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d Dining | 성수동 요즘 맛
몹시 추운 날씨에도, 브레이크타임이 끝나자마자 이미 대기하고 있던 손님들이 우르르 들어가는 광경을 최근 성수동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 동네는 여전히 인파가 몰린다. 특징이 분명한 성수동 맛집들 몇 곳을 소개해 본다.
▶맑다맑다 이렇게 맑을 수가 ‘계월곰탕’
점심 시간, 무언가 뜨끈하고 칼칼한 게 당겨서 찾아간 집이다. 외관 디자인이 어찌나 단순하던지 초행길에 그냥 지나쳐버리는 바람에 한 바퀴 돌아 다시 들어간 집이다. ‘계월’의 계는 닭을 뜻하고 월은 달을 뜻한다. 맑고 투명한 음식을 지향한다는 문구를 보고, 아, 칼칼함은 어렵겠군, 생각했다. 닭곰탕을 주문했다. 누군가 계월곰탕의 닭곰탕 보고 평양냉면을 닮았다고 했는데, 그 말이 딱 맞았다. 국물은 알프스 빙산물 호수를, 그 안을 가득 채운 닭고기살은 모두 상현달과 하현달을 닮아 있다. 당연히 은은히 퍼져 있는 실고추들은 보름달을 지나는 새털구름의 음영 같은 느낌이다. 국물에서 그 어떤 자극도 느낄 수 없다.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일단 처음에는 있는 그대로 드셔라. 그리고 적당히 먹고 나면 후추가루를 넣어 먹어라, 그러면 은근한 풍미가 올라올 것이다.’ 그렇게 먹었다. 그렇다고 우래옥에서 오장동함흥냉면으로 넘어가는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혓바닥에 은근한 바람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다음엔 일행과 함께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닭곰탕(9500원)에 곁들임 닭무침(점심시간만7000원, 일품으로는 1만7000원)을 함께 먹으면 조화로운 테이블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점심시간(11:00~14:30)에 먹을 수 있는 곁들임으로 닭수육(7000원, 일품으로는 1만7000원)도 있다. 밥 때, 술 때가 되면 이 심플한 식당에 꽤 많은 손님들이 찾아 든다. 술도 한라산, 맥주, 여러가지 잔술만 파는데도 말이다. 특이점이 분명한 식당은 누구에게나 끌리는 법이다.
위치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1가 72-41 운영 시간 11:00~21:00(점심 라스트오더 14:30)(저녁 라스트오더 20:30), 브레이크타임 15:00~17:00 *일요일 휴무
▶북유럽 가정식 연어스테이크와 와인 ‘그룬트’
생선 스테이크를 해먹을 때의 그 퍽퍽함이란. 셀프로 촉촉한 반찬을 만들 수 있지 않는 한 맛집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찾은 곳이 그룬트다. 이곳의 주제는 와인과 파스타이다. 오늘의 메뉴(SNS에 공개)를 정해 특별하게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 생략하고 연어 스테이크와 감자퓨레(1만9000원)를 주문했다. 생연어에 은근한 버터가 가미되고 북유럽이나 미국 북부지역 가정에서 즐겨먹는 으깬 감자가 조합된 메뉴다. 생선의 퍽퍽함은 버터와 오일, 아스파라거스, 새우 등이 깔끔하게 커버해 주고, 바닥에 넉넉히 깔린 으깬 감자는 입맛을 더욱 부드럽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했다. 와인 한잔을 곁들였다면 더욱 맛있는 식사가 될 뻔했지만, 낮시간이니 참을 수밖에. 한정 수량으로 파는 등심(또는 안심)스테이크(3만9000원), 파스타도 맛과 가성비(1만~1만5000원) 면에서 만족할 만한 메뉴로 보였다.
위치 서울시 성동구 성수이로12길 13 2층 운영 시간 12:00~21:00(코로나19 방역수칙 기준) *일요일 휴무
▶세련된 건강을 먹는다 ‘소녀방앗간 서울숲시작점’
테이블에 앉으면 취나물차가 먼저 나온다. 나물밥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다운 서비스다. 이 집의 메뉴는 요일별로 확정되어 있다. 매일 나오는 메뉴는 산나물밥(7000원)이다. 이 집은 백두대간의 청송, 지리산 산청, 영양, 하동 등 전국의 청정지역에서 관록 깊은 농민 어르신들이 재배한 식재료를 생산자 이름을 공개하며 사용하는 건강 밥집이다. 메인 메뉴인 산나물밥은 도정한 지 30일 미만의 신선한 햅쌀로 밥을 하고, 원산댁 뽕잎, 일포댁 취나물, 방위순할머니 간장, 장순분 어르신의 들기름 등이 들어간 최상의 밥상이다. 기본 비빔밥에 양념이 들어가 있으니 그냥 먹어도 되고 입맛에 따라 조금 더 보태 먹어도 상관없다. 맛은 담백하고 향기롭다. 요일별 주요 메뉴로는 월요일 고춧가루 제육볶음(8000원), 잉홀한우 산나물죽(저녁만 9800원), 수요일 시골된장찌개(7000원), 목요일 장아찌 불고기밥(8000원), 금요일 참명란비빔밥(8000원) 등이다.
위치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55길 9-16(성수동 갈비골목 옆) 운영 시간 11:00~21:00, 브레이크타임 15:00~17:00
▶젊은 메뉴로 성공 ‘소년식당’
소년식당의 추천메뉴는 사시미와 간장새우와, 카레, 튀김이 조합을 이루는 소년정식(1만5000원), 연어간장새우밥(1만5000원), 연어덮밥(1만2000원), 사천식닭날개튀김덮밥(1만2000원), 간장새우밥(1만 원) 등이다. 특징은 간장새우가 짜지 않다는 점, 연어덮밥이 매우 심플하고, 와사비를 살짝 올려 먹을 때 제 맛이 난다는 점, 연어를 밥에 비비듯 먹으면 망하는 수가 있다는 점 등이다. 서비스 구조도 꽤 다정하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함에도 불구하고 들고 나는 손님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해준다. 카레덮밥을 먹었는데, 기본이 매콤하고 마지막 숟가락까지 따라다니는 치즈의 질감도 정겨웠다. 혼밥에 유리한 다찌형 식탁과 여러 명이 앉아 나눌 수 있는 테이블형 식탁들이 골고루 준비되어 있다. 여럿이 와야 이것저것 맛볼 텐데 하는 아쉬움은 매번 남는다.
위치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6길 17(성수동1가) 운영 시간 화~일 11:30~21:00, 브레이크타임 15:30~17:00, 라스트오더 20:00 *월요일 휴무
[글과 사진 아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