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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by 조선일보

62조원에 트위터 산 머스크는 몽상가? 그가 세면대 들고 출근한 이유 있었다

[아무튼, 주말]

60조원에 트위터 인수

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큰 그림

‘머스크 덕분에 트럼프가 컴백한다?’


지난달 28일 세계 최고 갑부인 일론 머스크(51) 테슬라 창업자가 트위터를 인수하자 뉴욕타임스·CNN·포브스 등 미 주요 매체들의 관심은 온통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복구 여부에 쏠렸다. 평소 트위터의 게시물 통제를 강도 높게 비판해온 머스크가 회사 인수 후 가장 먼저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을 살려낼 것이 유력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1월 지지자들의 미 연방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폭력을 선동할 수 있다는 이유로 트위터로부터 계정 영구 정지 조치를 당했다.


예상대로 머스크는 바로 움직였다. 미 샌프란시스코의 트위터 본사에 출근하자마자 ‘콘텐츠관리위원회’를 만들어 트럼프를 비롯해 활동이 정지된 트위터 계정들을 복구하는 절차에 들어간 것. 자신의 정책에 반대한 CEO 등 트위터 경영진을 전부 해고하고, 이사회도 해산했다. 트위터 첫 출근길에 양손에 세면대를 들고 가던 모습은 그의 괴짜 면모를 잘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머스크는 세면대를 든 사진과 함께 ‘싱크를 안으로 들여보내줘(Let that sink in)’라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이는 자신의 행동이나 말이 타인의 마음속에 침투해 이해받길 바라는 것을 의미하는 관용어로, 앞으로 트위터를 자신의 마음대로 손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에 쓰는 돈은 무려 440억달러(약 62조원)다. 머스크는 왜 전기차, 우주 개발, AI(인공지능) 등 기존 자신의 사업과 연결 고리가 없는 분야의 회사에 이토록 많은 돈을 쓰고, 회사 정책까지 180도 바꾸려는 걸까. 현지 언론들은 “트위터 인수는 머스크의 거대한 꿈의 조각 하나가 모인 것”이라고 분석한다. 어려서부터 꿈꿔온 사업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한 차원에서 트위터를 인수했다는 것. 머스크가 그리는 큰 그림을 알아야 트위터 인수의 진짜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조선일보

트위터 첫 출근길에 세면대를 들고 가는 머스크. / 트위터

트위터 인수한 진짜 목적은 데이터?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배경에 대해 공식적으론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는 트위터의 공정성과 서비스 개선을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혐오 게시물, 가짜 뉴스라는 이유로 사용자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계정을 차단해온 트위터의 콘텐츠 정책을 폐기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것. 스타 기업가이자 8000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자신의 메시지를 전 세계 대중에 알리기 위한 창구로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머스크가 단순히 SNS 용도로 60조원이 넘는 거금을 썼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업계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인수 이유는 테슬라에서 개발하고 있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에 들어갈 AI 개발을 위해 트위터가 가진 방대한 데이터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매일 수억 개 게시물이 쏟아지는 트위터의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AI에 학습시켜 성능을 고도화한다는 것. 트위터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비해 사용자 수는 적지만 텍스트 양이 많기 때문에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에 안성맞춤이다. 머스크는 더 많은 데이터 확보를 위해 현재 영어 알파벳 280자(한글 140자)인 게시물 길이 한도를 없애 더 긴 트윗을 허용하고, 2억9000만명인 앱 사용자도 10억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판교의 한 IT 스타트업 임원은 “트럼프처럼 말썽을 일으키는 사용자를 다시 불러들여서라도 데이터를 최대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트위터에 송금, 결제 기능을 넣어 앱 하나로 모든 일상이 가능한 ‘수퍼 앱’을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모든 사업의 종착점 ‘火星 이주’

