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아파트 거실에서 TV가 점점 사라지는 이유
대한민국은 1980년 컬러텔레비전이 전국적으로 보급된 이후부터 TV는 신혼부부들에게 필수 혼수가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로 인해 국내 TV시장 역시 급격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이후 벽걸이, 커브 등의 다양한 라인들이 출시되면서 TV의 인기는 나날이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TV가 점점 거실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과연 어떠한 이유로 TV가 사라지고 있는 걸까? 한번 알아보자.
새로운 인테리어 트렌드
‘TV 없는 거실’이라는 트렌드는 자녀가 있는 가구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실제로 TV의 존재를 지운 가정에서는 자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더불어 TV를 ‘여가’의 일부로 여기지 않게 되면서, 독서와 같은 취미 생활에 시간을 쏟는 경우도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후기들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큰 공감을 얻으며 TV 없는 거실을 하나의 트렌드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TV를 안방에 두기 시작한 가정도 많아졌다. 인테리어 시장 규모가 점차 확대되면서, 기존과는 다른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다양하게 제공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거실을 다이닝룸으로 사용하는 등의 시도가 계속되는 중이다. 거실에 있던 TV를 안방으로 이동시키는 것 역시 새로운 시도의 일부다. 그간 거실 한 쪽을 차지했던 TV가 사라지자, 공간 활용도가 더욱 높아져 색다른 인테리어에 도전하기 한결 수월해졌다.
TV가 모습을 감추는 이유로는 육아 환경의 영향도 크다. 2019년 방송사업자가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의 방송은 시청 대상자의 정서 발달과정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건수는 총 51건이었다. 덧붙여 방송통신위원회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이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서 함양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자극적인 방송 프로그램에 노출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 거실에 TV 대신 책장을 두는 가정이 증가하는 추세다.
TV의 대체재 등장
사실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TV의 자리를 위협할 경쟁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넷플릭스, 유튜브 등 OTT 시장의 등장으로 굳건했던 TV의 위상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양질의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빔프로젝터와 프리미엄 음향 장비들을 찾는 소비자도 늘어난다.
특히 기존 TV의 기능을 특화한 홈시어터 제품이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시장 역시 소비자의 관심을 눈치채고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해내면서, 거실에는 하나둘 TV를 대체할 수 있는 기기들로 채워지게 된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은 지난 2019년 프리미엄 음향 기기 매출이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과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된 이후에도 나타났다. 바이러스로 외부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취미를 전문적으로 즐기고자 하는 고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고가의 기기를 향한 수요도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빠르게 늘어나는 1인 가구
1인 가구의 빠른 증가도 TV시장 변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2010년 이후 1인 가구 수가 400만을 돌파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 가구는 총 559만 가구를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전체 가구의 29.8%에 달하는 수준으로, 1인 가구가 국내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가구 유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polaris |
1인 가구의 급성장은 TV시장에 큰 반항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일반 4인 가정과 달리, 1인 가구는 소형 가전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TV 역시 노트북, 태블릿 등으로 교체되었다. 많은 가전 업체들은 이러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소형 가전과 홈시어터 제품들을 출시하며, 1인 가구 사로잡기에 나선다.
실제로 2019년 하반기 국내 소비자 가전 시장은 9조 8540억 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성장했다. 이 중 영상, 음향 가전 분야는 같은 기간 약 8% 성장하며 8,38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한다.
홈퍼니싱 시장의 대표 주자로 손꼽히는 이케아 |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도 TV 없는 거실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들이 많아졌다. 덕분에 집이 주거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면서, 집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꾸미는 ‘홈퍼니싱’이 유행처럼 번져갔다. 이후 오랜 시간 지속된 TV 중심의 거실 환경은 그리너리, 홈시어터 등 기존과 다른 스타일로 변화하게 된다.
물론 TV는 아직까지 가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TV의 대체재로 등장한 홈시어터 제품들이 소음, 발열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소비자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방송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자녀의 만화를 시청하는 데 TV 만큼 적합한 기기도 없다. 이처럼 TV를 대체하는 변화가 생겨났지만 과거부터 이어져 온 TV 사랑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