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트렌드]by 동아일보

구석기 식단, 19억 몸 관리…39세 득점 ‘킹’ 제임스

39년 만에 압둘자바 3만8387점 돌파

불혹 앞둔 나이에도 평균 30점 득점력

조던을 뛰어넘는 GOAT(역대 최고) 찬사

‘저탄수화물·고지방 ’ 팔레오 다이어트 9㎏ 감량

전담 트레이너, 영양사, 치료사 고용

동아일보

39세 르브론 제임스가 39년 해묵은 NBA 최다 득점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강도 높은 근력운동과 식단관리로 4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전성기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 출처 제임스 인스타그램

‘킹’ 르브론 제임스(39·LA 레이커스)는 며칠 전 미국프로농구(NBA)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 치우는 괴력을 발휘했다.


카림 압둘자바(76)가 1984년 수립했던 종전 1위 기록인 통산 3만8387점을 39년 만에 넘어서 3만8390점을 기록했다. 2003년 NBA 데뷔 후 20시즌 만에 세운 거대한 이정표다. 앞으로 제임스는 점수를 올릴 때마다 그동안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득점 레코드를 새롭게 작성하게 된다.


제임스는 21세 때인 2005~2006시즌 역대 최연소로 평균 30점 돌파의 기록을 세웠다. 39세인 이번 시즌에도 그는 역대 최고령으로 평균 30점 고지에 올라 경기당 평균 30.2점을 넣고 있다. 세월을 거스르고 있다는 평가다.

동아일보

NBA 통산 득점 1위에 해당하는 3만8390점이 적힌 메모를 들어 보이고 있는 르브론 제임스. 사진 출처 제임스 인스타그램

압둘자바는 제임스와 같은 39세였던 1985~1986시즌에 평균 23.4점에 머물렀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60)은 33세였던 1995~1996시즌 이후 평균 득점 30점을 넘긴 시즌이 없다. 제임스는 압둘자바, 조던 등 전설을 넘어서는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라는 찬사까지 듣고 있다.


40세를 바라보는 제임스가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 것은 오랜 세월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프와 착지, 빠른 공수 전환, 격렬한 몸싸움, 거친 파울 등이 경기 내내 반복되는 농구 코트에서는 다칠 위험도 크다.

● 체중 증가에 따른 체력 저하, 부상 우려 탈출

동아일보

과거 햄버거 모델로 나섰던 르브론 제임스. 유튜브 캡처

제임스는 20세 전후로 햄버거를 즐겨 먹었다. 맥도날드 광고 모델을 하기도 했다. “NBA 데뷔 첫 몇 년간 맥도날드 음식을 달고 살았다. 하지만 당시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때 내 나이는 18세였기 때문이다.” 제임스가 과거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하지만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제임스는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 30세 때 치른 2014년 파이널 1차전에서 경기 막판 다리에 쥐가 나는 등 체력 저하에 시달렸다. 당시 그는 “큰 몸집 때문에 체력 소모가 심해졌다. 체중 감량이 필요해 졌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늘어난 몸무게는 바로 부상으로 직결될 수 있다. 정상적인 보행에서 무릎 관절에는 체중의 3배 힘이 발생할 수 있다. 달리기할 때 무릎인대(무릎뼈를 덮고 있는 힘줄)에 가해지는 힘은 자신의 체중에 7배까지 달한다고 한다.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압박력은 11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달리기할 때 발목관절에는 부하가 8~11배로 증가한다.

● 32세 때 67일 동안 탄수화물, 설탕, 유제품 섭취 중단

동아일보

단백질 음료를 마시고 있는 르브론 제임스. 사진 출처 제임스 인스타그램

제임스는 32세 때인 2016년 여름 67일 동안 탄수화물, 설탕, 유제품이 함유되지 않은 음식만 접했다. 대신 고기, 생선, 신선한 과일 및 채소를 섭취하는 ‘팔레오 다이어트’를 실천한 것.


구석기 다이어트라고 불리는 팔레오 다이어트는 ‘구석기 시대에는 비만이 없었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먹었던 방식을 반영한 식단이다. 다량의 고기, 과일, 채소, 견과류, 허브차 등을 섭취하며 유제품, 곡물, 정제된 설탕, 청량음료 등은 제한한다. 방목한 고기, 생선 등 최대한 조리를 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식품 섭취를 강조한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와 비슷하다.


