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서의 눈부신 하루 -나만의 숲, 괴산 여행
이 눈이 부시게 푸르른 계절을 어찌 나야 할까. 사방에 깔린 아름다움에 취해 하루 온종일 황홀경에 빠져보고 싶은데. 이 바이러스와의 전쟁 통에 그게 가능할까? 일단 괴산으로 가자. 사람들과 멀찍이 떨어져 나만의 숲에 홀로 취해 보자.
괴산 속리산 안에 자리한 코오롱스포츠 캠핑장. 깊은 숲속에 텐트와 캠핑 용품 모두 세팅돼 있다. 나무 사이 사이에 텐트와 타프, 야외 바비큐 텐트가 한 채씩 설치돼 있다. 공간이 넓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까지 구비돼 가족 여행으로도 그만이다. |
괴산이 어디지, 싶을 수 있다. 괴산은 충청북도에 있다. 동쪽에 소백산맥을 끼고 있어 대부분 산지다. 충북 한가운데 가장 넓게 자리한 곳인데 속리산 국립 공원이 감싸고 있어 울창한 거목과 바위 계곡이 풍성한 곳이다. 예로부터 명승지와 유적이 많은 곳들은 유명 관광지의 명성에 걸맞는 관광 호텔과 음식점이 줄줄이 늘어서게 마련. 하지만 괴산은 좀 다르다. 산으로 둘러 쌓인 소박하고 담백한 마을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모던한 호텔 대신 숲을 낀 캠핑장과 소박한 펜션이 많고, 유적보다는 계곡과 바위가 주목받는다. 그래서 괴산에 갈 요량이면 숲속 캠핑장을 숙소로 선택하는 게 옳다. 그래야 하룻밤을 보내도 괴산의 공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서울에서 두시간 남짓, 국도를 따라 도착한 괴산은 한마디로 남다르다. 도시에서 완벽하게 떨어져 나온 것 같은, 숲의 정령이 온몸을 휘감아 세상 시름을 잊게 하는, 그런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인터넷에서 서치한 모든 곳을 다 돌겠다는 강박을 털어버리자. 그건 괴산의 시간과 어울리지 않는다. 천천히 걷고 천천히 보며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단 하나의 깊은 숲을 만나는 여행. 짧지만 깊은 여행이 가능한 곳이 괴산이다.
완벽한 숲속 숙소, 코오롱캠핑장
캠핑의 정점은 장작 불 멍때리기. 늦은 밤의 공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
캠핑 의자에 앉아 갓 내린 커피를 마시며 푸르른 나무를 바라보는 것. 모두의 꿈이다. 하지만 캠핑은 쉽지 않다. 장비가 일단 엄청 많이 필요한데, 그걸 갖추기가 어렵다. 게다가 장비를 펼치고 설치하는 수고로움이란! 웬만한 숙련가가 아니라면 시작도 전에 지쳐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글램핑. 하지만 그 럭셔리한 공간엔 캠핑 고유의 정서가 없다. 아름다운 몽골 텐트에 아기자기한 가구를 넣어 공주의 집처럼 꾸민 그곳엔 야생의 정서가 결여돼 있다. 그런데 괴산엔 캠핑의 수고로움과 글램핑의 결여까지 단박에 해결하는 곳이 있다. ‘코오롱스포츠 캠핑 파크’가 바로 그곳이다. 일단 완벽한 전문가용 캠핑 용품을 세팅해 놓았다. 게다가 경관은 얼마나 좋은지. 게다가 진짜 숲속에 있다. 가끔 근교 캠핑 데크를 예약하면 주변에 산도 강도 없어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그런데 이곳은 숫제 속리산 자락에 터를 잡았다. 약 8000평 규모로 만든 자연 속 캠핑 파크. 이 안에 52개의 텐트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코로나로 인해 텐트 간 거리마저 신경 쓰이는 요즘. 이곳은 그런 잔 시름을 다 내려놓을 수 있다. 텐트 사이사이의 나무, 지형적 위치 등을 고려해 배치했기 때문에 보기보다 독립적인 느낌이 강하다. 베이스 캠프를 중심으로 3개로 나뉜 텐트존과 좀 멀찌감치 떨어진 캠핑카 존이 있다. 모두 속리산 맑은 공기와 울창한 나무를 배경으로 한 곳이니 어느 위치를 골라도 상관없다. 아이들과 함께 간다면 울창한 나무 사이에 설치한 ‘어드벤처 놀이터’에서 하루 종일 뛰놀게 하는 게 좋겠다. 부모는 바비큐를 준비하고 아이들은 숲속 그물 놀이터에서 뛰노는 풍경. 상상만으로도 벅찬 이상적 장면이다.
