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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으면 섭섭할 정도라는 공포영화 속 익숙한 클리셰

공포영화에서 항상 등장하는 절대 법칙

뜨거운 햇빛이 내리비치는 계절 여름이다. 덥고 습한 공기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이라도 시원해질 방법을 찾곤 한다. 그것은 바로 공포영화다. 온몸에 소름이 쫙 돋고 “으아아아아아아악, 깜짝이야!” 소리까지 지르고 나면 에어컨이 필요 없을 만큼 서늘하다. 밤에 불 끄고 잠들기가 쉽지 않다는 후유증이 있지만, 그래도 공포영화의 오싹함은 여름의 더위를 잠시나마 식혀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공포영화를 보면 익숙한 장면들이 많다. 까불거나 나대는 사람은 항상 일찍 죽고 낯선 장소에서는 항상 일이 터진다는 것이다. 알고 봐도 무시무시한 공포영화 속 뻔한 설정들을 꼽아봤다.

까불면 일찍 죽는다

사진 : 영화 <분신사바>

공포영화를 보면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하지 말라고 말려도 호기심이 발동해 무턱대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꼭 하나씩은 있다. 결국 혼자 이것저것 만지거나 낯선 방 안에 들어갔다가 제일 먼저 죽는다. 혹은 그 호기심이 더 큰 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귀신을 불러들인다는 분신사바를 재미 삼아 하거나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집 관리인의 경고를 무시하고 불이 꺼진 컴컴한 집으로 용감하게(?) 들어가는 장면이 참으로 많다.

주인공은 천하무적이다

사진 : 영화 <부산행>

이 설정은 공포영화뿐 아니라 액션이나 재난 영화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주인공은 험난한 상황이나 절대 불가능한 여건 속에서도 항상 목숨이 여러 개인 것처럼 행동한다. 온갖 힘든 상황들을 다 겪은 후에도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고 붉은 빛의 노을 하늘 아래에서 연인과 키스를 하거나 아이들을 꼭 안아주는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영화가 많다. 오히려 주인공을 죽이려고 하는 살인마 캐릭터는 항상 죽거나 감옥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뒤에서 소리 없이 나타나 놀래킨다

사진 : 영화 <더 넌>

공포 장르에서 절대 빼먹지 않는 장면 중 하나가 바로 문 뒤나 등 뒤에서 귀신이나 살인마가 등장하여 놀래키는 것이다. 이에 공포영화 마니아는 주인공이 어두컴컴한 곳에서 혼자 두리번거리고 있으면 항상 다음 상황을 예측한다. 특히, 이 장면에서는 항상 긴장을 높여주는 사운드를 깔아준다. 뿐만 아니라 거울을 통해 놀래키는 장면도 있는데, 거울 속에서 귀신을 확인하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거울에서 봤던 존재가 없거나 나중에 엉뚱한 곳에서 다시 등장한다.

그렇다고 귀신이 매번 뒤에서 나오지는 않는다

사진 : 영화 <곤지암>

혼자 집 안을 헤매던 주인공 등 뒤에서 수상한 발소리가 들린다. 온몸에 소름이 쫙 돋은 채 뒤를 돌아보는 순간 친구가 손전등을 든 채 “여기서 혼자 뭐하냐”며 나타난다. 주인공은 익숙한 얼굴이 등장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나 주인공이 앞을 보는 순간 귀신이 눈앞에 서 있다. 이 외에도 엉뚱한 천장이나 장롱 속, 식탁 밑, 침대 밑 등에서 튀어나온다. 수백 번 봐온 설정인데, 볼 때마다 심장이 아프다. 그냥 차라리 등 뒤에서 등장하는 게 나을 정도다.

