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 지나는 소소한 아름다움, 10가지 들꽃 이야기
자세히 봐야 예쁜, 오래 봐야 사랑스러운 길가의 꽃 10가지
촌각을 다투며 사는 현대인들. 길가에 무슨 꽃이 피어있는지, 그 꽃이 얼마나 예쁜지 충분히 보고 느끼면서 감상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당신이 매일 무심하게 지나치는 그 길목엔, 계절마다 다른 꽃들이 각자 다른 향기와 자태를 뽐내면서 자생하고 있다. 자세히 봐야 예쁘다고, 오래 봐야 사랑스럽다고 했다. 그러니 가끔은 길가를 둘러보면서 걷자. ‘힐링’은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좀씀바귀
동글동글 귀여운 잎에 노란색 꽃잎이 앙증맞은 좀씀바귀는, 초여름이 되면 길가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들꽃이다. 개화 시기는 5월에서 6월 사이이며, 전국 각지에 분포한다. 길가 또는 숲의 가장자리, 그리고 산등성이에서 주로 서식하는 좀씀바귀. 이름은 생소하지만 기억을 잘 더듬어 보면 가로수 밑에 오밀조밀 모여서 피어있는 노란 꽃을 보았던 게 생각이 날 것이다. 좀씀바귀의 잎은 덩굴성이라 보통 지면을 이불처럼 뒤덮는 형식으로 자라난다. 따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번식이 무척 잘 되는 식물이므로 척박한 토양의 녹화용으로 적당하다.
메밀꽃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메밀꽃. 꼭 강원도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도심의 천변에서도 메밀꽃을 흔히 만나볼 수 있다. 메밀꽃은 9월 초순에서 9월 하순 사이에 피어나며, 가지나 줄기 끝에 여러 송이가 한 무리로 피어나 소담스러우면서도 풍성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전이나 면의 주재료가 되는 메밀도 유용하지만, 메밀꽃의 꿀 역시 풍부한 편이라 벌꿀의 밀원이 되기도 한다.
송엽국
‘사철채송화’라고도 불리는 송엽국은, 생명력이 강한 다육 다년초에 해당한다. 개화 시기는 4월에서 6월 사이이다. 햇빛이 있을 땐 꽃잎을 활짝 피우고, 볕이 없을 땐 꽃잎을 오므리는 특징이 있다. 가늘지만 여러 장의 꽃잎을 가지고 있으며, 연한 자줏빛의 색채가 강렬하기 때문에 멀리에 있어도 그 화려한 모습이 쉽게 눈에 띄는 꽃이다. 길가, 혹은 들판에는 흔하지만 시중에서 돈을 주고 구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벚나무
장미과의 낙엽교목인 벚나무는 독보적인 인기와 인지도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봄꽃나무이다. 벚꽃은 4월경 절정을 맞으며, 분홍색 또는 흰색으로 피어난다. 벚꽃과 관련된 인기 대중가요만 해도 여러 곡이며, 봄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벚꽃축제가 열리는 만큼 우리의 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조경수라 할 수 있다. 벚꽃은 비록 일주일 정도 밖에 만나볼 수 없을 정도로 짧게 피었다 금방 져버리지만, 꽃송이가 통째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그마한 꽃잎이 봄바람에 하나하나 휘날리면서 떨어지기 때문에 그 모습이 유난히 아름답다. 특히 벚꽃이 떨어지는 거리 위 사람들의 풍경을 그린 ‘벚꽃 엔딩’이라는 곡은 명실상부한 ‘봄 캐럴’로 사랑 받으면서 벚꽃의 인기를 한층 더 배가시켰다.
야생수국
야생수국은 대표적인 여름꽃으로, 군락을 이루면서 피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따로 군락지를 찾아가지 않더라도 최근에는 길가나 공원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그 이름답게 물을 좋아하는 꽃으로, 습기가 있는 토양에서 잘 자라난다. 처음 꽃이 필 땐 녹색이 약간 섞인 흰 꽃이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연한 하늘색으로 변하고 나중엔 붉은 기를 많이 띤 자색으로 바뀌기도 한다. 꽃이 서식하는 토양이 산성일수록 푸른 빛을 많이 띠고, 알칼리성의 땅에서는 붉은빛을 띠는 특이한 성질을 지녔다. 꽃송이가 무척 탐스러워, 보통 소담한 편인 들꽃들에 비해 독보적인 우아함을 자랑한다.
조팝나무
산야나 들에서 주로 서식하는 조팝나무. 1.5m에서 2m가량의 높이로 자라나고, 줄기가 모여서 나는 게 특징이다. 눈부시게 흰 조그마한 꽃들 여러 개가 조밀하게 모여 한 송이를 이루고, 나무 전체를 뒤덮으면서 피어난다. 꽃이 피어난 모습이 꼭 튀긴 좁쌀 여러 개를 붙인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조팝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4월에서 5월 사이가 개화시기인데, 꽃나무의 화사함이 벚꽃 못지않아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다.
꽃마리
이른 봄, 개나리나 진달래보다도 먼저 피어나는 꽃이 바로 꽃마리이다. 길가에서 아주 흔하게 만나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들꽃으로, 옅은 하늘색 꽃망울이 무척 청순하다. 줄기의 끝부분에 자잘한 꽃송이가 네 송이에서 다섯 송이 정도 무리를 이루면서 피어나고, 아랫부분에서부터 꽃이 먼저 피어나, 윗부분의 꽃이 가장 마지막에 개화하는 게 특징이다. 한국 전역 및 아시아의 온대와 난대에 분포한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기도 하며, 한방에서는 약초로 쓰이기도 한다.
들깨풀
들깨풀은 산과 들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꽃물과의 한해살이풀이다. 줄기는 보랏빛을 띠며, 가지가 제법 많이 갈라지는 꽃이다. 늦여름인 8월에서 10월 사이에 피어나며, 포의 길이가 꽃자루의 길이보다 약간 길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약초로 많이 쓰인다고 하는데, 지혈, 해열, 진해 등의 효능이 있어 기침, 기관지염, 장염, 코피, 습진, 감기부터 악성 종기까지 그 쓰임이 매우 다양한 편이다. 들깨풀은 깻잎이 자라나는 ‘차즈기’와 헷갈리기 쉬우나, 그 들깨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종이므로 헷갈리지 않도록 하자.
누운 주름잎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라는 꽃말을 가진 누운 주름잎 꽃은, 약간 습한 토양에서 잘 자라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5월에서 8월 사이에 만나볼 수 있으며, 꽃잎은 푸른 기가 많이 도는 보랏빛, 혹은 자줏빛을 띤다. 꽃망울이 유난히 작고 앙증맞은 것이 특징이다. 꽃받침은 오목한 잔 형태로, 5개로 갈라져서 피어나는 모양이 특이하다. 잎은 계란을 거꾸로 세운 듯한 타원 형태로, 잎의 끄트머리가 둔탁한 편이며, 가장자리는 물결을 연상시키는 톱니 모양으로 자라난다.
기생초
공원의 조경화로도 자주 만날 수 있는 기생초는 국화과의 한 두해살이식물로, 7월에서 10월 사이 개화하며,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이다. 꽃의 모양이 마치 조선 시대의 기생들이 바깥출입을 할 때 쓰던 모자를 닮아 ‘기생초’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다정다감한 그대의 마음, 추억, 간절한 기쁨’이라는 예쁜 꽃말을 가지고 있다. 꽃의 끄트머리가 세 갈래로 갈라지며, 윗부분은 노란색, 아랫부분은 짙은 붉은색을 띤다.
글 : 이희주 press@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