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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 연천-그리팅맨을 만나다

높은 산과 너른 평야, 깊은 강과 맑은 계곡의 청정 자연을 품은 땅. 하지만 해방과 분단, 전쟁으로 이어지는 슬프고도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 연천. 그 처연한 땅 위에서 만나는 풍경들은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서정과 전흔이 공존하는 역사문화도시 연천은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평화 도시로의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 그 시작점에 그리팅맨(Greeting Man; 인사하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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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것들을 털어내 버리기에는 청정한 자연만큼 좋은 게 없겠지만 한수 이북 하고도 접경도시로의 여행은 왠지 모를 막막함 속에서 시작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 가슴 속 오랜 시간 쌓이고 싸인 그런 막연한 감정들을 억누른 채 떠나는 연천으로의 여정. ‘평화 도시’라는 슬로건이 주는 파란 희망 같은 것이 잠시 기꺼움을 선사하기도 했지만 이내 돌아오는 상념의 무게는 크고 깊었다. 그만큼 연천이라는 도시의 느낌은 복잡 미묘한 것이었다.


경기도 최북단 연천. 38도선 위에 있는 도시 연천은 해방 이후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국전쟁 이후 다시 남한에 포함됐다. 북쪽으로는 군사분계선이 지나는 접경지대. 역사와 생태가 살아 숨 쉬는 보물 같은 곳이지만 접경지대라는 이유로 피아간 살얼음판 같은 날선 긴장이 조장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휴전선까지 고작 800m, 북한군 초소까지의 거리는 불과 1600m로 155마일 휴전선에서 북한과 가장 가까운 태풍전망대가 그곳에 있고, 1968년 북한군 제124군 소속 김신조 일행이 침투한 곳도,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푯말로 유명한 경원선 철도중단점도, 1974년 발견된 북한의 1호 땅굴도 모두 이곳 연천에 있는 까닭이다.


줄곧 평화를 얘기하지만 언제나 긴장감이 가시지 않는 곳. 천혜의 자연만 바라본다면 낙원이 따로 없을이 도시에 항구적 평화가 깃들기 위해서는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야 할까.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듯 태연하기만 한 연천에 잠시 훈풍이 분 건 2년 전이었다. 4.27 남북정상회담이 9.19 남북공동선언으로 이어지며 얼음장 같던 남북의 접경도시는 환호했다. 그로부터 다시 2년 전에는 연천군은 임진강변을 따라 연강나룻길을 조성하고 군남면 옥녀봉에 10m 높이의 거대한 조각상 ‘그리팅맨’을 세웠다. 평화와 화합, 소통을 염원하는 연천군과 조각가 유영호가 빚어낸 담대한 평화 프로젝트였다. 북녘 땅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는 그리팅맨은 대북전단 살포와 그로 인한 총격전, 목함지뢰 폭발사건과 대북 방송 재개, 그리고 확성기 포격사건으로 무섭도록 경색된 남북관계를 화해 분위기로 이끌어보자는 구상이었다. 결국 선견지명의 작품이 된 셈. 작지만 강한 울림, 그리팅맨은 지금 평화도시를 꿈꾸는 연천의 새로운 랜드마크이자 상징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연천여행의 새로운 트렌드 하나로 떠오른 것이 바로 그리팅맨의 평화 루트를 따라 걷는 것이다.

연천역에서 옥녀봉까지, 그리팅맨을 만나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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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여행의 시작은 뭐니 뭐니 해도 연천역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지금은 운행이 중단된 연천역 앞에는 오래된 급수탑을 보존해 작은 역사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전쟁의 아픔이 서린 근대문화유산이다. 이 급수탑은 경원선에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때, 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던 시설로 6.25전쟁 당시의 무수한 총격전으로 인해 아직도 움푹 파인 총탄 자국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지난 2003년 등록문화재 제45호로 지정된 후 연천역 일대가 공원으로 조성되면서 이 급수탑을 보러오는 방문객이 늘고 있다.


