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제조사에서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큰 손이 된 'CJ그룹' 이재현 회장
'CJ그룹' 이재현 회장
우리나라 재계순위 15위의 기업집단인 CJ그룹은 삼성그룹의 모태로도 볼 수 있는 제일제당으로 설립돼 삼성그룹과 역사를 함께 한 그룹사다. 1953년 제일제당공업주식회사가 설립되고 1993년 7월에는 계열사들이 삼성그룹에서 분리됐으며, 이후 1996년 제일제당을 중심으로 새로운 그룹사가 출범했으니 그것이 지금의 CJ그룹이 된 것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설탕제조사에서 지금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큰 손이 된 CJ그룹의 성장에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사장의 사촌이자 이건희 회장의 조카, 이병철 창업주의 손자이자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이재현 회장’이 있다.
삼성가의 장남으로 태어난 인물
삼성가의 장남이자 지금은 CJ그룹을 맡고 있는 이재현 회장 |
이재현 회장은 1960년 3월 19일 서울에서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난 인물이다. 삼성그룹의 자재로 태어난 그는 자신의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고 학창시절을 보내온 것으로 전해지며, 고려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한 이후로도 삼성그룹 계열사가 아닌 씨티은행에서 비교적 평범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그 스스로가 삼성그룹을 물려받는 데에 대한 욕심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삼성 창업주의 장손의 남의 집살이를 한다는 게 말이 되냐는 이병철 창업주의 호통에 그는 1985년 씨티은행을 떠나 제일제당 경리부의 평사원으로 입사하게 된다. 이는 애당초 제일제당을 위시한 식품사업부문을 이맹희 명예회장과 이재현 회장에게 물려주고자 했던 이병철 창업주의 의도에 따른 조치로 추측된다. 이재현 회장은 제일제당 입사 후 7년의 기간 동안 경리부 및 기획관리부에서 경험을 쌓고, 1993년에는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상무를 맡게 된다.
제일제당을 물려받아 CJ그룹으로 키우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을 물려받게 되면서 그의 형이었던 이맹희 명예회장은 분리되는 제일제당을 맡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재현 회장의 모친인 손복남 고문의 삼성화재 지분이 제일제당 지분과 맞바꿔지게 되고, 이 지분이 이재현 회장에게 증여되면서 그는 회사의 최대주주가 되게 된다. 제일제당 분리 당시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상무였던 이재현 회장은 이후 상무이사로 다시금 제일제당으로 돌아왔다.
제주도에서 열린 CJ그룹 주니어 사원 대상 교육 행사에 참여한 이재현 회장 |
제일제당은 분리 이후 식품산업에 국한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명을 CJ로 변경하고, 식품산업 외에 다른 신사업 발굴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미디어, 물류, 홈쇼핑 사업 등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꾀하며 CJ그룹은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투자를 단행했는데, 1995년에는 제일제당건설, 1999년에는 제일빌리지, 2000년 3월에는 에스엔티글로벌, 동년 5월에는 삼구쇼핑 등을 인수합병하거나 설립하는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이때 인수합병, 설립된 회사들이 현재의 CJ건설, CJ CGV, CJENM(구 CJE&M, CJ오쇼핑)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정점에 선 CJ
현재의 CJ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식품산업보다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먼저 머리에 떠올리게 된다. CJ가 미디어 산업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회사가 분리된 이후인 1995년부터였다. 스티븐 스필버그 등이 설립한 미국의 드림웍스에 1995년 3천억 원의 투자를 단행했으며, 1997년에는 케이블TV 엠넷을 인수해 방송채널을 확보했다. 1998년에는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강변을 설립하며 영화관 사업도 시작하게 된다.
