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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추천한 명불허전 설악산·내장산… 10대 단풍 성지는

지난해 단풍철 이용이 폭증한 단풍 명소와 국립공원공단이 추천한 ‘걷기 좋은 가을 국립공원 7곳’ 종합. 실패 없는 단풍 성지.

AI·내비·전문가 추천

10대 단풍 성지는?

단풍나무가 연못을 감싸듯 두른 충복 제천 '배론성지'의 '마음을 비우는 연못'. 천주교 성지인 배론성지는 단풍철엔 '단풍 성지'가 된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한국의 사계절은 “봄, 여어어어어름, 갈, 겨우우우우울”로 불린다. 길어진 여름, 겨울에 비해 짧아진 가을을 우스개로 표현한 것이다. 평균 기온 상승과 늦더위로 ‘가을 실종 사건’에 이어 이번엔 ‘단풍 지각 사태’다. 단풍 절정 시기도 예년보다 약 5~6일씩 늦어지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절정기를 지나 이미 ‘막’을 내린 곳도 있다. 짧아서 아쉬운 올가을, 단풍 구경하러 어디로 가야 할까. AI와 아웃도어 전문가 3인이 추천한 10대 단풍 성지를 소개한다. 카카오내비 기준 지난해 단풍철 이용이 폭증한 단풍 명소와 국립공원공단이 추천한 ‘걷기 좋은 가을 국립공원 7곳’을 종합해 실패 없는 단풍 성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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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윤혜

◇챗GPT는 名山 추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인 ChatGPT(이하 챗GPT)가 추천한 ‘우리나라 10대 단풍 명소’는 ‘설악산·내장산·지리산·오대산·팔공산·남이섬·한라산·북한산·소백산·가야산’이다. 내장산은 내장사와 백양사 주변을, 지리산은 피아골 계곡 단풍을, 오대산은 월정사 전나무숲길과 선재길을, 팔공산은 동화사 주변을, 남이섬은 메타세쿼이아 길을, 한라산은 영실 코스를, 소백산은 희방사 코스를, 가야산은 해인사 주변을 꼽았다. ‘숨은 단풍 명소’를 묻자 강원 인제 방태산과 경북 청송 주왕산국립공원, 경북 문경새재, 강원 횡성 청태산 자연휴양림, 강원 홍천 수타사 계곡, 전남 해남 미황사, 충남 공주 계룡산국립공원 내 갑사 계곡, 전북 순창 회문산과 진안 마이산, 전남 장흥 천관산이라고 답했다. 널리 알려진 명산(名山) 중심의 추천이었다.


차를 이용하는 단풍 여행객이 많이 찾는 곳은 조금 달랐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해 단풍 시즌(10월 중순~11월 초)에 전월 동 기간 대비 카카오내비 길 안내 이용자가 급증한 장소는 경북 경주 도리마을 은행나무숲, 강원 홍천 은행나무숲, 경남 합천 황매산, 경북 청송 주왕산, 전북 순창 강천산, 경기 광주 화담숲, 강원 양양 설악산, 강원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전남 구례 지리산 노고단 순이었다. 단풍 명소 중에서도 차량 접근성이 좋았다.


아웃도어 전문가들이 추천한 단풍 명소는 더 구체적이다. ‘월간 산’ 신준범 기자는 “일반인이라면 지리산보다 설악산 금강굴과 공룡능선의 신선대 코스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사진발 여행지’를 꿰고 있는 ‘스냅존’의 전응식 대표는 “명산의 웅장한 단풍 풍경보단 경북 경주 도리마을 은행나무 숲과 함께 ‘경북천년숲정원’이나 충북 제천 ‘배론성지’, 전북 완주 ‘아원고택’처럼 건물 등 주변 환경과 단풍이 잘 어우러진 곳들이 단풍 성지”라고 했다.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누비는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은 “올해는 단풍이 예쁘지 않아 아쉽다”면서도 “다양한 수종이 섞여 팔레트 물감처럼 화려한 색을 자랑하는 단풍 명소도 좋지만, ‘뻘건색’ 천지인 전북 무주 적상산이나 노란색 천지인 괴산 문광저수지 은행나무숲 등 총천연색 단풍 성지를 찾는 것도 재미있다”고 했다.