연천역 급수탑을 둘러보고 난 후 군남면을 거쳐 임진강 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연강나룻길을 만나게 된다. 두루미테마파크에서부터 중면행정복지센터까지 약 7.7km에 이르는 연강나룻길은 임진강의 경치와 함께 자연을 느끼기 좋은 길이다. 개안나루를 거쳐 그리팅맨이 서있는 옥녀봉과 삼곶리전망대를 지나는데 천혜의 자연 경관과 야생 동식물의 보금자리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또 평화누리길, 한탄강 주상절리길, 차탄천 에움길, 합수머리 꼭지길 등 연천의 다양한 트레킹 코스 가운데 가장 짧은 코스인 동시에 걷기 좋은 길로 통한다. 연강나룻길의 시작점인 두루미테마파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겨울 철새이자 천연기념물인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가 월동을 하는 곳으로, 남북한 접경지역이라는 지리적 여건과 임진강 자연환경이 만들어 낸 특수성으로 인해 수달, 고라니, 두루미, 어름치 등 각종 동식물이 서식하는 천혜의 자연생태지역이다. 지금 겨울 철새인 두루미를 보긴 어렵지만 ‘두루미가 들려주는 평화와 사랑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해 조성한 갖가지 조형물과 두루미 대체 서식지, 어도생태원, 생태습지 등을 둘러보며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연강나룻길로 접어들기 전 연천의 대표적 테마파크인 허브빌리지를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너무 많이 알려져 있고, 너무 뻔한 테마지만 그래도 보지 않고 가면 섭섭한 연천의 명소다.


연강나룻길을 한참 걷다보면 우측으로 멋스러운 한옥 건물과 수많은 장독대가 장관인 연천 미라클타운이 보인다. 그리팅맨을 만나러 가는 길은 미라클타운 정문 건너편 작은 산길이다. 그 길로 천천히 20분정도 올라가면 옥녀봉 정상이 나오고 그곳에 15도쯤 고개를 숙인 그리팅맨이 서있다. 옥녀봉에 오르는 길은 걸어서 가는 게 좋다. 정상까지 차가 올라갈 수는 있지만 걷기 좋은 작은 오솔길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광활한 들판과 굽이굽이 흐르는 임진강의 풍경도 압권이다. 그 길을 오르며 살짝 음악을 들으면 더 좋다. 잠시 후 만나게 될 그리팅맨을 머릿속에 그리며 평화를 노래했던 존 레논이나 밥 딜런 같은 뮤지션의 ‘이매진’ 혹은 ‘블로잉 인 더 윈드’ 같은 노래를 듣는다면 어떨까. 아니면 기타리스트 최훈이 옥녀봉의 그리팅맨을 보고 만들었다는 ‘평화의 테마’ 연주곡을 찾아 들을 수 있다면 보다 완벽한 평화 투어가 될 듯하다.

평화를 향한 담대한 상상과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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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녀봉 정상에 오르면 조각가 유영호의 작품 ‘그리팅맨’이 북녘 땅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넨다. 높이 10m가 넘는 거대한 입상이다. 숙인 고개의 각도는 15도.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 각도라고 한다. 지난 2016년 옥녀봉에 세워진 그리팅맨은 평화와 소통을 염원하는 작가와 지자체가 진통 끝에 이루어낸 의미 있는 성과물이다. 연천 옥녀봉에 그리팅맨을 먼저 세우고 마주하는 북한 땅, 황해남도 장풍군 고잔상리 마량산에 남쪽을 향해 인사하는 그리팅맨을 세우겠다는 담대한 계획이었다.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서로 마주보고 인사하는 조형물을 세운다면 한반도 평화를 견인하는 상징물이 될 것이라는 아름다운 상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아직 꽃을 피우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 기념공연이 열린 판문점에 유영호 작가의 두 그리팅맨이 마주보며 설치돼 그 사이에서 중국의 첼리스트 지안 왕과 악동뮤지션 이수현의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공연 후 두 그리팅맨은 철거되었지만 작가가 그린 담대한 상상은 우리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고 그 도전은 여전히 계속 되고 있다.


