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d Dining | 여행길에서 만난 우연한 행운
유난히 맛집 촉이 좋은 친구가 있다. 함께 시내에서 만나든, 여행을 하든, 밥때가 되면 친구들은 그의 얼굴을 쳐다보게 된다. 적중률 90%. 어쩌다 실패를 해도 궁시렁거리는 사람은 없다. 90%의 지지율이 받쳐주는 힘이다. 그 친구와의 여행길에서 만났던 우연한, 운 좋은, 대박 맛집들을 소개한다.
▶대부도 ‘벚나무집’
왜 이런 맛집은 꼭 외곽에 있는 걸까. 안산시에 위치한 대부도 가는 길. 벚나무집의 음식을 보면 대도시 한식당의 빈곤함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런 집들은 일단 반찬부터가 반짝반짝하다. 직접 담그고 만들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때깔이다. 맛은 토속 그대로이다. 구수한 된장, 진하지만 심하게 짜지 않은 간장, 이 집만의 비법 엑기스 장이 들어간 게 확실한 온갖 음식들.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다. 벚나무집은 대부도 여행길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한 곳이다. 아침부터 정성이 가득한 밥상을 받는 기쁨을 어디에 비유할까. 대표이자 인기 메뉴는 11찬에 철판 표고 돼지주물럭, 청국장이 나오는 벚나무 정식(1만5000원), 같은 구성에 생선구이가 포함되는 모둠생선구이 정식(2만 원)이다. 단일 품목으로는 청국장, 얼큰청국장, 사골우거지국밥, 생고기고추장찌개 등을 9000원~1만 원에 맛볼 수 있다. 다소 거창한 메뉴로는 간장게장(3만 원)이 있다. 사장님! 우리동네에도 가게 내주세요!
위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선로 176 운영 시간 06:00~21:00
▶양평 문호리 ‘문호리 팥죽’
팥칼국수 맛집이지만 사실은 팥죽으로도 유명한 집이다. 양평 두물머리 여행 후 드라이브 삼아 강변을 달리다 발견한 집이다. 모든 음식은 해당 식재의 품질과 함께, 어떤 물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이 집 팥죽은 천연 광천수인 춘천 북산수로 조리하는데, 팥죽 요리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고 좋은 재료를 사용하니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팥죽 맛을 올려주는 옹심이도 부드럽고 양도 많아 말이 ‘죽’이지 한끼 식사로도 손색없는 양이었다. 물론 대식가들에게는 간식거리에 불과한 양일 수 있다. 팥죽은 1만2000원, 대표메뉴인 팥칼국수는 1만 원이다.
위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북한강로 641
운영 시간 화~일요일 10:30~20:00, 브레이크타임15:00~16:00 *월요일 휴무
▶오대산 고개 너머 주문진 가는 길 ‘송천식당’
오대산 진고개는 한때 주문진 양양 여행자들이 즐겨 넘던 고갯길이다. 요즘은 자동차 운행이 비교적 뜸해졌지만, ‘송천식당’을 아는 사람은 꼭 이 길을 넘어가게 된다. 첫째 모든 메뉴들이 전통 원조 맛을 재현해 내고 있다. 산채정식(2인 이상 1만7000원), 토종닭백숙(6만5000원), 토종닭볶음탕(7만 원)이 그렇다. 불필요한 첨가물을 넣지 않아 맛의 본질을 살린다. 게다가 시골 고갯길에 있는 식당이지만 친절함도 갖췄다. 반찬 하나를 주셔도 ‘맛있게 드세요’라는 인사말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위치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진고개로 777 운영 시간 10:00~20:30
▶제주 해비치호텔 ‘밀리우’
밀리우는 우연히 발견될 수 있는 집은 아니다. 게다가 층고가 아주 높은 호텔의 로비에 있다. 12개의 바 좌석과 다섯 곳의 코쿤석이 있다. 필자는 몇 달 전에 예약을 시도해야 겨우 성공할 수 있다. 미니정원 스타일의 코쿤석에서 먹는 파인다이닝의 스테이크와 해산물, 그리고 생전 처음 보는 음식들로 구성된 7코스, 5코스는 자리를 마련한 사람에 대한 성의와 고마움을 오랜 시간 기억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이런 거한 집을 선호하진 않지만, 데이트나 사업상 방문이 꼭 필요하다면 검토하지 않았을까. 국내 최고급 다이닝답게 가격은 매우 비싸다. 7코스 25만 원, 5코스 17만 원이다. 물론 샴페인, 기본 와인 포함 각각 1인분 가격이다.
위치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민속해안로 537 해비치호텔 1층
운영 시간 18:00~22:00
[글과 사진 아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