지난 10월 17일 드론으로 촬영한 '철암단풍군락지'. 철암천에 가까울수록 붉은색이 강하다. 올해는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단풍이 예년같지 않다지만, 하늘에서 내려다본 단풍군락지 풍경은 가을의 선물 같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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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태백 철암단풍군락지

평균 해발 900m의 고원 도시 태백의 철암단풍군락지도 빠질 수 없다. 매년 첫 단풍 축제를 여는 곳이다. 10월 중순이면 철암초등학교 앞 철암천변을 따라 0.3ha의 숲이 붉은 물결을 이룬다. 올해 단풍 축제는 지난 11~13일에 열었지만, 10월 23일 현재 단풍이 절정기를 지나는 중. 천변을 따라 단풍군락지와 눈높이를 나란히 하는 전망 공간이 마련돼 있어 남녀노소 감상하기 편하다. 철암교를 건너면 ‘단풍산소길’이 이어진다. 코스를 선택해 짤막한 산책 겸 등산을 할 수 있다. 단, 오후부터는 그늘이 지기 시작하니 조금이라도 예쁜 색감을 감상하고 싶다면 오전에 서두르자.

◇강원 양양·고성·속초 설악산

설악산은 챗GPT AI도, 아웃도어 전문가들도 추천하고, 카카오내비 단풍철 즐겨 찾기 명소 순위에도 오른 명불허전 단풍 성지. 신준범 월간 산 기자는 “과거 등산가들 사이에 1위가 지리산이었다면, 지금은 유튜브 쇼츠처럼 자극적이면서도 강렬한 감동을 주는 당일 산행권인 설악산이 대세”라고 했다. “단풍을 즐기기 위한 등산이라면 설악동에서 시작해 비선대, 금강굴까지만 다녀오는 왕복 3시간 코스도 괜찮다. 특히 금강굴에 닿으면 비경이 터지는데, 천불동계곡의 단풍이 잘 보인다”고 덧붙였다. 월 1회 이상 등산한다면 공룡능선의 첫 번째 봉우리인 신선대에 도전해볼 일이다. 신 기자는 “10월까지는 새벽 3시에 입산이 가능하니 그 시간대를 공략해 신선대까지 올랐다가 하산해도 충분히 가을 운치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흘림골탐방로(예약제)에선 암봉을 물들인 단풍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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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의 일부 구간은 며칠 전 강풍으로 이미 단풍철이 막을 내렸다. 지난 10월 24일 기준 가야동 등에 단풍이 남아 탐방객들을 반기고 있다. / 설악산국립공원

설악산 권금성 지역의 관측목 기준 설악산의 단풍 절정 시기(관측목 50% 이상 물들었을 때)는 10월 22일쯤이다. 설악산국립공원은 “아쉽게도 고지대는 며칠 전 강풍의 영향으로 단풍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가야동 등 일부 구간에 단풍이 남아있다”는 소식을 전했으니 참고하자.

◇충북 제천 배론성지

천주교 성지인 충북 제천 배론성지(천주교 원주교구 배론성지)는 1800년대부터 박해를 피해 숨어든 천주교인이 모여 형성된 교우촌이다. 성지 순례객들의 발길이 365일 이어지는 가운데, 이즈음엔 단풍 성지로 더 이름을 날린다. 17개 순례 코스 중 시작점이랄 수 있는 ‘마음을 비우는 연못’이 소문난 단풍 명소다. 예수상을 중심으로 연못을 두른 울긋불긋한 색감의 단풍나무가 운치를 더한다. 계곡길을 따라 걷다 보면 노란 은행나무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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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관통하는 계곡 주변으로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는 '배론성지'.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천주교 역사에서 ‘땀의 순교자’로 불리던 최양업 신부의 묘, 1855년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신학교인 성 요셉 신학당, 순교자 황사영이 백서를 썼던 토굴 등이 자리한다. 제천 지역 단풍 절정 예상 시기는 10월 28일쯤이다.