팔레오 다이어트의 장점으로는 콜레스테롤 개선, 안정된 혈압, 혈당 조절, 체중 감소 등이 있다. 집중력 향상과 숙면에도 도움을 준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제임스는 30대 후반까지 최고 수준의 플레이를 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팔레오 다이어트에 실천에 옮겼다. 비시즌에도 식단 조절은 계속됐다. 그리스 가족여행에서 호텔 레스토랑으로부터 선물 받은 케이크에 손도 대지 않았다고 한다. 철저한 식단관리를 통해 키 206cm에 120kg 넘게 나가던 체중을 9㎏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 덕분인지 제임스는 33세 때인 2017~2018시즌 처음으로 정규시즌 82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 특정 음식군 제한은 영양소 결핍 초래 우려도

팔레오 다이어트가 큰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정 음식군을 제한함에 따라 단기적으로 체중 감소를 경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영양소 결핍을 초래하고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팔레오 다이어트가 탄수화물에서 전체 필요량의 23%(미국 권장량 45~65%)를 얻는 데 반해 단백질과 지방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유제품 제한은 뼈 건강에 필수적인 칼슘과 비타민D 부족을 초래할 수 있으며 과도한 고기 섭취는 심장 질환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


허수정 차의과대 교수(스포츠의학)는 “효과적인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양질의 음식으로 된 식단과 함께 섭취 에너지보다 소비 에너지가 높게 만들어야 한다. 숫자(체중)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 다이어트 방법, 식습관 등을 오래도록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 주4회 고강도 근력훈련, 9시 수면 원칙 준수

동아일보

코어 근력 등 강화를 위해 엄격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따르고 있는 르브론 제임스. 사진 출처 제임스 인스타그램

식이요법과 함께 주 4회 엄격한 운동 루틴을 따르고 있는 제임스는 트레이너, 마사지 치료사, 요리사 등으로 구성된 전담 지원팀까지 따로 두고 있다.


집에는 NBA 마이애미 히트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훈련장을 본뜬 개인 연습장까지 설치했다. 언제라도 최고의 시설에서 근력과 유연성을 강화하기 위한 트레이닝을 하기 위해서다. 피로 해소를 위해 액체 질소를 사용한 얼음 욕조를 이용하고 있다. 최단시간에 냉찜질이 가능하다. 산소 공급과 혈류 자극을 위한 첨단 장비도 애용한다.



숙면을 강조하는 그는 오후 10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어 9시간을 충분히 잔 뒤 새벽 운동에 나선다. 깜깜한 방에서 침대 근처에 가습기를 놓고 늘 낮잠을 자는 일상도 지키고 있다.

● 현재 최선… 4만점 돌파 등 아무도 넘지 못할 대기록 정조준

동아일보

르브론 제임스(오른쪽)는 카림 압둘자바가 1984년 세운 NBA 통산 득점 1위 기록(3만8387점)을 깨고 새 기록을 작성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압둘자바는 제임스의 기록 달성 직후 진행된 기념행사에서 제임스가 통산 3만8388점째를 기록한 농구공을 직접 건넸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스카이 훅슛으로 유명한 압둘자바는 41세에 은퇴했다. 제임스가 앞으로 5~7년 더 뛰기를 희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40대 중반까지도 유니폼을 입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제임스는 “정확한 숫자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다만 나는 일단 마음만 먹으면 계속 이 수준의 경기력으로 뛸 수 있는 몸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농구는 변하지 않지만, 선수들은 빠르게 변한다. 새로운 선수들은 더 빠르고, 더 크고, 더 강하다. 그들과 맞서 살아남으려면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전무후무할 4만 점 돌파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동아일보

‘현재에 집중하라’라는 문구를 새긴 르브론 제임스 농구화. 사진 출처 닉 디폴라 트위터

대기록 달성 순간 그가 신고 있던 분홍색 나이키 농구화에는 제임스가 작접 써넣은 ‘현재에 집중하라(Stay Present)’라는 문구가 있었다. 하루하루, 오늘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인생 철학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첨단 의학 기술과 트레이닝 기법, 식이요법이 제임스의 땀과 결합하면서 나이는 숫자가 되고 있다.


제임스는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하기 위해 연간 150만 달러(약 19억 원)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에 따르면 제임스의 한 해 수입은 1억212만 달러(약 1537억 원)에 이른다. NBA 선수 최초로 억만장자(달러 기준) 클럽에 가입했다. 20년 동안 농구 선수로 받은 연봉 총액만 최소 5억2890만 달러다. 연간 수입의 1.2% 정도를 건강에 투자하는 셈이다.


제임스와 같은 식단과 운동을 누구나 따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절한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운동선수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몸은 재산이다. 재테크보다 헬스테크가 중요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오늘의 실시간
BEST
donga
채널명
동아일보
소개글
세상을 보는 맑은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