선녀 계곡. 캠핑장 옆길을 산책하다 만날 수 있다. 조용한 숲에 둘러 쌓인 작은 폭포길을 걷다 만나는 놀라운 풍경이다. 미로 공원은 울창한 나무 숲속에서 길을 찾는 재미로 가득 차 있다. 미션을 마치면 큰 종을 울려 성공을 알린다. |
코오롱스포츠의 명성에 걸맞게 모든 장비는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로 세심하게 구비돼 있다. 초대형 거실 텐트와 렉타타프, 테이블, 쿨러, 야전침대, 키친 테이블, 화로 세트, 코펠 세트, 아이스박스, 압력솥, 랜턴, 침낭, 랜턴, 접이식 캠핑 의자… 심지어 전자모기향과 앞치마에 쓰레기봉투 거치대까지! 가을, 겨울 시즌에는 전기장판과 난로도 제공한다. 모두 4인 기준. 사실 ‘캠알못’들은 필수 캠핑 도구 종류와 사용법을 여기서 제대로 익혀 나갈 수 있다. 넓은 주차장은 기본. 그러니까 식재료만 싣고 가면 된다. 이곳의 유일한 단점(?)은 예약을 미리미리 서둘러야 한다는 것뿐이다. 매달 1일부터 다음달 예약을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숙박비는 1박2일(텐트 한 동 4인 기준)은 15~20만 원대.
- 주소 :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 대야로 487
TIP 걸어서 10분 이내에 있는 주변 볼거리
- 선녀 계곡 코오롱캠핑장 3구역 옆에 있다. 좁은 나무 숲길을 3분쯤 걸으면 작은 폭포와 맑은 물이 가득찬 계곡이 펼쳐진다. 캠핑장에서 일박을 하고 난 이른 아침. 안개길을 헤치며 산책해 보길 권한다. 한숨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답다.
- 미로 공원 공원이란 이름 때문에 어린이용이라고 얕잡아보면 안된다. 울창한 나무 사이를 헤매다 길을 잃은 어른이 한둘이 아니다. 그만큼 조성이 잘된 나무 숲이다. 코오롱캠핑장 캠핑카 존 옆에 있는데 깊은 나무 숲을 헤매는 경험이 색다르다. 물론 결국엔 누구나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
신선들의 놀이터인가? 화양구곡
4곡 금사담(金沙潭). 동양화의 한 장면인가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자태다. |
‘화양구곡’. 속리산 국립공원 내에 있는 화양천을 따라 구비구비 펼쳐진 9개의 계곡이다. 하지만 주변의 흔한 계곡을 상상하면 안된다. 천혜의 자연이 만들어낸 계곡마다의 경관이 눈을 뜨고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신비롭기 때문이다. ‘이곳이 과연 속세인가… 천상인가’ 수십 번은 중얼댈 만큼 광활하고, 기이하다. 때론 서정적이며, 장엄하다. 눈앞에 펼쳐진 계곡의 물은 맑디 맑고, 하늘로 치솟은 기암절벽은 서늘하고, 아슬아슬하게 봉우리에 매달린 바위는 뛰어난 조형미로 가슴을 울린다.
