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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학생들 종종 집 드나들어… 아들, 때론 겁에 질린듯 보였다”

‘집단폭행 추락사’ 인천 중학생 엄마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가해 학생들 종종 집 드나들어… 아

“아들의 얼굴을 아무리 확인해도 아직 못 믿겠어요. 아들이 (저를) 계속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서 아직 보내지 못하겠어요.”


13일 인천 연수구의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또래에게 폭행당하던 도중 아래로 떨어져 숨진 A 군(14)의 어머니 B 씨(38)는 엿새가 지나도록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B 씨는 러시아 국적이지만 19일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말로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그는 A 군을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들’로 기억했다. B 씨는 “아들이 나와 함께 있다가 친구들과 만나면 저와 잡고 있던 손을 들어올리며 ‘봐, 우리 엄마야. 예쁘지’라고 말하면서 나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구속된 동창의 소개로 가해자들 알게 돼

A 군은 힘든 내색 없이 학교생활을 잘했다고 한다. 올여름부터 아들이 달라졌다고 B 씨는 전했다. 이때쯤 초등학교 동창인 C 군(14·구속)의 소개로 가해자들을 알게 됐다. 이들은 A 군과 다른 중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이었는데 종종 A 군의 집에 놀러오기도 했다. B 씨는 이들에게 음식을 사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피자를 사주고 보니 애들은 다 먹는데 아들만 한 조각도 안 먹기에 ‘왜 안 먹느냐’고 물었더니 ‘원래 피자 안 좋아해요’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피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이 아니었다.


하루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아들 방을 보니 친구들만 침대에서 자고 있고, 아들은 베개도, 이불도 없이 바닥에서 자고 있었다고 한다. 아들에게 “친구가 맞느냐? 차별하는 것 아니야?”라고 묻자 “아니에요, 엄마. 제 친구들이에요. 요즘 애들은 다 그래”라고 답했다고 한다. 엄마는 A 군이 겁에 질린 것처럼 보였다고 기억했다.


다른 징후도 있었다. A 군은 평소 샤워를 1시간 넘게 해 엄마가 ‘인어공주도 아니고 왜 이렇게 오래 씻느냐’고 타박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씻는 것을 좋아하던 아들이 가해자들에게서 연락이 오면 씻지도 않고, 양치도 하지 않은 채 밖으로 달려 나갔다고 한다. 이들은 거의 매일 연락했다. 때로는 B 씨가 출근한 직후에 시간을 맞춰 비어 있는 A 군의 집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경찰, 상습적인 폭행 여부도 조사

19일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A 군이 C 군과 대화 중 D 군 아버지의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을 C 군이 D 군에게 알렸다. 이들은 13일 오전 2시경 연수구의 한 PC방에서 인터넷게임을 하던 A 군을 인근 공원으로 불러내 2시간 동안 욕설을 하며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렸다. 무릎을 꿇은 채 얻어맞던 A 군이 “살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얼굴에서 피가 흐를 때까지 때리고 전자담배도 빼앗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자 가해자 4명은 이날 오후 5시 20분경 ‘전자담배를 돌려주겠다’며 A 군을 다시 불러내 아파트 옥상으로 끌고 가 마구 때렸다. 경찰은 A 군이 다닌 중학교 동급생을 대상으로 가해자들의 상습적인 폭행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이 A 군의 베이지색 점퍼를 D 군이 입고 있었던 이유를 조사한 결과, 가해자들은 집단 폭행 전인 11일 오후 서로 바꿔 입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A 군은 자신이 입고 있던 점퍼 대신 D 군의 흰색 점퍼를 이날부터 입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경찰은 D 군이 A 군의 점퍼를 강제로 빼앗았을 가능성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D 군이 입고 있던 A 군의 점퍼를 압수해 A 군 어머니에게 돌려줬다. 또 경찰은 이날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된 가해자들에게 A 군의 전자담배 등을 빼앗고 때린 혐의(공동 공갈 및 상해)를 추가로 적용했다.


인천=홍석호 will@donga.com·황금천 기자 / 정다은 채널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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