◇전북 정읍 내장산

설악산과 함께 AI, 아웃도어 전문가들은 내장산국립공원 내 ‘우화정’과 ‘백양사’ 등을 단풍 성지로 꼽기도 했다. 내장산은 내륙에서 단풍이 가장 늦게 물들기 시작해 11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10월 20일 현재 아직은 푸른 기운이 강세다. “올해는 11월 초쯤 돼야 고운 단풍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내장산국립공원의 얘기. 단풍이 시작되면 아기 손바닥만 한 ‘아기단풍’이 터널을 이루고, 빨간 단풍잎이 연못을 별처럼 수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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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산 대표 단풍 명소인 '우화정'. 아기 손바닥만 한 아기단풍이 연못까지 손을 뻗는다. 올해 내장산 단풍 절정기는 11월 초로 예측된다. / 정읍시

우화정(羽化亭)은 정자에 날개가 돋아 승천했다는 전설이 깃든 명소. 지금의 우화정은 2016년에 전통 한옥 양식으로 다시 지은 것이다. 고색창연한 운치는 적지만, 단풍철에 맞춰 맑은 연못 가운데 연꽃처럼 떠 있는 정자 사진을 찍으러 전국 사진 동호인들이 발걸음 한다. 전응식 대표는 “몽환적 사진을 건지려면 이른 아침을 공략하라”고 귀띔했다. 단, 단풍철엔 차량 통행을 금지하기에 매표소 부근에서 셔틀버스(편도 1000원)를 이용하거나 단풍 터널길(2.2km)을 걸어 닿을 수 있다. 우화정 부근에서 내장사까지 케이블카(성인 왕복 1만원)가 오간다.

지난 10월 17일 찾은 내장산국립공원 '백양사'의 '쌍계루'는 아직 푸른 색감이 강세였다. 백양사 종무소 직원은 "11월 초나 되어야 단풍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 박근희 여행기자

가을 풍경은 백양사(백양사 지구)도 뒤지지 않는다. 연못과 징검다리, 그 뒤로 기암절벽이 원근감 있게 펼쳐지는 쌍계루는 백양사의 인기 포토존이다. 백양사로 향하는 길엔 전설을 품은 듯한 거대한 갈참나무가 볼거리다. 장성 백암산의 약사암, 상왕봉까지 등산 코스가 다양하게 이어져 출발점으로 삼을 만하다. 백양사는 주차장·입장료 모두 무료.

◇경북 청송 주왕산, 전북 무주 적상산

국립공원 연간 방문객 통계에 따르면 설악산, 내장산에 이어 주왕산도 상위권이다. 국립공원뿐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포함돼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암벽 샛길을 걸으며 단풍과 만날 수 있다. 주왕계곡 코스(왕복 8km)가 걸어볼 만하다. 주왕산국립공원 직원은 “예약제로 운영하는 절골계곡 코스는 이번 단풍철 주말 예약이 완료됐으며 평일 일부 예약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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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만나게 될 경북 청송 주왕산국립공원에 있는 주산지의 가을. / 주왕산국립공원

전북 무주 덕유산국립공원 내 적상산은 AI도 놓친, 아웃도어 전문가들이 찾는 곳이다. 적상산(赤裳山)은 붉은색 바위 지대가 마치 산이 붉은 치마를 입은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우석 소장은 “시뻘건 단풍이 절벽 주변을 채우면 이름처럼 빨간 치마를 입은 듯하다”고 말했다. 전응식 대표는 “적상산 중에서도 ‘적상산사고지’ 주변이 특히 아름답다”고 했다. 적상산사고는 1614년 조선왕조실록 등을 보관하는 장소로 지어졌다가 1910년 폐쇄, 이후 복원을 거쳤다. 실록각과 선원각 내부에선 적상산사고의 역사와 조선왕조실록 사고의 변천 과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관측목인 덕유산 적상산 단풍나무는 지난 21일 첫 단풍을 시작으로 10월 말부터 11월 초쯤을 절정 시기로 예상하고 있다. 이우석 소장은 “경남 밀양의 가지산 얼음골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산 능선을 트레킹하면서 보는 단풍 산도 절경”이라며 “트레킹 끝나는 지점에 억새가 마중 나오니 꼭 가보라”고 덧붙였다.