코오롱캠핑장에서 20분 정도 차로 달렸을 뿐인데 이런 풍광이 펼쳐진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9개의 계곡을 천천히 돌며 걷는 3km 정도의 이 코스는 걷는 자의 마음가짐에 따라 3시간 코스도, 반나절 코스도, 하루 온종일 코스도 될 수 있다. 부지런히 보물찾기 하듯 탐험하며 걷는다면 왕복 3시간이면 충분하지만, 하나씩 하나씩 그 존재를 드러내는 계곡에 취해 풍광을 즐기다 보면 하루 종일 즐길 수도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곡부터 감상하기로 하자. 하류부터 순서대로 나오는 9곡 중 첫 번째 경천벽(擎天壁)은 공영 주차장 바로 앞에 있다. 기암괴석이 하늘을 향해 가파른 모양으로 솟아올라 있다.
2곡 운영담(雲影潭). 거친 바위와 잔잔한 맑은 물이 장관이다. 모래가 깔린 계곡 가에 앉아 쉬어 가자. |
시작부터 동공이 커진다. 숨을 고르고 화양천을 향해 걸어가는 길. 양 옆에 우거진 나무와 바위, 그리고 계곡이 가슴을 부풀게 한다. 2곡은 운영담(雲影潭)이다. 조각처럼 펼쳐진 바위 아래로 푸른 강(계곡이지만 그 너른 폭 때문에 강이라 부르고 싶다)이 펼쳐진다. 실제 가보면 푸른 강이란 표현이 얼마나 적절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울창한 숲과 푸른 하늘을 담아낸 맑은 강물의 색이 딱 그렇다. 운영담이란 이름은 맑은 날에 구름의 그림자가 비친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가는 바위 모래가 깔린 강가에 앉아 쉬어 가자. 그냥 털썩 주저 앉아도 좋을 만큼 깨끗하다. 4곡 금사담(金沙潭)을 만나면 탄성이 절로 나올 것이다. 계곡 사이 높은 바위 위에 서당인 암서재가 올라 앉았다. 동양화의 한 장면인가,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자태다. 송시열이 정계에서 은퇴한 후 학문을 수행하기 위한 집을 지었던 것을 기려 중수한 건물이다. 5곡부터 9곡까지의 바위들은 깊은 숲속에서 보물 찾기 하듯 만나게 된다. 5곡 첨성대(瞻星臺)는 산 꼭대기에 층층히 쌓인 바위로, 6곡 능운대(陵蕓臺)는 구름에 닿을 듯 높이 솟은 모습으로, 7곡 와룡암(臥龍岩)은 긴 바위가 마치 용이 누워 모습으로, 9곡 파천(巴串)은 평평하고 넓은 흰색 바위와 그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계곡물로 눈 앞에 펼쳐진다. 이렇게 속리산이 남다른 바위들로 절경을 이루게 된 건 화강암과 변성퇴적암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화강암은 날카롭게 솟아오르고 변성퇴적암은 깊게 패여서 병풍처럼 하늘로 솟은 바위와 너른 계곡으로 변신한 것.
만동묘에서 바라본 화양서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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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구곡은 이렇게 수려한 자연 경관과 조선시대 유적이 조화를 이뤄 대한민국 명승 제110호로 지정받은 곳이지만, 그런 의의는 잊어도 좋다. 그저 한마디로 수려한 길이다. 하나의 길로 이어지는 코스라 천천히 공기와 풍경을 음미하며 걷기만 하면 된다. 시간을 내려놓고 걷자. 잠시나마 해탈을 경험할 것이다. 숲과 함께 그 아름다움이 무르익는 봄날의 끝자락에 찾아가는 것이 좋다. 여름이 되면 더위를 피해 계곡으로 몰려오는 사람들 때문에 온전한 감상이 어려울 것이다.
역사적 사실, 이 정도만 기억하자 - 화양서원
화양구곡은 조선 후기 문신 우암 송시열과 깊은 관계가 있다. 송시열은 조선 성리학의 대표. 화양서원은 송시열의 영정을 모시고 제향하기 위해 건립된 곳이며 숙종때 어필로 현판을 달았다. 명나라 의종과 신종의 신위를 모신 만동묘를 원내에 두고 있어 조선후기의 혼란함을 대표하는 서원이자 노론의 본거지로 유명한 곳이다. 화양구곡 4곡인 금사담 바로 앞에 있다.
