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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는 낙서도 예술… 할리우드 찍고 미술관으로

영화·미술 위주로 LA 여행하기

조선일보

미국 캘리포니아의 환상적인 날씨와 아름다운 해변을 만끽할 수 있는 베니스 비치. 스케이트 보더들의 '성지(聖地)'로 LA에서 손꼽히는 랜드마크다. / 임성훈 여행작가

누구는 '꿈의 도시', 누구는 '환상의 도시'라 한다. 뉴욕에 이어 미국에서 둘째로 크고 서부를 대표하는 로스앤젤레스(LA)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LA 여행은 꿈과 환상을 현실로 경험하는 것이다.


막상 LA를 여행하기란 쉽지 않다. 이 도시는 거대하다. 해변 길이만 120㎞에 이른다. 이름난 랜드마크가 무수히 많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영화'와 '미술'에 주파수를 맞추는 건 어떨까. LA에 대한 꿈과 환상은 대체로 할리우드 영화에서 시작됐고 미술로 확장되었으니까.

'라라랜드(La La Land)' 주인공처럼

'라라랜드'(2016)를 보았다면 LA의 낭만적 풍경을 기억할 것이다. 이 영화는 LA 여행을 위한 최고의 가이드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속 랜드마크만 따라가도 LA 여행은 절반의 성공이다.


그리피스 천문대(Griffith Observatory)는 '라라랜드'에서 가장 돋보이는 장소다. 할리우드산 위에 세운 천문대는 시내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LA 최고 전망 포인트. 해 질 무렵 가장 아름답다. 운이 좋으면 영화 속에서 본 핑크빛 하늘을 눈에 담을 수도 있다. 반짝거리는 야경을 바라보며 영화 속 미아(에마 스톤)나 서배스천(라이언 고슬링)처럼 낭만을 즐겨본다. 그리피스 천문대에선 또 다른 영화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이유 없는 반항'(1958)을 촬영한 기념으로 세워놓은 주연 배우 제임스 딘의 흉상이다. '이유 없는 반항'은 '라라랜드'의 남녀 주인공이 함께 본 영화라는 점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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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라랜드' 촬영지이자 LA의 야경 명소인 그리피스 천문대. / Griffith Observa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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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짧은 철도로 유명한 '에인절스플라이트'. / 임성훈 여행작가

그들이 데이트를 즐긴 에인절스플라이트(Angels Flight)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철도로 유명하다. LA 다운타운의 벙커힐에서 힐스트리트까지 90m 급경사를 오르내린다. 고전적 열차를 타고 10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기분. 편도 1달러면 충분하다.


에인절스플라이트 건너편엔 그랜드센트럴마켓(Grand Central Market)이 있다. 미아와 서배스천이 데이트를 했던 엘살바도르 식당엔 '라라랜드' 포스터가 붙어 있다. 현지인들로 북적이는 시장에서 그들처럼 한 끼 식사를 즐겨보자. 에그슬럿은 이 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맛집. 달걀과 폭신한 브리오슈 번으로 만든 샌드위치가 부드럽고 담백하다.

할리우드 영화 속으로 풍덩

LA에 왔다면 세계 영화 산업의 중심인 할리우드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지사. 할리우드 거리(Hollywood Blvd.)를 찾는 이유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돌비 시어터와 스타들의 핸드프린팅을 볼 수 있는 TCL 차이니스 시어터 , 5㎞에 이르는 워크오브페임…. 하지만 진부한 관광지가 되어버린 풍경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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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 브러더스 스튜디오. 투어를 신청하면 영화나 TV프로그램을 촬영하는 세트장을 가이드와 함께 둘러볼 수 있다./임성훈 여행작가

진짜 할리우드를 느끼고 싶다면 미국 대표 영화사인 '워너 브러더스' '파라마운트 픽처스' '소니 픽처스' 등에서 운영하는 스튜디오 투어를 추천한다. 워너 브러더스 스튜디오에선 투어 가이드와 함께 영화, TV 프로그램을 촬영한 세트장을 둘러볼 수 있다. 영화 '주라기 공원'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 등과 TV 시트콤 '프렌즈' '빅뱅 이론'까지 화면 속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영화 '배트맨' '원더우먼' '스타 이즈 본' 같은 영화에서 배우들이 실제로 입은 의상이나 소품을 전시한 공간도 만날 수 있다. 실제 촬영 중인 세트장이나 제작이 한창인 소품실을 지날 땐 할리우드에 와 있다는 실감이 절로 난다. 영화 속 음향, 특수 효과 등 최신 영화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좋아하는 작품이 따로 있다면 그 영화를 제작한 영화사의 스튜디오 투어에 참여하는 게 효과적이다. 투어 시간과 가격은 영화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예약 필수.

