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류장은 배꼽입니다?!' 듣고도 믿기 힘든 이름의 버스정류장
욕쟁이할머니, 권춘섭집앞이 버스정류장 이름이라고?
세상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독특한 이름의 사람들이 있다. 이는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구석 곳곳 사람들을 편리하게 이동해주는 버스의 정류장들에도 독특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이름이 있다. 보통 버스정류장은 지역 명칭이나 근처 큰 건물, 거리 등의 이름을 붙이는데 전국 곳곳에는 예상외의 특이한 이름의 버스 정류장도 많다. 그 버스 정류장들은 왜 그런 이름들을 갖게 됐을까? 한번 들으면 웬만해선 잊을 수 없는 버스정류장의 사연을 들어보자.
욕쟁이 할머니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죽엽산로 425에 위치한 정말 특이한 이름의 버스정류장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들으면 너무나도 이상하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욕쟁이 할머니 하면 괜히 푸근하고 친근한 감정부터 느껴진다. 거칠게 뱉어내는 욕은 정말 기분 나빠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애정’이라는 감정 표현의 또 다른 방식이기 때문이다. 욕쟁이 할머니 정류장의 이름이 붙게 된 이유는 바로 욕쟁이 할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비롯됐다. 메뉴는 달랑 시래기 정식 딱 하나지만 이미 포천에서 유명한 맛집이라 늘 사람들이 붐빈다. 욕쟁이 할머니의 구수한 욕 한 바가지와 함께 정말 시골 밥상을 먹고 싶다면 이곳으로 버스 여행을 떠나보자.
보물섬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유명로 1939에는 ‘보물섬’이라는 버스정류장이 있다. 보물섬이 있을 것 같이 바다 가까이에 있는 것도 아니고 보물섬의 형상을 닮은 봉우리나 강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답은 생각보다 싱거웠다. 바로 근처에 보물섬이라는 건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보물섬이라는 건물 대신 카라반 파크가 위치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 지번을 사용하는 건물 이름이 보물섬으로 되어 있다 보니 버스정류장 역시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작은 대머리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용암1동에 위치한 작은 대머리 버스정류장이 있다. 키가 작거나 몸집이 왜소한 대머리 사람들이 근처에 많이 거주했던 것일까? 사실 대머리라는 이름은 청주 한씨의 본거지였던 큰 마을의 이름 ‘대촌(大村)’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대머리로 변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1995년 5월에 준공된 근린공원인 대머리 공원이 근처에 있어 버스정류장 이름도 작은 대머리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우리나라최대왕릉군인동구릉
이곳만큼 이름이 긴 버스정류장이 또 있을까? 경기도 구리시 동구동에 위치한 이 버스정류장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동구릉을 방문할 수 있는 곳이다. 그냥 동구릉이라고 해도 됐을 텐데 왜 이렇게 긴 이름을 선택해야만 했을까? 아마 2009년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고 조선왕조 7명의 왕과 10명의 왕비와 후비가 잠들어 있는 조선왕조의 최대 규모 왕릉이기 때문에 후손들에게 좀 더 알리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권춘섭 집 앞
강원도 태백의 유명한 버스정류장 이름은 권춘섭 집 앞이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이름을 직접 버스정류장 이름으로 사용했을까? 게다가 이 이름이 붙기 전에는 권상철 집 앞이었다. 사실 이렇게 불린 데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처음 정류장이 만들어진 것은 1999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권상철 씨의 부인이 갑자기 암 진단을 받게 되는데 집이 마을에서도 한참 떨어진 워낙 외진 곳에 있어서 통원하려면 늘 먼 곳에 있는 버스정류장을 이용해야 했다. 아픈데도 불구하고 머나먼 정류장을 걸어야 하는 아내를 보며 가슴이 아파 마을 주민들과 함께 교통 행정계에 지속적인 요청을 해서 집 앞에 버스정류장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주위에 아무것도 없어서 결국 권상철 씨의 이름을 따게 됐다. 그 이후 권상철 씨가 작고하고 장남인 권춘섭 씨의 이름을 따서 그 따뜻한 마음을 이어가고 있다.
담배가게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달빛길 120, 이 한적한 시골마을에는 담배가게라는 버스정류장이 있다. 마을버스가 다니는 나름의 큰 길이고 도로에는 노인 보호구역이라는 경고 문구가 눈에 띄게 칠해져 있을 정도로 어르신들이 자주 이용하는 도로이기도 하다. 뿌연 연기 속 작은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담배가게 아가씨 노래가 연상되듯 담배가게라는 말이 지금은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단어가 되어버렸지만 아직 이곳에는 존재하고 있다. 아마 예전에 이곳 주변에 담배가게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현재 상호는 없지만 담배를 판매한다는 KT&G의 표시판이 붙어 있긴 하다.
가게 앞
경기도 파주시 산남동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이다. 밑도 끝도 없이 가게 앞이라니 도대체 어떤 가게 앞을 의미하는지 알 길이 없지만 이곳을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여기서 말하는 가게가 바로 백반집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동네에는 유독 물류창고가 많은데 주변에 가게는 거의 여기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별히 상호를 넣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니 그냥 가게 앞이라고 이름을 정하지 않았을까?
비계
서울 동작구의 흑석동에 위치한 비계 버스정류장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름이다. 설마 하면서도 삼겹살의 그 비계를 연상하는 것은 비단 당신뿐만이 아닐 것이다. 사실 비계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데 이곳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이곳 지형 특성이 한강변 기슭에 비스듬히 비껴져 있는 고개라고 해서 비개 마을이라고 전해졌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비계라는 이름으로 유래됐다.
대갈리
경기도 안성시 고삼면에 위치한 대갈리라는 버스정류장은 언뜻 들으면 왠지 욕하는 듯한 뉘앙스다. 대갈리(大葛理)는 평촌과 상갈, 하갈 마을이 모였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 마을의 역사는 약 350여 년 전 박은수라는 사람이 밀양에서 이곳으로 이주, 정착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뒷산에서 칡이 많이 나는 마을이라고 해서 칡뫼라고 하다가 이후부터 갈미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위쪽에 갈미가 많이 나는 곳은 상갈, 아래쪽은 하갈이라고 불리고 있다.
배꼽
경기도 의왕시 학의동에 위치한 배꼽 버스정류장이다. 재미난 이름만큼 왠지 독특한 사연이 숨어 있을 것 같지만 아쉽게도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정류장에서 도보 1분 거리 내에 ‘배꼽’이라는 상호의 한정식집이 있기 때문이다. 백운호수를 따라 산책하다가 근처에서 가성비 좋은 한정식을 찾는다면 이곳도 꽤 괜찮을 것 같다. 간 김에 이색적인 버스정류장 이름이 나오게끔 사진을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