만동묘
조선시대 후기에 만들어진 만동묘로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 7곡 와룡암(臥龍岩). 긴 바위가 마치 용이 누워 있는 모습이다. |
화양(華陽)은 중국의 햇빛이라는 뜻. 송시열이 화양동을 사랑한 것은 그가 명나라를 떠받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화양서원 내에 위치한 만동묘는 그걸 온몸으로 증명한다. 명나라의 신종과 의종을 위해 세운 사당이기 때문이다. 송시열의 유언으로 지어진 이곳은 들어가는 계단 자체가 믿을 수 없을 만큼 가파르다. 명나라 황제에게 예를 다하러 올라가는 길에 허리를 굽히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명암이 교차하는 역사의 현장이다. 그만큼 돌아볼 의의가 있다. 하지만 긴 계단을 오르면 내려다 보이는 화양구곡의 풍광은 참으로 아름답다.
쌍곡구곡과 소금강
휴게소에서 바라본 소금강. 데크에 누워 그 어디를 쳐다봐도 감탄만 나온다. 소금강이 병풍처럼 주위를 감싼 소금강 휴게소. 소금강 식당은 고급스런 내부 인테리어, 깔끔한 한식 메뉴, 무엇보다 전망이 끝내준다. 버섯탕은 이곳의 대표 메뉴다. |
속리산을 끼고 있어 계곡이 수려하고 깊은 괴산에서 어디를 갈 것이냐를 두고 고민한다면? 십중 팔구 화양구곡과 쌍곡구곡 때문일 것이다. 사실 화양구곡과 쌍곡구곡 중 어디가 먼저라고 말하는 건 불가능하다. 둘 다 괴산8경 중 하나이고 어디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으니까. 다만 화양구곡은 차로는 접근이 불가능한데 반해 쌍곡구곡 중 일부는 드라이브를 하면서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쌍곡구곡은 호롱소, 소금강, 병암(떡바위), 문수암, 쌍벽, 용소, 쌍곡폭포, 선녀탕, 마당바위(장암) 이렇게 9곳. 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조선 당대의 문인들이 시를 읊고 풍류를 즐기고 학문을 수련했던 곳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골짜기마다 위엄이 서려있다. 군자산, 비학산 등이 감싸고 있는 쌍곡구곡은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이 압권인데 여기에 기암절벽과 노송이 어우러져 기품 있는 산수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 중 2곡 소금강은 놓칠 수 없는 절경이다. 쌍곡 입구에서 2.3km 지점에 위치한 이곳은 금강산의 일부를 옮겨 놓은 듯 하다 하여 작은 금강, 즉 ‘소금강’으로 불린다.
거대한 바위 절벽이 마치 병풍처럼 강을 따라 펼쳐지는데, 그 모습이 기세 등등하다. 그 사이사이에 피어난 노송들은 의연한 학과 같고, 그 아래로 흐르는 물은 시리게 푸르다. 이 압도적인 장면에 마음을 홀려 시간을 잊는다. 그런데 이 경이로운 장면을 힘겨운(?) 구곡 트래킹을 하지 않고도 볼 수 있다. ‘소금강 휴게소’를 찾으면 된다. 517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볍게 드라이브를 하면 그만이다. 화양구곡으로부터 25분 정도 달리면 도착한다. 이곳은 쉬이 상상할 수 있는 일반적인 휴게소와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휴게소 이정표에 따라 주차를 하는 순간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눈앞에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소금강이 파노라마처럼 보인다. 소금강이 휴게소 건물을 둥글게 에워싼 형태인데, 어찌 보면 이곳이야말로 소금강을 제대로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 할 것이다. 원두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데크에 앉아 하염없이 바라보는 소금강. 실제로 휴게소에 들어서면 파라솔 아래 자리한 데크에 누워 풍광을 감상하는 이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마치 계곡 정자에서 풍류를 즐기는 조선시대 선비들처럼 말이다. 숲속의 이 휴게소는 아담하다. 그래서 번잡하지 않다. 딱 필요한 것을 딱 알맞게 갖추고 있다. 정갈한 한식이 제공되는 식당, 커피를 파는 카페, 작은 편의점 정도다. 소박한 휴게소와 넓은 야외 공간. 소금강을 마주하기엔 최적의 구성이다. 휴게소보다는 전망소라는 명칭이 오히려 더 어울리는 곳이다.
