를 받고 있다. 농구 선수 출신 아버지 박상관 씨는 “아직 사람 많은 장소는 힘들어 한다. 하지만 집에만 있으면 더 안 좋다고 해 엄마와 수시로 쇼핑, 외식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196㎝의 주전 센터로 지난 4월 여자프로농구에서 KB스타즈를 통합챔피언으로 이끈 그는 국제무대에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했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 진출하기도 했다.
겉으론 화려한 경력을 쌓았지만 ‘속앓이’를 토로하기도 했다. 유망주로 일찍부터 지나친 주목을 받으면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일부 팬의 악성 댓글 때문에 우울증 초기 증세를 겪기도 했다. 한 농구인은 “박지수는 강한 승부욕을 갖고 있다. 그저 열심히 할 뿐인데 근거 없는 비방 등을 들을 때가 있어 힘들어 했다”며 “WNBA에 갔을 때도 고생하며 배우고 돌아왔는데 ‘쉬러 갔느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전했다.
공황장애도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70~90% 환자는 상당히 호전돼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공황장애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활성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는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세로토닌은 ‘안전하다’라는 느낌을 주는 물질인데 부족하게 되면서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이 발생한다. 김 원장은 “공황장애의 주된 치료 약제도 세로토닌의 활성도를 조절하는 약물”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약물치료와 함께 심리치료가 중요하다”며 환자가 공황장애에 대해 많이 알수록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몸과 마음을 함께 다스려야 좋으며 근육의 강화와 이완에 효과적인 필라테스를 권했다. 매일 요가 20분을 하면 불안감이 완화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카페인과 알코올은 공황장애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커피와 술을 제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2021-2022 여자프로농구에서 KB스타즈를 정상으로 이끈 박지수. 동아일보 DB |
코칭심리전문가인 정그린 그린코칭 솔루션 대표는 ”민감한 사람들은 주변의 환경에 의해 자극되기도 하기 때문에 술, 담배, 식습관, 수면 패턴, 조명등 환경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심신의 안정을 취하기 위한 방법을 많이 사용해 보는 것을 권한다. 영양가 있는 음식, 명상, 숙면을 위한 준비, 마음을 가라 앉혀주는 음악과 편안한 분위기의 연출들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연예인의 경우 미디어에 노출되기 때문에 공황장애가 더 빈번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며 ”연예인이라는 직업 특성으로 공황발작이 빈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공황발작이 촉발되는 요인은 심리적 압박이나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 수시로 노출되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나 신체적 피로 누적이다. 심리적 압박뿐만 아니라 몸이 피곤해도 공황 발생 위험이 커진다. 뿐만 아니라 불규칙적인 생활 리듬, 수면 부족도 흔한 촉발 요인 중에 하나다. 밤을 새우거나,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는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공황발작이 촉발될 수 있다.
김원장은 ”스트레스를 풀고, 산책을 하고, 이완이 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수면 리듬을 규칙적으로 유지하고 무엇보다 피로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심리적으로 ‘참겠다, 이겨내겠다’라고 하는 것보다 개인의 삶을 잘 돌보는 것이 더 중요하고 효과적인 예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공황증상은 실제로 위험한, 몸이 나빠진 신호가 아니라 이렇게 살면 나중에 실제 몸이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알람’신호“라며 ”지금부터라도 몸과 마음 관리를 해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공황장애로 오랫동안 고생하다가 증상이 매우 고착화된 상태에서 정신겅강의학과를 방문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공황장애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증상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그만큼 치료 효과도 좋고 빨리 치유될 수 있다. 첫 단추를 빨리 제대로 끼우는 게 중요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