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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의 산증인,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하 직함 생략)은 1938년 3월 19일 강원도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현대그룹의 창업자이자 명예회장인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1세대 기업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었다. 현대가의 차남으로 태어난 정몽구는 경복고등학교를 나와 한양대학교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재벌가 자제로는 드물게 군 복무를 성실히 수행해 육군 병장 만기전역한 인물이기도 하다.

왕회장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경영 능력

현대차 인도기술연구소를 방문한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당시 회장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정몽구는 1970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1974년에는 현대자동차서비스의 경영을 맡으면서 CEO로서의 경력을 시작하게 됐으며, 1977년에는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을 설립하게 된다. 현대정공은 컨테이너 사업으로 전 세계 공급량의 30%가량을 차지하며 성공을 거뒀고, 이를 계기로 정몽구는 왕회장 고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인정을 받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1977년에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게 되는데, 바로 현대건설의 압구정 현대아파트 분양과 관련된 사건이다. 현대그룹이 아파트 붐을 타고 아파트 건설에 뛰어들게 되면서, 지금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전신이 되는 한국도시개발의 대표이사를 정몽구가 맡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분양 문제가 불거지는데, 전체 분양 물량 중 무주택 사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부분의 특혜분양이 이뤄진 것이다. 정몽구는 이로 인해 법정구속됐으며, 5개월 후 보석으로 풀려났다.

현대그룹 회장 자리에 오르다

부도에 몰린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를 인수하다

현대가의 장남은 정몽구가 아닌 고 정몽필 현대제철 전 사장이었다. 하지만 정몽필 전 사장은 경영 방식에서의 갈등 그리고 맡은 회사의 부실한 실적으로 인해 정주영 명예회장과의 사이가 소원해지게 된다. 거기에 정몽필 전 사장은 불행히도 1982년 자동차 사고로 인해 사망하게 된다. 차남이지만 능력을 인정받던 정몽구는 이후로 사실상 집안의 장남 역할을 하게 된다. 1996년에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셋째 동생인 정세영 현대그룹 2대 회장에 이어 회장 자리에 올랐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정세영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기고 명예회장직으로 물러난 상태였으며, 이후 정치에 관심을 두고 활동을 펼치게 된다.


정몽구는 정주영 명예회장이 강조한 경영원칙을 가장 잘 실천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면 된다’와 ‘뚝심 경영’을 통해, 과감하고 통 큰 경영 스타일을 실천한 경영자로 평가된다. 취임사를 발표할 당시에도 사외이사제 도입을 기습적으로 발표하는 파격을 보였던 그는 1998년 경영 악화로 부도에 몰린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를 인수해 현대그룹에 편입하는 행보를 보였다. 당시 인수한 기아자동차는 현재 현대자동차그룹의 한 축으로 역할하고 있다.

첫 번째 경영권 분쟁, 그리고 왕자의 난

과거 한전부지에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GBC 사업

1999년 초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에서 정몽구와 2대 회장인 정세영 명예회장이 대립했다. 주주총회에서 정세영 명예회장의 측근들이 이사로 선임되면서 처음에는 둘의 대립이 정세영 명예회장의 승리로 귀결되는 듯했으나, 이사 선임 불과 나흘 후에 현대그룹은 정세영 명예회장이 현대자동차 경영에서 완전히 퇴진할 것임을 발표했다. 현대자동차를 전 세계 11위의 완성차 회사의 위치에 올려놓은 정세영 부자에게는 현대산업개발이, 정작 현대자동차의 경영권은 정몽구에게 주어졌다.


1998년에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다섯 번째 아들인 고 정몽헌 회장이 현대그룹 공동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현대 경영자협의회 공동 의장으로 역할을 했는데, 2000년에는 정몽구와 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분쟁을 벌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소위 ‘왕자의 난’이라고 불리는 현대그룹 경영권 다툼이다. 이 다툼은 2000년, 정몽구가 정몽헌 회장이 해외 출장을 간 3월 14일 밤 기습적으로 그의 측근인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을 고려산업개발로 전속보직시키면서 촉발됐다.