지금까지 세워진 그리팅맨은 모두 10개. 지난 2007년 파주 헤이리에 처음 3.5m 크기의 그리팅맨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강원도 양구,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파나마시티, 에콰도르 카얌베, 미국 뉴저지, 브라질 상파울루 등 경계와 분단, 접점의 현장에 평화와 소통의 의미를 담은 그리팅맨을 세웠다. 최근에는 브라질 상파울루에 서있는 그리팅맨에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의미의 마스크를 씌웠다는 뉴스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국내외 곳곳에 세워진 그리팅맨 가운데 가장 크고 웅장한 것이 옥녀봉의 그리팅맨이다. 옥녀봉 정상의 분위기는 고즈넉하지만 그리팅맨 뒤로 펼쳐지는 풍경은 사뭇 웅장하고 창대하다. 연천을 찾는 여행객이라면 반드시 찾아가 바라보고, 평화를 향한 담대한 상상 속으로 빠져들 만한 연천의 새로운 랜드마크다.


그리팅맨을 뒤로 하고 산길을 내려오면 초입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연천 미라클타운도 이색 볼거리 중 하나다. 이곳은 캐빈하우스, 벙커하우스, 한옥카라반 등의 이색 숙소와 족욕 테라피와 카페테리아를 즐길 수 있는 한옥 쉼터 그리고 생태습지, 둘레길, 야외 수영장 등을 갖춘 경기 북부 최고의 힐링 리조트로 꼽히는 곳이다. 숙박과 여가, 힐링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고, 압도적 스케일의 장독대 등 이색적 풍광을 자랑하는 한옥 쉼터에서는 인생샷을 건질 수도 있다.


연강나룻길 끝에 다다르면 일명 ‘민통선’이라 불리는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이 나온다. 북한 땅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껴볼 수 있는 태풍전망대와 민통선 내에 세워진 최초의 예술공간인 연강갤러리를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곳이다. 이곳을 지나기 위해서는 연천군에 출입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나마 지금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전면 통제를 하는 상황이므로 방문 전 문의를 하고 가는 것이 좋다.

Inner View - 그리팅맨을 만든 사람 조각가 유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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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건너가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6년간 공부했다. 이 과정에서 그리팅맨이 처음 창조됐다. 1999년 그룹전을 통해 큰절하는 장면의 영상을 발표한 것이 계기였다. 영상을 감상한 네덜란드 출신의 조각가가 ‘인사는 모든 인간관계의 출발점’이라고 평가한 데서 ‘그리팅맨’을 구상하게 됐다. 특히 품위를 지키면서 15도 각도로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한국식 인사법은 존중과 소통은 물론 평화의 메시지도 품고 있다.


이후 2007년 경기도 파주를 시작으로 경기도 연천과 제주도, 작가의 고향인 강원도 양구 등 국내 여러곳에 그리팅맨을 선보였고, 2012년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를 시작으로 남미 파나마와 에콰도르, 브라질 상파울루, 그리고 미국 뉴저지 등 해외 여러 나라에 평화를 상징하는 그리팅맨을 세워 왔다. 올해 안에는 프랑스 쿠탕스와 베트남 후에, 그리고 터키 부르사 등지에도 그리팅맨을 설치할 예정이다.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의 ‘미러맨’도 공모를 거쳐 선정된 그의 작품. 시민의 마음을 거울처럼 반영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 작품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가는 특히 해외에 설치하는 그리팅맨의 제작비 일체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그의 평화 정신을 응원하기 위해 방송인 출신의 정길화 씨 등 몇몇 뜻있는 인사들이 모여 ‘그리팅맨 친구들’을 만들었고, 법인 설립 후 숙원인 연천 옥녀봉 건너편 북쪽 지역에 같은 크기의 그리팅맨을 세우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연천

선사시대로의 시간여행, 전곡리유적과 전곡선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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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여행의 기본이자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특히 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필수코스다. 전곡리유적과 전곡선사박물관은 구석기시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소다. 두 곳의 입구는 다르지만 유적 후문을 통해 연결된다. 전곡리유적은 입장료가 있고 박물관은 무료로 운영된다. 전곡리유적은 약 30만 년 전 구석기인들이 살았던 곳으로 동아시아 최초로 주먹도끼가 발견된 세계적인 구석기 유적이다. 1978년 겨울 한탄강 유원지에 놀러왔던 미군 병사 그레그 보웬이 발견한 석기가 애슐리안계 구석기 유물로 밝혀지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구석기 유적지로 알려지게 되었다. 현재 유적 공원 내에는 2km 정도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으며 산책로를 따라 구석기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관과 조형물들이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이 미뤄졌지만 매년 5월 구석기축제가 개최되는 곳이다.