흥미로운 점은 트위터 인수가 머스크 사업의 종착점이 아닌 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머스크는 세계 최대 간편결제 업체 페이팔 창업을 시작으로 테슬라(전기차), 스페이스X(우주), 솔라시티(태양광 발전), 오픈AI(인공지능), 보어링컴퍼니(굴착) 등 다양한 기업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머스크가 벌이는 이들 사업은 모두 그가 세운 거대한 ‘로드맵’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머스크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류의 ‘화성(火星) 이주’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우주 서적을 탐독하고, 장난감 로켓을 만드는 등 우주에 관심이 많았다. 2002년 민간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를 세운 것도 우주 개발의 꿈을 이루기 위함이었다. 오는 2029년엔 인류를 화성으로 보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한데 테슬라를 비롯해 머스크가 운영하는 모든 사업체가 사실상 화성 이주 자금 마련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기차, 태양광 발전은 화성 계획의 든든한 밑천이자 인류가 화성에 정착할 때까지 지구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주는 친환경 기술이다. 최근 미 라스베이거스 땅 밑에 차량이 다닐 수 있는 터널을 뚫은 보어링컴퍼니(시추 기술), 소형 위성 4만대를 우주에 띄워 지구를 하나의 인터넷망으로 연결하는 스타링크(통신), 시속 1200km로 달리는 초고속 열차 하이퍼루프(교통) 사업도 화성 정착에 필요한 기술 개발 차원에서 시작됐다. 머스크는 노동력이 크게 부족할 화성에서 자신이 개발하는 AI 로봇을 활용할 계획이다.


머스크는 공상과학(SF)에 나올 법한 미래 기술에 대한 포부를 발표할 때마다 ‘몽상가’라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최근 2~3년 사이 우주 발사체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내면서 스티브 잡스를 잇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추앙받고 있다. 우주 발사체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연료통과 로켓 엔진을 발사 후 손상 없이 회수해 다시 쓰는 이른바 ‘재사용 로켓’이 대표적. 스페이스X의 경우 1단 로켓을 10회 가까이 재사용하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사된 한국 최초의 달탐사선 ‘다누리’도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에 실려 달로 떠났다.

트위터 품은 머스크… 첫 행보는 임원해고·상장폐지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7일(현지 시각) 트위터를 인수했다. 그는 인수 첫날 트위터 최고경영진을 해고하고 상장폐지에 착수, 대대적인 개편에 돌입했다. 사진은 트위터 로고로 덮인 화면 앞에 머스크 사진을 띄워놓은 스마트폰을 세워놓은 모습. /AFP 연합뉴스

사생활 추문도 덮는 대중적 인기

탁월한 사업 성과와 달리 그의 사생활은 복잡하다. 3차례 이혼 경력이 있는 머스크는 최근까지 7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미국 한 매체를 통해 그가 운영하는 AI 기업의 임원 사이에서 쌍둥이를 낳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공식 자녀는 9명으로 늘었다. 최근엔 절친인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의 아내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보도도 나왔다. 사업가로서 윤리 의식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머스크는 가상화폐의 하나인 도지코인 투자로 큰돈을 벌었는데, 한 방송에서 ‘도지코인은 사기’라는 발언을 해 코인 가격이 폭락했다.


‘괴짜’ 머스크의 통제 안 되는 언행은 때로 기업 운영까지 위태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해결 방법을 고안하는 천재성, 하루 17시간 일에 매달리는 근성으로 숱한 위기를 넘겼다. 대학에서 경제학, 물리학을 전공한 머스크는 공학도가 아니다. 하지만 엔진 연소, 항공 전자 장치 등 발사 공학을 독학해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지금도 전기차 개발과 우주복 디자인 제작에 직접 참여한다. 영화 ‘아이언맨’의 모델이 될 만큼 혁신가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쌓은 대중적 인기 덕분에 위기 상황에서도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전자시스템공학)는 “머스크는 자동차, 우주 등 기존 강자가 있는 보수적 산업에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혁신을 거두면서 세계적인 혁신가로 자리잡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매년 열리는 테슬라의 AI 개발자 대회에는 전 세계 수만명이 재미없는 기술 발표 내용을 1시간 반 동안 지켜보는데 이는 ‘앞으로의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물음에 머스크가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기 때문”이라며 “과거 AI, 바이오 등에서 전방위 사업을 펼치던 구글이 ‘지구를 정복하려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제는 그 주인공이 머스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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