◇화담숲, 도리마을·홍천 은행나무숲도

100% 온라인 예약제에 따른 유료 입장인데도 단풍철마다 예약 전쟁인 경기 광주 화담숲과 경주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은 카카오내비로 지난해 많이 찾은 단풍 명소에도 이름을 올렸다.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은 지난해 전월 동 기간 대비 36.4% 이용객이 증가해 1위를 차지했다. 인근의 ‘경북천년숲정원’의 메타세쿼이아 길과 외나무다리는 젊은 층 사이에서 단풍 성지뿐 아니라 인생 샷 성지로도 ‘핫’하다. 국립공원공단 추천 ‘가을철 가족들과 걷기 좋은 국립공원 길 7곳’ 중 하나인 ‘경주 삼릉숲길’도 간 김에 산책해볼 만하다.


매년 10월 한 달만 개방하는 홍천 은행나무숲을 볼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는 국내 최대 규모 은행나무 군락지로 알려진 용인 에버랜드 은행나무 숲이 50년 만에 유료 개방한다는 소식. 마음이 급해진다. 짧아진 가을, 단풍은 기다려주지 않기에.


[ 단풍이 들 때 맛있어진다! 바다는 꼬막·굴·홍합이 제철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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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 '천북 굴 단지'의 영양굴밥. 단풍철이 절정으로 향할 때쯤 굴과 꼬막, 홍합의 계절이 시작된다. / 보령시

눈여겨볼 만한 가을 수산물 축제


단풍뿐 아니라 바다 수산물도 지각생, 결석생이 속출하고 있다. 9~10월 전어 실종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즈음 차가워진 수온에 살이 탱탱하게 오르는 수산물들도 예년 같지는 않다지만, 그래도 이제 시작이다. 차가워진 바다, 갯벌에서 건져 올리는 싱싱한 수산물 식도락 여행이.


전남 보성군 ‘벌교 꼬막’은 11월 초부터 제철을 알린다. 벌교 꼬막 축제에 맞춰 평소 조용했던 벌교읍도 시끌시끌해진다. 올해 벌교 꼬막 축제는 11월 1일부터 3일까지 벌교천 변 일대에서 열린다. 벌교 꼬막 정식을 파는 식당에서 소설 ‘태백산맥’ 속 표현처럼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꼬막을 실컷 맛보고, ‘남도여관(구 보성여관)’, ‘소화의 집’ 등을 둘러보는 문학 기행도 해볼 만하다. 갈대가 물결치는 중도방죽도 단풍 성지만큼 인기다.


충남 보령의 최북단 바닷가 장은리에 조성된 천북면 굴 특산 단지 ‘천북 굴 단지’에선 오는 11월 16~17일 ‘천북 굴 축제’가 기다린다. 천북면 일대 서해안은 물론 인근 지역 굴 양식장에서 공급되는 싱싱한 굴을 매일 맛볼 수 있다. 축제뿐 아니라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주말이면 굴구이부터 굴찜, 굴전, 영양굴밥 등을 맛보려는 차량이 이어진다. 천북 굴 단지 상인회는 “천북 굴은 씨알은 작아도, 쫄깃쫄깃하고 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굴 활용 메뉴들이 다양하게 나오는 영양굴밥 정식도 많이 찾는다. 식사 후 인근 ‘홍성 방조제’ 드라이브는 덤이다.


11월 2일엔 경남 창원 ‘3·15 해양누리공원’에서 ‘제2회 창원 홍합 축제’도 열릴 예정이다. 창원시 수산과 관계자는 “여기저기서 고수온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지만, 홍합 주산지인 만큼 싱싱한 홍합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천·태백·정읍=박근희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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