전곡선사박물관은 독특한 외관으로 먼저 눈길을 끈다. 외형은 원시 생명체인 아메바와 미래지향적인 우주선 모양을 하고 있고 스테인리스 판을 덮은 외벽은 뱀 비늘을 모티프로 해서 빛을 받으면 반짝거리게 만들었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구성된 박물관 내부는 전시 특성에 맞게 동굴처럼 설계했고 입구는 지하 1층. 야외에서 바로 입구로 이어진다. 지하 1층에는 안내데스크와 3D영상실이 있고, 상설전시실과 고고학체험실(인터스코프) 등 주요 관람 시설은 대부분 1층에 있다. 이곳에는 주먹도끼 외에 구석기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또 구석기 시대의 조형물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Info ‘전곡리유적’

  1. 위치 :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양연로 1510
  2. 운영 시간 : 09: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Info ‘전곡선사박물관’

  1. 위치 :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평화로443번길 2
  2. 운영 시간 : 10:00~18:00, 7~8월 10:00~19:00 *월요일 휴관

용암이 만들어낸 위대한 풍경, 아우라지 베개용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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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상바위를 지나 재인폭포로 가는 길에서 한탄강 쪽으로 들어가면 천연기념물 제542호인 아우라지 베개용암의 웅장한 자태가 드러난다. 아우라지는 두 갈래 이상의 물길이 한데 모이는 어귀를 뜻하고 베개용암이란 펄펄 끓는 용암이 차가운 물과 만나 빠르게 식을 때 그 표면이 둥근 베개 모양으로 굳어서 생긴 것을 말한다. 아우라지 베개용암이 있는 곳은 한탄강과 영평천이 만나는 지점. 벼랑의 위치는 포천시에 있지만 지형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연천군 전곡읍이다. 아우라지길에서 강 건너 기다란 모양의 거대한 절벽을 바라다보면 기둥자국 같은 주상절리가 형성돼 있고 아랫부분에는 베개의 옆면을 보는 것과 같은 둥글고 긴 암석이 촘촘히 박혀있다. 이것이 베개용암으로 마치 베개 수백 개를 박아놓은 듯 보인다. 화산 폭발 후 용암이 식으면서 베개를 쌓아놓은 것과 같은 지형이 형성된 것인데, 대개 깊은 바다에서 용암이 분출할 때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아우라지 베개용암의 가치를 더한다. 일반 여행객의 경우 아우라지 베개용암 바로 앞까지 갈 수 없는 까닭에 신비스럽고도 오묘한 모습을 눈앞에서 볼 수 없는 점은 아쉽다.

Info

  1. 위치 :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신답리 산 98

줄 타는 광대의 슬픈 전설이 어린 재인목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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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을 찾는 여행객들은 반드시 보고 가야 할 비경이다. ‘연천7경’ 중 으뜸가는, 연천의 대표적 여행지답게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폭포다. 18m나 되는 높이에서 검은 현무암 주상절리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시원한 물줄기는 땅 밑으로 움푹 꺼진 소(沼)에 떨어지며 눈이 부시게 흰 물살과 에메랄드 물빛을 만들어낸다. 특히 물줄기가 아름답기로 유명해 제주도의 천지연폭포와 비견되곤 한다. 아찔하게 느껴지는 협곡을 조망할 수 있도록 투명한 유리바닥의 스카이워크를 설치해놓아 누구나 폭포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재인폭포를 제대로 보려면 스카이워크보다 27m 높이의 전망대 계단을 내려가 협곡에 서서 보는 게 좋다. 하지만 지금은 계단에 흔들림이 발생해 안전상의 이유로 잠정 폐쇄한 상태다. 재인폭포에는 줄 타는 재인에 얽힌 두 가지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이 고을로 부임한 원님이 한 재인의 아름다운 아내를 탐해, 재인으로 하여금 이 폭포에서 줄을 타게 하고 그 줄을 끊어 죽게 만들었다. 결국 원님의 수청을 들게 된 아내는 원님의 코를 물어버리고 자결한다. 그 후로 사람들은 이 마을을 ‘코문리’라 부르게 되었고, 현재의 고문리라는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문헌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도 있다. 폭포를 외줄로 건널 수 있다고 사람들과 아내를 걸고 내기를 벌였던 한 재인이 있었다. 재인이 외줄을 타고 폭포를 건너자 아내를 빼앗기게 된 사람들이 줄을 끊어버렸고 결국 재인은 폭포 아래로 떨어져 죽고 말았다. 그 후로 이 폭포를 ‘재인폭포’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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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위치 :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부곡리 193