Info 소금강휴게소
- 주소 : 충북 괴산군 칠성면 쌍곡로 242
- 메뉴 : 버섯전골 1만5000원, 산채비빔밥 9000원, 육개장 8000원, 갈비탕 9000원
괴산 오일장과 그냥 치킨
괴산 오일장의 명물 ‘그냥 치킨’. 가마솥에서 튀겨지는 치킨, 빨간 옷을 입은 사장님, 길게 줄을 늘어선 손님이 이곳의 상징이다. |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만끽했다면 이제 사람 냄새 나는 괴산의 속살을 마주해 보는 것도 좋겠다. 무조건 괴산 오일장을 권한다. 시장에 가면 지역 주민들의 생생한 에너지를 만날 수 있다. 게다가 5일에 한번씩 열리는 전통 재래 시장이라면 말해 뭐할까. 괴산 오일장은 매달 끝자리 3일과 8일에 열린다. 시골 장터의 풍요로움과 왁자지껄함이 살아있는 이곳엔 자연산 나물, 싱싱한 과일, 소박한 그릇, 각종 모종과 식물 등이 넘쳐난다. 그리고 맛있는 간식이 있다. 설탕을 듬뿍 뿌려 먹는 찹쌀 도넛, 꿀 떨어지는 호떡, 재래식으로 튀겨낸 통닭…. 이 모든 것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자연 속 트레킹으로 출출해진 위장을 채우고도 남는 넉넉한 인심은 덤이다. 괴산 오일장의 진정한 명물은 가마솥에 튀겨낸 통닭. 이름하여 ‘그냥 치킨’. 이곳을 찾는 건 식은죽 먹기다. 아침부터 길게 줄을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긴 줄은 기본이고 닭이 튀겨지는 족족 팔려 나간다. 커다란 무쇠 가마솥에서 튀겨지는 치킨의 압도적인 비주얼은 그냥 지나치긴 어려울 정도. 빨간 셔츠와 빨간 앞치마를 입고 끊임없이 작업을 하는 사장님의 모습은 이미 오일장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가성비도 갑이다. 닭다리 7개에 5000원, 닭날개 15개 5000원, 토종닭 한 마리에 1만 원이다. 아삭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할머니네 올갱이 해장국
허영만의 『식객』에 나온 것으로 유명한 올갱이 해장국집 ‘할머니네 맛식당’ , 괴산 오일장. 산막이장이라고도 불린다. 매달 3일, 8일에 열린다. , 재래시장은 추억의 간식 퍼레이드다. |
오일장에서 간식 쇼핑을 했다면 허영만의 『식객』에 나온 노포로 걸음을 옮겨보자. 괴산 오일장에서 십분 정도 걸으면 만날 수 있는 ‘할머니네 맛식당’. 2대째 이어오는 이곳은 올갱이 해장국 전문점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단출한 메뉴가 손님을 맞이한다. 올갱이 무침과 해장국 단 두 종류다. 메뉴가 이렇게 적다는 건 하나의 맛으로 승부를 하겠다는 맛집의 자존심이다. 20년 된 된장과 5년 된 된장을 섞어 국물을 내고 과하지 않은 양념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해장국은 깊은 국물 맛이 일품이다. 특히 올갱이에 밀가루를 입혀 비린 맛을 없애 국물이 깊고 구수하다. 값은 보통이 한 그릇에 7000원, 특대 사이즈는 1만 원이다. 괴산에 와서 단 하나의 토속 음식을 먹어야 한다면 단연 올갱이국이다.
- 주소 : 충북 괴산군 괴산읍 괴강로 12
- 영업 시간 : 매일 06:30~21:00
글과 사진 우주엔(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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