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품은 통영의 맛
풍성한 해산물이 제철마다 넘치는 통영, 팔딱거리는 좌판의 생선을 즉석에서 손질해 주는 아주머니가 한마디 한다. “이리 때마다 싱싱하고 맛난 고기들이 많은데, 꿔 먹어도, 쪄 먹어도, 탕을 해먹어도 뭐든 다 맛있다”. 맞다, 통영은 ‘맛’의 도시이다!
▶생선구이로 신선놀음 화삼리 ‘통영생선구이’
생선의 싱싱한 맛을 보려면 갓 잡아 회로 먹는 게 좋지만, 사실 구이만큼 오감 자극하며 입맛 다시게 하는 게 없다. 이곳에선 냉동을 하거나 간을 재 놓은 저장 생선이 아닌, 제철에 갓 잡은 생선을 노릇하게 구워 한상 푸짐하게 나오는 생선구이 정식(1인 2만 원)이 대표 메뉴. 제대로 대접받는 듯 먹기도 전부터 기분이 달뜬다. 생물 참돔을 기본으로 우럭, 감성돔 등 시의적절한 생선들이 주방에서 1차 초벌구이를 마치고 나오면 테이블 위에서 따뜻하게 한 번 더 구워 먹을 수 있다. 생선 간을 거의 하지 않아 자극적인 생선구이를 상상했다면 심심하다 할 수 있겠지만 담백한 생선 고유의 제 맛을 느끼기에 더 없이 좋다. 양파 절임과 김에 싸 먹는 팁을 알려주시는데,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듯 식당 사장님의 가이드에 맞춰 먹으니 그 맛이 또한 일품이다. 큼지막한 생선도 인스타 인증샷 욕심나지만 창가에 펼쳐지는 바다의 풍광은 오션뷰 호텔 못지않게 통영 여행의 근사한 추억을 만들어 주기 충분하다. 생선 종류에 따라 우럭, 가자미, 아지(냉동 생선 포함) 구이 정식(1만5000원)을 선택할 수 있으며, 앙념 조림을 원한다면 고등어 묵은지쌈밥(1만 원), 멸치 쌈밥(1만 원)을 주문하면 된다.
위치 경남 통영시 용남면 동달안길 84 운영 시간 11:00~18:30
▶졸복의 시원하고 건강한 맛 서호동 ‘분소식당’
복국은 들어보았지만 졸복은 생경하다. 통영에서는 대중적인 음식으로 현지인의 추천으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시장통에 위치한 식당에서 아침 해장이 간절한 손님들 틈에 끼어 뚝배기를 받았다. 졸복국에는 손가락만 한 작은 크기의 복어가 대여섯 마리 담겨 나온다. 아 그래서 졸복이었구나! 작지만 그 국물 맛이 진해 물메기탕만큼이나 인기가 높다. 살의 식감도 쫄깃해, 한 마리 건져 초고추장에 찍어 먹고, 다진 양념 한 수저 넣어 정갈한 경상도식 밑반찬과 함께 후루룩 말아먹어도 좋다. 속은 시원하고, 이마에 땀은 금세 송골송골 맺힌다. 졸복 외에도 통영 별미 멍게 비빔밥(1만2000원), 장어탕(1만2000원/평일만 주문 가능)도 맛볼 수 있다. 시장통에서 먹는 통영의 맛을 느껴보자.
위치 경남 통영시 통영해안로 207 서호시장 내 운영 시간 06:00~ 15:00 *둘째·넷째 화요일 휴무
▶시락국을 아시나요? 서호동 ‘원조시락국’
시락국? 처음 들어본 메뉴지만 통영에선 즐겨 먹는 음식이라 하니 호기심이 생겼다. ‘시락’은 ‘시래기’의 경상도 말. 우리가 평소 먹는 멸치 국물의 시래깃국이 아닌 장어 머리와 뼈를 오랜 시간 푹 고아 만든 육수를 사용한다. 수산 시장에서 이른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아침 식사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시장 사람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먹킷리스트에 꼭 올라가는 국밥집으로 유명해졌다. 서호시장 내 시락국 골목이 있을 정도로 여러 식당들이 포진해 있는데, 일반 식당과는 달리 김치, 깻잎, 젓갈, 무말랭이, 무채 등 10여 가지 기본 찬이 식판처럼 되어 있어 먹을 만큼 담아 오는 시스템이 특징이다. 이 푸짐한 한 상이 단돈 6000원. 취향에 맞춰 부추, 후추, 청양고추 다진 것과 산초 가루를 적당하게 가미해 먹는 맛이 굉장히 이색적이다. 어슴프레한 새벽, 시락국 한 그릇 먹고 해 뜨는 장관을 보는 것도 즐거운 여행 동선이 될 듯하다.
위치 경남 통영시 새터길 12-10 운영 시간 04:00~18:00
▶통영 밥도둑 태평동 ‘충무멸치쌈밥’
통영의 멸치쌈을 이야기할 때 마른 멸치를 상상하면 곤란하다. 우리가 늘 보는 비릿하고 짭조름한 마른 멸치와 달리, 이 집의 멸치 요리는 살이 오동통 오른 생멸치 조림으로 시래기, 양파, 대파 등 갖은 야채들을 더해 매콤한 양념으로 자글자글 조려 자박자박하게 끓여내는 명품 밥상이다. 간이 제대로 들어 통 멸치 특유의 비린 맛도 쏙 빼버린, 그야말로 밥도둑이다. 뼈째 씹어먹는 식감과 고소함이 더해진 얼큰하고 칼칼한 조림 맛은 남해의 푸른 바다와 함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기에 충분하다. 멸치쌈(1만 원/ 2인 이상), 멸치회(1만5000원), 각종 매운탕과 구이를 먹을 수 있고, 멸치쌈, 회, 구이와 파전이 함께 나오는 멸치쌈밥 세트(2만 원/ 2인 이상) 메뉴도 있다. 그 밖에도 제철 회와 야채를 비벼 먹는 물회, 겨울철 메뉴로 빼 놓을 수 없는 생굴 굴전과 찜도 인기.
위치 경남 통영시 중앙시장2길 22 운영 시간 09:00~21:30
[글과 사진 최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