낯선 풍경을 만나는 즐거움, 호로고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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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이름의 호로고루는 임진강 옆 현무암 절벽 위에 세워진 성이다. 고구려 3대 성 가운데 하나로 남진을 하기 위한 교두보로 축조됐다. 과거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지만 지금의 호로고루는 이국적 풍취가 물씬한 핫플레이스로 통한다. 삼각형 모양의 평지성으로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는 주변 경관은 가히 환상적이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듯한, 일명 ‘천국의 계단’은 사진 촬영의 명소로 소문나 있다. 성으로 가는 길가의 풍경도 압권이다. 봄에는 청보리, 여름엔 해바라기, 가을엔 코스모스가 가슴을 설레게 할 정도로 아름답게 일렁이며 임진강변으로 떨어지는 일몰 역시 환상적이다.

Info

  1. 위치 :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 1257-1
  2. 운영 시간 : 상시 개방

Place

정직한 농부의 땀과 정성을 한 잔의 차 ‘장기선 마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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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농사를 짓는 남자와 아리따운 서울여자가 만나 연천에 터를 잡았다. 남자의 고향이자 참마 재배의 명인인 아버지 ‘장기선’ 씨가 43년째 마 농사를 지어온 곳이다. 눈썰미 있는 아내가 대를 이어 기르는 마를 콘셉트로 카페를 열었다. 처음 오는 사람마다 ‘왜 마카페?’냐고 묻지만 맛과 건강을 함께 잡은, 신박한 마 음료를 맛본 후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커피도 있고, 직접 재배한 마와 마로 만든 다양한 상품도 판매한다.

Info

  1. 위치 :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진상10길 13
  2. 운영 시간 : 10:00~18:00 *매주 화요일 휴무
  3. 주요 메뉴 : 말차마밀크 6000원, 인삼마밀크 7000원, 율무마밀크 5000원

Food

절대 풍미! 연천의 시그니처 메뉴 ‘민물매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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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최고의 맛은 역시 민물매운탕이다. 북한에서 발원해 남으로 흐르는 임진강과 한탄강의 상류에 오염원이 없어 이곳에서 잡히는 민물고기는 믿고 먹을 만하다. 예로부터 강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된 까닭에 민물고기 조리 방법이 발달했고 그래서 어느 식당을 가든 빼어난 매운탕 맛을 즐길 수 있다. 매운탕과 함께 맛볼 수 있는 반찬의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특별해 식도락가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임진강에 위치한 매운탕집은 참게장을 직접 담가 내놓고, 한탄강에 위치한 식당에서는 붕어찜을 내놓는 식이다. 민물매운탕에 들어가는 물고기의 종류도 다양하다. 쏘가리, 꺽지, 동자개, 메기, 버들치, 마자, 모래무지, 배가사리, 피라미 등등 신선한 재료가 매운탕의 풍미를 더해준다. 민물매운탕의 성지답게 연천에는 내공 깊은 식당들이 즐비하다. 전곡면의 아우라지매운탕과 한탄강 강변매운탕, 미산면의 강마을매운탕 등이 맛집으로 꼽힌다.


글과 사진 이상호(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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