낯선 장소에서 항상 일이 터진다

사진 : 영화 <캐빈 인 더 우즈>

낯선 장소에는 항상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주로 공포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장면 중 하나이다. 딱 봐도 뭐가 나올 것 같은 기분 나쁜 장소인데, 분명 가면 최소 ‘사망 각’일 것 같은데, 꼭 호기심이 발동해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러면서 “여기서 재밌는 일 일어날 것 같지 않아?”라고 말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빠져나오려고 하지만 그땐 이미 늦었다. 같이 들어간 사람들이 하나 둘씩 차례대로 죽거나 귀신에게 호되게 당하는 경우가 많다.

공포영화에서 잘난 놈은 아무 필요 없다

사진 : 영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친구들 손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낯선 장소에 들어왔다. 식은땀을 흘리며 여기가 도대체 어딘지 조심스럽게 파악하기 시작한다. 다른 상황에서는 모르겠지만 낯설고 음침한 장소에 들어왔을 때는 단독 행동을 하면서 잘난 척을 하면 안 된다.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단독으로 행동하는 용기는 참으로 가상하나 이들 대부분은 항상 제일 빨리 죽는다. 다른 사람과 협력할 의사 없는 이들의 잘난 행동은 공포영화 속에선 절대 좋게 봐주지 않는다.

애들이 하는 말은 제발 들어라

사진 : 유튜브

“애들이 뭘 알겠니?”라는 말은 적어도 공포영화에서는 절대 하면 안 된다. 현실에서 어린아이가 귀신을 봤다고 호들갑을 떨면 보통은 한 귀로 흘리기 마련이지만 공포영화 속에서는 절대 그러면 안 된다. “저 방에서 귀신을 봤어요”, “엄마, 저 인형 조금 이상해..”라고 아이가 말하면 정말 그런 것이다. 만약 인형이 이상한 짓을 한다는 아이의 말을 진작에 믿었다면 그 인형이 칼을 들고 달려들면서 본색을 드러내기 전에 당장 처분했을 것이다.

얌전한 애들이 뒤통수를 친다

사진 : 영화 <애나벨3>

반전을 넣고 싶어 하는 공포영화에서는 주로 얌전하거나 친절한 사람이 반전 인물이거나 배신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인물은 별 행동을 안 하지만 그 주변에 있는 다른 인물들에게 주목하기 위해 수상한 행동을 하게 만들어 혼란을 준다. 이에 공포영화 마니아들은 혼란을 주는 인물보다는 조용한 인물을 오히려 의심하고 미리 다음 상황을 예측하곤 한다. 물론 혼란을 주는 인물이 범인이 맞나 안 맞나 하는 심리적인 설정도 있긴 있다.

차를 타지 말고 차라리 달려라

사진 : 영화 <텍사스 전기톱 학살>

두 다리로 달리는 것보다 차를 타고 가는 게 훨씬 빠른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공포영화 속에서 살인마로부터 빠져나올 때는 차를 타고 달리는 것보다 차라리 달리는 게 더 낫다. 가까스로 지옥 같은 공간을 빠져나왔더니 저 앞에 웬 차가 한 대 있다. 그러나 이 차는 절대 타면 안 된다.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차는 시동이 잘 걸리지 않거나, 조만간 기름이 떨어질 게 뻔하다. 괜히 시동을 건다고 시간을 다 할애했다가 뒤늦게 나온 살인마에게 당하기 일쑤다.

상황이 종료된 후에 경찰이 도착한다

사진 : 영화 <목격자>

항상 사람들이 다 죽거나 주인공이 상황을 다 해결한 후에 경찰이 등장한다. 이는 경찰을 무능하게 만드는 동시에 주인공 행동을 더욱 부각시키는 익숙한 설정이다. 휴대폰을 잃어버리거나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도 늦은 대처로 고구마 전개를 만들어 주인공이 살인마를 죽이거나 사람들이 이미 다 죽은 후에 도착한다. 아예 처음부터 경찰이 개입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러나 경찰은 속 시원한 해결을 주지 않고 사건을 잘못 집거나 무마한다.


이현주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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