현대자동차그룹으로 독립, 그리고 성과

러시아 현대차 공장을 방문해 생산 판매 전략을 점검하고 있는 정몽구 당시 회장

이는 정몽구가 현대그룹 자동차 부문을 가져가면서 보다 견고한 경영을 위해, 현대증권으로 대표되는 그룹의 금융 부문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알려져 있다. 정몽헌 회장은 귀국 후 이익치 회장의 인사발령을 무효화하고 정몽구의 그룹 공동 회장직을 박탈했으며, 이어서 정몽구는 정주영 명예회장을 만나 다시 이 명령을 무효화시켰다. 점차 둘의 경영권 분쟁이 격해지면서 정몽구는 자동차 관련 계열사를 가지고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를 실시했으며, 이를 통해 현대그룹과는 별개의 ‘현대자동차그룹’이 탄생하게 된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유로 2000의 후원사로 선정되면서 세계적으로 위상을 높인 현대자동차는 이후 급속히 성장했다. 2002년에는 중국 베이징기차와 합작해 베이징현대를 세웠으며, 2004년에는 미국 헌츠빌에 공장을 세워 북미 현지 생산에 돌입했다. 정몽구 개인은 2001년 올해의 자동차산업 공헌상을 받아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올랐으며, 2004년에는 미국 비즈니스위크 자동차 부문 최고의 CEO에 선정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 개척에 성공하다

현대차그룹이 오랜 기간 준비한 고급 자동차 브랜드 ‘제네시스’

현대자동차그룹의 분리 당시의 전 세계 완성차 제조사 순위는 10위권 밖이었다. 현대자동차는 지속적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에콰도르와 캐나다에 포니를 수출하면서 물꼬를 튼 이후, 1986년에는 포니엑셀의 대미 수출 첫해 판매량 16만 대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품질이 발목을 잡으면서 현대자동차그룹 탄생 전까지의 평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대중적 인식이 재고된 것은 2004년부터 시작한 현지 생산의 덕이 컸다. 현대, 기아자동차의 해외에서의 실적은 점차 높아졌다.


2004년 한보철강 당진공장을 인수하고 2006년에는 INI스틸을 현대제철로 이름을 바꾸고 일관제철소를 준공한 정몽구는 2011년 현대그룹의 모기업인 현대건설을 사들이기도 했다(이를 기념해 그룹사의 명칭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서 현대자동차그룹으로 바뀌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2008년 400만 대의 판매고를 올린 데 이어 2012년에는 700만 대를 넘어섰다. 800만 대를 넘어선 것은 2014년이었는데, 이는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 가운데 토요타, GM 폭스바겐, 르노-닛산에 이은 5번째 기록이다. 중국에서의 실적도 연이어 경신해, 2014년에는 중국 진출 13년 만에 누적 판매 대수 천만 대를 돌파하는 기록도 세웠다.

정몽구의 시대가 저물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외동아들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

2015년 11월에는 오랜 기간 준비해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시키며 고급차 시장을 겨냥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의 물결에 수소차를 연구하며 뒤처졌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지만, 현대자동차는 작년 말 기준으로 글로벌 시장 전기차 판매 3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판매 순위 1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작년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전체 판매 대수는 719만 337대로 집계됐으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각각 442만 2644대와 251만 2693대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판매 목표치를 753만 6000대로 제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성장하는 동안 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몽구의 신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6년 11월에는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하기도 했으며,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강한 압박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10월 14일에는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오른 지 21년 만이자 2000년 경영권 분쟁 이후 홀로서기에 나선 지 20년 만에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현대차그룹 총수에서 물러난 정몽구는 현재 대장게실염 등으로 3개월째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시장에서 천대받던 한국 자동차 산업을 세계 5위의 위치로 올려놓은 정몽구의 시대가 이제 저물고 있다.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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