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50명이 선정한 ‘최고의 소설’ 10
2017년을 가득 채운 최고의 소설은?
책을 읽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르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누리는 시간인 만큼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이왕 읽을 책이 좋은 책이었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가지고 있기 마련. 알찬 독서를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해 교보문고 소설전문 팟캐스트 ‘낭만서점’에서 2017년의 소설들을 선정했다. 소설을 가장 많이 읽고 쓰는 소설가들이 직접 뽑은 2017년의 소설들
김애란『바깥은 여름』
지난 6월 출간되자마자 큰 주목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김애란 작가의 신작 소설집 『바깥은 여름』이 총 11명의 추천을 받으며 1위의 영광을 차지했다.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번 소설집은 2000년대 한국 소설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김애란 작가의 더욱 깊어진 이야기를 느낄 수 있으며, 작가 특유의 통통 튀는 문체와 생생한 묘사, 사람과 사람에 대한 깊은 통찰들이 가득 담겨있다. 특히 제 37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침묵의 미래》,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등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김혜진『딸에 대하여』
총 8명의 추천을 받아 2위를 차지한 김혜진 작가의 장편소설『딸에 대하여』. 무연고 노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사이자 레즈비언 딸을 둔 엄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혐오와 배제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득한 미래가 아닌 눈앞에 닥쳐온 현실을 살아나가야 하는 어머니와 딸.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하고 숨 죽여 살아가는 이들의 고통을 구슬프게 그려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어머니와 딸. 그 모든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의 소리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
조해진『빛의 호위』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에 이어 이효석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한국 문단의 믿음직한 작가로 발돋움한 조해진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빛의 호위』가 총 6명의 추천을 받으며 공동 3위에 선정되었다. 절망과 고독을 감싸주는 기억에 대한 9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으며, 소설을 통해 살아있음에 대한 감각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로가 서로를 살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그 속에서 느껴지는 타인을 향한 절실함이 가슴을 울린다.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조해진 작가의 따듯한 위로. 살아있음을 느끼고자 하는 작가의 진심으로 가득 찬 소설집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기사단장죽이기』
수많은 팬을 보유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7년 만에 선보인 장편소설 『기사단장죽이기』. 총 2권으로 나누어진 이 소설은 일본 출간 당시 130만 부 제작 발행으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 ‘나’는 우연히 집 천장에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유명 화가의 작품 <기사단장 죽이기>를 발견하게 되고 이 때부터 기묘한 일들에게 휘말리게 된다. 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 특유의 섬세한 풍경 묘사는 물론 현실과 비현실이 절묘하게 결합된 미스터리함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로런 그로프『운명과 분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5년 최고의 책으로 뽑으며 더욱 화제가 되었던 소설 『운명과 분노』 역시 총 6명의 추천을 받으며 『빛의 호위』,『기사단장죽이기』에 이어 공동 3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소설의 전반부는 남편인 로토의 시선에서 진행되고 후반부는 아내인 마틸드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독특한 구조를 취한다. 결혼이라는 이름 아래 같은 삶을 살아가지만 전혀 다른 관점을 가진 부부의 비밀과 진실이 흥미를 유발한다. 폭발적인 서사와 우아한 문체, 독창적인 표현으로 ‘동시대 가장 뛰어난 미국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로런 그로프의 세 번째 장편소설로 아마존에서 선정한 ‘2017년의 책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주란『모두 다른 아버지』
2012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주란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모두 다른 아버지』가 5명의 추천을 받으며 공동 4위에 올랐다.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이번 소설집은 이주란 작가 특유의 유머로 중무장함과 동시에 삶의 씁쓸함이 오묘하게 뒤엉켜있는 것이 특징이다. 앞과 뒤가 꽉 막힌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과연 비극일까 희극일까? 좀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인물들의 불행은 비단 소설 속의 국한된 이야기 같지 않아 더욱 더 가슴을 쓰리게 한다.
배수아『뱀과 물』
지난 24년간 13권의 장편과 8권의 소설집을 펴내며 꾸준히 마니아층을 형성해온 작가 배수아의 소설집 『뱀과 물』 역시 5명의 추천을 받으며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2010년 이후 7년 만에 펴낸 이번 소설집은 비밀스럽고 환상적인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배수아 작가 특유의 아름다운 세계를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긴 공백기를 뚫고 나온 이번 7편의 단편은 주로 어린이가 등장하면서도 모호하면서도 매혹적인 이미지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번역가로 활동하며 스스로가 취미로 글을 쓴다고 말하는 그녀의 작품은 매번 낯설면서도 신선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김영하『오직 두 사람』
최근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 김영하의 신작 소설집 『오직 두 사람』. 공동 4위에 선정된 이번 소설집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이후 7년 만에 펴낸 소설집으로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이번 소설집은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들, 그리고 그 상실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집 전체의 키워드는 ‘상실’로 인간 내면의 복합적인 감정부터 인간이 어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 9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아이를 찾습니다》, 제 36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옥수수와 나》가 수록되어 있다.
이승우『사랑의 생애』
총 4명의 추천을 받아 공동 5위에 오른 이승우 작가의 장편소설 『사랑의 생애』. 사랑했거나, 사랑하고 있거나, 사랑할 모든 연인들을 위한 이야기를 그려냈으며 제목 그대로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맺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진지한 사유를 구축해온 소설가 이승우의 9번째 장편소설로 흔한 로맨스 소설이 아닌 사랑 그 자체의 본질을 깊숙하게 파고드는 사랑해부학과도 같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평범한 듯 보이는 사랑이야기를 평범하지 않게 그려내는 소설 『사랑의 생애』. 인류의 삶에 있어 평생의 동반자이자 모든 것의 근원이 되는 사랑에 대한 깊은 성찰이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소설이다.
최진영『해가 지는 곳으로』
긴 여운을 주는 작품들을 선보인 소설가 최진영의 장편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 이승우의『사랑의 생애』강화길의 『다른 사람』, 윌리엄 트레버의 『루시 골트 이야기』, 최은미의 『아홉 번째 파도』와 함께 총 4명의 추천을 받아 5위에 선정되었다. 한겨레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해오며 입지를 다져오던 최진영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로 재앙의 한복판에서도 꺼지지 않는 두 여자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전 세계에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모든 문명이 파괴되는 순간에도 놓칠 수 없는 사랑. 작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아포칼립스 소설로 독특한 상상력과 박력 넘치는 서사의 조화가 돋보인다.
글 : 권예랑 press@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