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맛집 공간
오래된 맨션, 절경을 가진 뷰, 아름다운 정원, 미래적인 인테리어…. 맛있는 음식 못지 않게 공간이 주는 묘한 매력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제각기 다른 장소에서 펼쳐지는 맛 이야기를 소개한다.
슈퍼 가정식 슈퍼판
동부이촌동의 장미맨션 1층에 위치한 ‘슈퍼판(super PAN)’. 동네 분식점이나 치킨집 같은 편안한 공간으로 ‘이촌동 가정요리 선생님’으로 유명한 요리연구가 우정욱 씨가 운영하는 퓨전 음식점이다. 정갈하고 따뜻한 요리가 한식부터 이탈리안, 중식 그리고 퓨전 등으로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모든 음식의 공통점은 질 좋은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정성껏 만든 가정식이라는 것. 편안한 집밥이라고는 하지만 깊은 손맛이 들어가 특별해진 요리들을 소개한다. 부드럽게 졸인 검은 콩에 달콤한 마스카포네 치즈를 버무려 따뜻하게 데운 바게트 빵에 올려 먹는 ‘서리태 마스카포네 치즈(1만4000원)’가 있다. 서리태를 5ℓ짜리 냄비로 나흘에 한 번씩 삶아도 동이 날 정도라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한우를 정성스럽게 치대 만든 패티에 데미그라스 소스를 얹고 반숙 계란 프라이를 올린 ‘함박 스테이크(2만3000원)’, 그리고 짭조름하고 감칠맛이 좋은 어란이 듬뿍 뿌려진 어란 파스타(3만 원) 역시 인기 메뉴다. 어란과 오일 파스타의 매치가 환상적이다. 어란이 남았다면 밥에 비벼 먹어도 일품이니 참고하자. 그리고 1시간 이상 수비드한 문어와 아보카도, 새우를 듬뿍 넣고 와사비 드레싱에 무쳐낸 문어 아보카도(3만 원)는 톡톡 씹히는 문어에 아보카도의 고소함과 키위의 상큼함이 조화롭다. 그 밖에도 투플러스 한우 업진살과 아롱사태, 스지를 특제 다마리(맛)간장과 프랑스산 트러플 소금에 곁들이는 수육, 활 전복을 소스에 조려낸 전복초, 통영에서 직송한 굴무침 역시 별미다.
주소: 서울 용산구 이촌로 64길 61 장미맨숀 105호
영업시간: 11:30~22:00, 브레이크 타임 14:00~17:30 *일요일 휴무
소반 위에 담긴 정성 일人일상
서울 은평구 한옥마을 입구에 들어선 5층짜리 복합공간이 있다. 1~2층은 카페 ‘일人일 잔’, 3층은 가구전시장, 4~5층은 다이닝 공간 ‘일人일상’이다. 모두 1인 1상으로 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양병용 작가의 소반상을 사용하고 있다. 소반에 나오는 이곳의 음식은 한식이 아닌 이탈리안이며 동서양을 접목한 퓨전 요리도 함께 선보인다. 바삭하게 튀긴 소프트쉘크랩이 올라간 블랙페퍼 올리브오일 파스타(2만3000원), 최고급 향신료 샤프란과 관자, 새우, 호박을 넣어 만든 리조토인 관자를 올린 새우호박 샤프란 리조토(2만3000원), 매콤한 닭다리살 구이를 곁들인 먹물 리조토(2만4000원) 등이 많이 찾는 요리다. 창밖에 펼쳐진 북한산의 절경을 바라보며 잘 차려진 한 상을 마주하자니, 제대로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주소: 서울 은평구 연서로 534 4층
영업시간: 11:00~23:00, 브레이크 타임 14:30~18:00 *월요일 휴무
간판 없는 파스타 맛집 녁(역삼점)
을지로 녁이 역삼동으로도 진출했다. 미니멀하고 아담한 공간 안에 오픈 키친이라 코 앞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데 특히 생면을 뽑고 있는 광경도 볼만하다. 높은 수준의 주방을 뜻하는 ‘알타구치나’를 추구해 그 말에 걸맞는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곳에 대표적인 3대 파스타를 소개하자면 첫 번째는 모렐 버섯과 프로슈토로 빚은 라비올리에 탈레지오 치즈 소스, 브랜디에 절인 사과와 파인애플과 조화를 이룬 모렐 라비올리(3만4000원). 두 번째는 파프리카 소스로 맛을 낸 파스타에 구운 삼치를 올린 빼빼로나따(3만 원). 마지막으로 버터로 맛을 낸 파스타에 연어알과 아브루가 캐비어가 올려진 어란 알프레도 파스타(3만 원)다. 그 밖에도 뇨끼와 라구 파스타도 인기다. 전화 예약은 영업시간 내 가능하며, 브레이크 타임 및 영업 이외의 시간은 온라인 예약만 가능하다.
주소: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21길 25
영업시간: 11:30~22:00, 브레이크 타임 14:30~18:00 *일요일 휴무
정원이 예쁜 곳 레이지쿠오레
작은 골목길에 있는 2층 주택을 개조한 곳으로 통유리를 통해 한눈에 들어오는 정원과 함께 세련되고 우아한 분위기는 유럽 고급 식당을 연상시킨다. 대표 메뉴로는 우니김크래커(2만2000원), 돌문어 관자 파스타(3만2000원)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우니김크래커는 성게 알과 김의 향 조화가 일품인데 입안 가득 바다의 향긋함이 퍼져 식욕을 자극해 애피타이저로 완벽한 메뉴다. 돌문어 관자 파스타를 위해 살아 있는 완도산 돌문어를 매일 아침 수산시장에서 직접 공수해 오는데 신선한 돌문어를 살짝 구운 후 감자 크럼블을 시즈닝으로 올려 부드럽고 바삭한 식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거기다 무와 북어포, 허브, 와인으로 마리네이드해 감칠맛을 더했다. 이탈리안 식당으로는 드물게 자체 수조를 보유하고 있어 완도 전복, 통영 문어 등 국내 각 지역에서 올라오는 수산물들을 신선하게 보관. 요리 직전에 손질해 최상의 맛을 선사한다.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16-11
영업시간: 12:00~22:00, 브레이크 타임 14:30~18:00
'글과 사진 류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