LA는 미술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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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카운티미술관을 상징하는 작품이자 LA의 아이콘이 된 크리스 버든의 '어번 라이트'. / LACMA

LA 여행에는 미술관이 빠질 수 없다. 2008년 LA카운티미술관(LACMA) 야외에 설치된 크리스 버든의 '어번 라이트'는 LA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된 지 오래다. 1920~30년대에 제작돼 LA 거리를 비춘 가로등 202개를 격자판 형태로 정렬해 만든 작품이다.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해가 진 뒤 가로등에 불이 켜지면 더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LA카운티미술관은 고대에서 현대, 북아메리카와 유럽, 아시아, 중동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을 소장한 미국 서부 최대 규모 미술관이다. 우리 유물도 볼 수 있다. LA카운티미술관의 한국관은 해외에서 가장 큰 규모. 올 6월엔 '서예'를 주제로 한국 특별전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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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 리히텐슈타인, 제프 쿤스 등 쟁쟁한 현대 미술가의 작품들이 전시된 더브로드./임성훈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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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브로드(The Broad)는 LA에서 가장 젊고 인기 있는 미술관이다. 앤디 워홀, 리히텐슈타인, 제프 쿤스, 장 미셸 바스키아, 구사마 야요이 등 쟁쟁한 현대 미술가의 작품 2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흰색 벌집 모양의 직사각형 건물이 독특한데 미국 억만장자 엘리 브로드가 건물을 짓고 자신의 아트 컬렉션을 기증해 만들었다. 더브로드는 입장료가 없다. 다만 홈페이지에서 예약이 필수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1층에 전시 중인 구사마 야요이의 '무한 거울의 방'. LED 라이트와 거울을 이용해 빛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는 전시로 한 그룹당 단 45초만 관람이 가능하다. 더브로드 건너편엔 현대미술관(MOCA)이 있다. 아마추어부터 잭슨 폴록, 몬드리안, 앤디 워홀 등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까지 미국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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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재벌 존 폴 게티의 방대한 소장품을 만날 수 있는 게티센터. 대리석으로 만든 건물은 세계적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했다./강정미 기자

게티센터(The Getty Center)는 미국 석유 재벌 존 폴 게티가 45만㎡의 광대한 부지에 14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완성한 개인 미술관이다. 트램을 타고 언덕을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하얀 대리석 건물은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케 한다. 프리츠커상을 받은 세계적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했다. 존 폴 게티의 소장품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며 고흐의 '아이리스'를 비롯해 렘브란트와 세잔, 마네, 자코메티 등 세계적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관람은 무료다. 미술관 못지않게 아름다운 정원이 있어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 한국어 안내서와 오디오 가이드도 이용할 수 있다.

거리의 미술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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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넘치는 그라피티로 가득한 '아트 디스트릭트'의 거리. / 임성훈 여행작가

이 도시를 걷다 보면 세상을 화폭 삼은 거리의 그라피티(graffiti)를 자주 만날 수 있다. 아트 디스트릭트(Arts District)는 화려한 그라피티로 가득하다. 자유분방하고 개성이 넘친다. 지금은 갤러리와 트렌디한 카페, 레스토랑까지 들어서며 LA의 명소가 됐지만 한때는 다운타운의 골칫거리였다. 철도, 제조업 시설이 밀집한 지역에 하나둘 빈 건물이 늘어나면서 빈민가처럼 되었던 것. 예술가들이 빈 건물에 입주해 활동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아트 디스트릭트는 어느새 지역 예술가들의 갤러리와 세계적 그라피티 작품이 모이는 '거리의 미술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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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항을 이용하면 인천~LA가 11시간, LA~인천은 13시간 20분 걸린다. 시차는 16시간. LA 여행을 위한 정보는 LA관광청 홈페이지(kr.discoverlosangeles.com)를 참고하면 편리하다. '할 수 있는 것' '명소와 투어' '미술과 문화' '아웃도어와 웰빙' '쇼핑' '먹거리와 음료' '숙박' 등 여행에 유용한 분야별 정보와 최신 이벤트를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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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의 주요 명소를 무료 또는 할인 가격에 이용 가능한 '로스앤젤레스 고' (Los Angeles Go) 카드를 이용해볼 것. 카드 한 장에 유니버설 스튜디오, 워너 브러더스 스튜디오 투어, 마담 투소, 식스 플래그스, 노츠베리 팜 등 30여 어트랙션이 모여 있다. 1일권부터 7일권까지 일정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LA=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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