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뜯어보면 극악의 당첨 확률…무리한 투자 금물

복권의 경제학 이야기

충북 보은군 인구는 약 3만3000여 명쯤이다. 전국적으로 하위권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 작은 마을에서 최근 5년간 복권 1등 당첨자가 4명이나 나왔다고 한다. 작은 마을에서 4번이나 1등 배출자가 나왔다면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다가오지 않을까 꿈꿔보게 된다. 그러나 복권 당첨은 2만 명이 축구장에 모였을 때 하늘에서 떨어진 돌을 한 사람이 맞는 확률이다.

시티라이프

지난 8월 충북 보은 지역의 한 로또복권 판매점에서 수동으로 구매한 복권 1장이 1등에 당첨됐다. 당첨금은 27억 원대였다. 지난 2016년에도 1등 당첨자가 나와 26억 원을 챙겨갔다. 여름 전지훈련을 위해 이 고장을 찾은 운동부 감독이 선수 등번호를 써넣었는데 이 번호가 1등의 행운을 가져왔다는 후문까지 한참 돌았다고 한다.


작은 마을에서 4번이나 1등 배출자가 나왔다는 얘기를 들으면 놀랍기도 하고, 또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다가오지 않을까 꿈꿔보게 된다. 매년 새해 인사에 ‘로또 당첨되세요~’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 것도 역대급 행운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복권에 당첨될 확률을 다각도로 측정하며 ‘불가능’한 일로 치부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복권 당첨은 그야말로 인생에 한번 올까 말까 하는 행운이다. 축구경기장에 2만 명이 꽉 찼다고 치자. 하늘에서 축구장에 돌이 떨어졌을 때 한 사람이 딱 맞는다면 2만 분의 1이다. 상상해보면 이러한 일이 벌어지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로또 복권 당첨 확률은 겨우(?) 이 정도 수준이 아니다. 복권당첨금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미국 대표 로또복권 파워볼을 예로 들어보자. 파워볼의 당첨 확률은 현재 2억9200만분의 1 수준이다. 원래 1억7500만분의 1이었는데 미국 주정부가 세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로또판매금을 더 걷기 위해 확률을 낮추고 금액을 높였다. 미국 로또복권 당첨 확률은 번개를 맞을 확률(1/1만5300)이나 슈퍼모델이 길거리를 지나가다 당신을 마주친 후 첫눈에 사랑에 빠질 확률(1/8만8000), 상어에 물려죽을 확률(1/370만), 자판기에서 과자를 뽑아먹다 죽을 확률(1/1억1200만)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런 극악무도한(?) 확률에도 어쨌든 매주 매월 매년 당첨자가 발생하니, 사람들이 복권 ‘대박’을 기대한 것은 무리는 아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7년 기준 미국의 연간 복권 판매액은 710억 달러(약 82조 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인이 음악, 독서, 스포츠 경기관람, 영화 관람액 등 문화생활에 쓰는 총 비용보다도 큰 액수라고 한다. 미국인은 한 달에 평균 86달러(약 9만9500원), 연간으론 1038달러(약 120만 원)가량을 복권 구입에 쓴다.


당첨 확률만 따진다면 로또를 사는 건 미친 짓에 가깝다. 그러나 돈의 가치는 다각도로 따져봐야 한다. 매주 로또 5000원어치를 투자해 당첨될 것이라는 기대감만으로 5000원 이상의 행복감을 누릴 수 있다면 구매액은 결코 낭비하는 돈이 아닐지 모른다. 복권 당첨 상상만으로도 기쁜데 극악의 확률일지언정 당첨 가능성도 남아 있으니 로또의 가치는 분명한 셈이다.


또 어떤 이는 로또 자금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점에 의미를 두는 이들도 있다. 국내 로또는 의료, 복지, 교육 등 공익사업으로 주로 사용된다.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로또 구매액이 아깝지 않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좋은 일을 하면서도 당첨가능성도 있으니 말이다.


다만 무리한 수준으로 로또를 사는 건 추천할 만한 일은 아니다. 미국 사례를 다시 예로 들면 로또에 큰돈을 쏟는 이들은 연소득 3만 달러(약 3500만 원) 이하 소득층과 65세 이상 노인층이라고 한다. 연봉이 3만 달러에 못 미치는 이들은 소득의 13%가량을 로또에 소비한다. 이 정도면 생활비의 상당부분인데 여윳돈을 활용한 투자라기보다는 그야말로 ‘대박’을 노린 무리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하나 더. 로또에 당첨된 이들이 다 행복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로또에 당첨된 뒤 반짝 화려했다가 인생이 망가진 사례는 숱하게 언급됐다. 하버드대학과 워윅대학 연구진 등에 따르면 2000만 달러 이상의 거액 당첨자는 대부분 당첨 후 불행에 빠졌다고 응답했다. 물론 경제적 자유를 얻어 조용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보다 더 많지 않을까 싶다.


글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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