합작한 제일제당, 골든하비스트, 빌리지로드쇼픽처스의 머리글자를 딴 CGV. 지금은 CJ에서 단독으로 운영 중 |
현재 CJ는 영화투자, 배급, 극장 건립을 통해 한국영화의 발전을 주도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음악, 공연, 방송의 측면에서도 막강한 힘을 발휘하며, 현재 CJ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국제적인 브랜드를 쌓아올린 상태다. 이후 CJ그룹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사업을 총괄하기 위해 CJE&M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2018년 7월에는 이 회사와 CJ오쇼핑이 합병해 CJENM이 돼 영업을 지속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1등, 매출 100조 원으로의 비전
제일제당 상무이사를 거쳐 부사장, 부회장의 자리를 거쳤던 이재현 회장은 2002년 3월 CJ그룹의 대표이사 회장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현재 CJ그룹은 식품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신유통, 그리고 바이오의 4개 부문을 주력 사업군으로 삼고 운영됐다. 2010년 이재현 회장은 직접 그 해를 ‘제2의 도약을 위한 원년’이라고 선포하며, 10년 뒤를 내다 본 ‘비전2020’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이재현 회장은 상기 4개 사업군 중 최소 2개 이상에서 세계 1등을 달성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 비전에 따라 CJ그룹의 계열사들이 묶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빕스와 계절밥상 등을 운영하고 있는 CJ푸드빌 |
이재현 회장은 구속으로 인해 2016년 3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17년 5월 복귀하면서 일찍이 발표했던 비전2020을 다른 형태로 다시금 천명한 바 있다. 2020년에는 매출 100조 원을 실현하겠다는 ‘그레이트 CJ’, 그리고 2030년에는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업군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월드 베스트 CJ’의 두 가지 비전이었다. 이를 위해 이재현 회장은 내년까지 물류,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총 36조 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그가 잠시 경영일선에서 물러서 있던 이유
매출 2조 원 안팎의 식품전문 기업을 엔터테인먼트, 홈쇼핑, 물류 등을 아우르는 매출 27조 원의 종합생활전문그룹으로 발전시킨 것만으로도 이재현 회장의 공로는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재현 회장은 많은 굴곡과 고초를 겪었다. 지난 2013년 7월 이재현 회장은 검찰으로부터 비자금 조성, 조세포탈,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 여기에는 국내외 비자금 운용으로 546억 원의 조세를 포탈하고, 719억 원의 국내외 법인자산을 해외로 빼돌린 횡령 혐의, 일본 CJ에 392억 원의 손실을 끼친 배임혐의가 적용됐다.
기업이 권력에 굴복한 대표적 사례로 CJ그룹의 과거가 거론되고 있다 |
기소의 결과는 2015년 12월 징역 2년 6월에 벌금 252억 원으로 서울고등법원에서 확정됐다. 이 즈음을 기점으로 CJ그룹의 케이블TV, 극장 등의 채널을 통해 “CJ는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라는 노골적인 메시지를 담은 광고물이 살포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재현 회장은 이후 2016년 8월 12일에 8.15 특별사면으로 포함돼 출소하게 된다. 천문학적 비리와 아부에 가까운 후속조치 등은 당시까지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방에서 활약하며 긍정적 이미지를 쌓던 CJ그룹에 치명타를 가했으며, 이재현 회장 개인으로서도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로 남은 상태다.
4대 경영체제를 준비하는 CJ그룹
노고를 겪고 2017년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후 이재현 회장은 인수합병,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 임원인사, 임직원 복지확대 등 굵직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에 보다 속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8월에는 냉동식품 전문업체인 독일 마인프로스트, 11월에는 미국의 쉬완스컴퍼니를 인수해 글로벌 식품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식품뿐 아니라 물류 쪽에서도 미국 DSC로지스틱스, 유럽 슈넬레케그룹 등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곧 이선호 부장으로의 경영 승계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대외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며 ‘은둔형 경영자’로 평가되는 이재현 회장은 이제 CJ그룹 대외적으로는 비전에 충실한 성장을,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아들 이선호 부장으로의 그룹 경영권 승계라는 큰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 다소 허황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그레이트 CJ’와 ‘월드 베스트 CJ’라는 비전은 현재 천천히 단계적으로 충실히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경영권 승계 작업 또한 현재 물밑에서 조심스레 진행되는 중이다. 파란만장한 생을 보내며 그룹사의 폭발적 확대를 이끌어온 이재현 회장의 CJ그룹은 멀지 않은 시기에 이병철 창업주, 이맹희 명예회장, 이재현 회장의 뒤를 이은 이선호 부장의 4대 경영체제로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