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에서 쿰쿰한 '냄새' 나는 이유
봄을 지나 여름이 오면 슬슬 자기 역할을 해야 하는 가전제품이 있으니, 바로 이제는 없는 집 세기가 더 쉽다는 에어컨이다. 하지만 지난 여름 이후 먼지를 집어먹은 에어컨을 그대로 틀 수는 없는 법. 많은 사람들은 에어컨을 청소하기 위해 청소업체를 고용하지만, 내 손으로 에어컨을 청소하는 방법은 없을까? 몇 가지 팁을 그대로 실천한다면 청소비로 치킨 몇 마리 더 먹을 수 있으니, 부디 이 글을 자세히 읽어보길 바란다.
에어컨과 청소의 필요성
먼지가 쌓이는 TV도, 오염된 옷을 빠는 세탁기도 아니고, 입 꾹 닫고 있던 에어컨을 굳이 청소를 한다고? 안일한 생각으로 에어컨을 가동한 당신은 곧 끔찍한 냄새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게 된다. 오랜 시간 사용하지 않은 에어컨에서는 쿰쿰한 악취가 나기 때문이다. 왜 하필 에어컨에서 이러한 냄새가 날까?
첫 번째 이유는 바로 곰팡이다. 에어컨 라디에이터나 덕트에 쌓인 먼지는 공기 속의 수분과 결합되며 곰팡이, 냄새 분자가 달라붙게 되는 것이다. 곰팡이는 빵이나 화장실 구석처럼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것들도 있는데, 몸속으로 들어가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나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감염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에어컨의 냉각 구조 때문이다. 에어컨 냉방 중에는 공기가 잘 배출되지만, 송풍을 하거나 실외기가 꺼졌을 때에는 열교환기의 응축수가 증발하고, 그동안 공기 속 냄새 입자가 실내로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니 오랜 시간 작동을 멈춘 에어컨 속에는 냄새 입자가 머물러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에어컨은 주기적으로 청소가 필요한 가전제품이다.
셀프 에어컨 청소와 준비물
에어컨 청소는 청소 전문업체에 맡기는 게 가장 확실하다는 말, 사실이다. 심한 곰팡이 냄새가 나거나, 에어컨 내부에 곰팡이나 얼룩이 있을 경우, 또는 천장에 있는 시스템 에어컨처럼 전문가나 두 사람 이상의 청소 능력이 필요한 제품이라면 순순히 업체에 전화해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반대로 오염의 정도가 심각하지 않거나 평범한 스탠드형 에어컨이라면 얼마든지 도전해볼 수 있다. 흡기구의 먼지를 닦는 것부터 필터 청소, 나아가 열교환기에 낀 불순물을 닦아내는 정도는 직접 하기 어렵지 않다. 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스탠드, 벽걸이형 에어컨이라면 사용자가 직접 필터를 분리하여 세척할 수 있는 구조다.
날씨가 더 더워지기 전에 에어컨 청소를 결심한 당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가전제품을 다룰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바로 감전이다. 따라서 청소는 반드시 에어컨이 꺼진 상태에서 시작해야 하며, 청소 전 플러그를 뽑는 것이 가장 좋다. 그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플라스틱 재질의 덮개를 분리하는 것이다. 커버 주변의 홈을 찾아서 분리하면 되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단 벽걸이형의 경우 나사를 풀어 분리해야 할 수도 있다.
에어컨 청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필터를 빼내는 것이다. 보통 스탠드형 에어컨은 뒷면이나 옆면의 개폐구를 통해 덮개를 분리한 뒤 필터를 빼내는 구조다. 한편 벽걸이형 에어컨은 덮개를 위로 들어 올린 후 아래로 필터를 빼내는 제품이 대다수다. 필터 분리가 쉽지 않다면 설명서를 보는 것이 좋다. 분리한 필터는 부드러운 천으로 먼지를 제거하고, 물로 세척해야 한다. 세척한 필터와 냉각기는 그늘에서 말린다. 햇볕에 말릴 경우 냉각기가 손상될 수 있으니 주의하자. 마지막으로 건조된 필터와 냉각기를 조립하고, 덮개를 씌우면 청소가 끝난다.
에어컨은 그 형태에 따라 구조가 다르며, 따라서 청소하는 방법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스탠드형 에어컨은 열고 닫을 수 있는 형태의 덮개이기 때문에 분리하기 쉽다. 중요한 것은 필터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냉각기를 청소하는 것이다. 냉매제가 흐르는 냉각기는 실내 온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하며, 이슬 때문에 곰팡이가 피기 쉽다. 냉각기의 얼룩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락스에 물을 희석시켜 뿌리고, 잠시 기다린 뒤 30여 분간 에어컨을 약풍으로 가동시키는 것이 좋다.
벽걸이형 에어컨은 어떨까. 날개 아래쪽의 덮개를 분리하거나, 나사를 푼 뒤 당기면 안쪽의 필터를 빼낼 수 있다. 휘어진 모양으로 되어있지만 걱정 말고 살짝 들어 올리면 빼내기 어렵지 않다. 벽걸이형 에어컨은 스탠드형 에어컨보다 필터가 더 촘촘하다. 따라서 물로 헹구는 것보다는 중성세제를 푼 물에 잠시 담가두고, 솔로 가볍게 문지르면 보다 청결하게 관리할 수 있다.
에어컨 관리 주의점
에어컨을 처음 가동하기 전 필터 청소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렇다면 그다음 필터 청소는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름이 지나고 1년이 지나 다시 에어컨을 틀 때가 되었을 때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에 따르면 에어컨 필터는 2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청소를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어린이나 환자가 있는 가정의 경우에는 귀찮더라도 자주 필터를 세척해주는 것이 실내 공기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필터는 흐르는 물로만 청소해도 충분하지만, 최근에는 필터 세정제도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굳이 세정제를 구입하기보다 같은 양의 물, 베이킹 소다, 에탄올을 섞어서 분무기로 분사한 뒤 닦아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에어컨 실외기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실외기가 손에 닿는 위치에 설치된 경우, 주기적으로 청소를 하면에어컨 성능 향상은 물론이고 먼지로 인한 화재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 실외기는 에어컨의 전원을 끈 후 열교환기에 물을 뿌려 먼지를 제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서국선 press@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