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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전 버린 가구 주워 시작, 리폼 고수된 주부

누구나 멋지고 예쁜 집에 살고 싶다. 인테리어 역시 돈을 많이 들일수록 보기에도 좋고 오래 간다. 하지만 모두가 큰 돈 들여 집을 꾸밀 수 없어 셀프 인테리어의 문을 두드린다.

6년전 버린 가구 주워 시작, 리폼

'셀프 홈 인테리어 가이드' 저자 선은경씨. /김리영 기자

'셀프 홈 인테리어 가이드'의 저자 선은경씨. ‘리폼하는 써니’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파워 블로거다. 하루 평균 7000여 명이 그의 블로그를 찾는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인테리어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인 건 아니다.


평범한 주부였던 선씨가 인테리어와 인연을 맺은 건 경기도 부천시의 한 아파트로 이사하면서부터다. 적은 돈으로 새집을 꾸미기 위해 셀프 인테리어를 시도한 것. 처음엔 손재주가 없어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지만 결국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가구를 완성했다. 그의 손길로 변신한 아파트는 마치 전원주택처럼 독특하다. 손수 제작한 가구도 블로그에 올렸는데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지난 6년 동안 리폼 전문가로 성장했다.


땅집고는 선은경 씨를 만나 적절한 비용으로 내 취향에 꼭 맞는 집을 만드는 셀프 인테리어 비결을 들어봤다.


셀프 인테리어의 장점은.

 

결혼 10년 넘으면 집 마감재와 가구를 교체해야 한다. 전부 새것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리폼이었다. 인테리어에 큰돈 들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한된 비용으로 집을 꾸미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6년전 버린 가구 주워 시작, 리폼

아이방 옷장을 아이가 성장하는 시기에 맞춰 리폼했다. /선은경

셀프 인테리어는 확실히 비용을 덜 든다. 원목 등 품질이 좋은 소재를 이용해도 브랜드 완제품 가구보다 절반쯤 저렴하다. 셀프 인테리어도 제작 방식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나무를 직접 사서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하는 목공(木工)이 있고, 일부 틀이 갖춰진 반제품 가구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전자는 비용이 저렴한 반면 품이 많이 들어간다. 초보자는 실패할 확률도 높다. 후자는 돈은 조금 더 들지만 누구나 쉽게 필요한 물건을 만들 수 있다.


두 방식 모두 소재에 따라 비용이 다르지만 완제품 브랜드 가구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기성 가구와 리폼 가구의 차이점은.

 

백화점에서 파는 브랜드 가구는 누구에게나, 어느 집에나 무난하게 어울릴 수 있도록 규격화돼 있다. 이케아나 저렴한 수입 가구, 조립 가구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인테리어 업체가 제공하는 시공 디자인 역시 결국 대중적인 포트폴리오만 집중적으로 팔린다. 나름 장점이 있지만 자칫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뻔한 집이 되기 십상이다. 아파트를 보다 개성 있게 꾸미려고 인테리어 했는데, 결국은 남의 집과 비슷해질 수 있다.

6년전 버린 가구 주워 시작, 리폼

발과 무릎을 둘 공간을 넓게 확보한 아일랜드 식탁. /김리영 기자

셀프 인테리어는 개성을 중시하는 이들이 좋아한다. 다른 사람 취향에는 어긋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에게 꼭 맞는 집’이 완성된다. 우리집 식탁을 예로 들어보자. 나는 아일랜드 식탁을 좋아하지만 가족들은 발과 무릎이 충분히 들어가는 식탁을 원했다. 절충안을 찾기 위해 발이 충분히 들어가는 아일랜드 식탁을 찾았는데, 기존 가구 브랜드에서는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결국 직접 만들게 됐다. 상판을 넓게 해 하부에 충분한 공간을 만들고 컬러와 소재도 식구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제작했다.


어떤 친구들은 “테이블 상판이 너무 큰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아일랜드 스타일 식탁을 가족 의견까지 반영해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DIY 가구나 셀프 인테리어로 꾸민 집은 손재주에 따라서는 좀 못생기게 완성되고 다른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사용자와 그 집에 맞춰진 물건이다. 살면서 가족 의견을 반영해 고치고, 기존 가구 브랜드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디자인과 소재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헌 가구를 잘 고르는 방법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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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워온 가구, 반제품 가구 등을 리폼해 꾸민 거실. /김리영 기자

처음 리폼하기로 마음먹고 찾아간 곳은 아파트 재활용장이었다. 주민들이 이사오면서 한꺼번에 버리는 가구가 쌓여 있었다. 그중에는 멀쩡한 제품도 많았다. 우리 집에 쓸 수 있는 가구를 마음껏 고를 수 있었다.


하지만 버려진 가구를 주워올 때는 우리 집에 맞는지 잘 살펴야 한다. 무턱대고 주워오면 다시 버릴 수 있어 비용이 발생한다. 벌레나 곰팡이가 피었거나 비에 젖은 가구는 피해야 한다.

 

초보자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인테리어는.

 

대부분 페인트칠을 배우면서 셀프 인테리어 세계에 입문한다. 셀프 인테리어 중 가장 손쉬운 작업이다. 여기서 흥미를 느끼면 가구 리폼으로 이어지고 반제품 가구 조립과 목공까지 하게 된다.


페인트칠은 기초가 가장 중요하다. 초보자가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마스킹 테이프를 꼼꼼하게 붙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양 작업만 충실해도 절반은 성공이다. 페인트를 바를 때는 마치 화장하듯 얇게 여러 번 펴발라야 한다. 너무 과한 색상은 피하고, 밋밋하고 연한 컬러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두껍게 바르면 얼룩덜룩해질 수 있고 페인트를 아끼기 위해 물을 너무 많이 섞어도 좋지 않다.

6년전 버린 가구 주워 시작, 리폼

주방 도어와 벽 타일 등을 리폼해 모던하고 인더스트리얼한 느낌을 살린 주방. /김리영 기자

페인트 작업을 셀프로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친환경적인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브랜드 가구에 비하면 가격이 저렴해 재료에 좀 더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셀프 인테리어에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은.

 

돈이 없어 시작하는 셀프 인테리어라면 시작하기에 앞서 정확한 계산이 필수적이다. 처음부터 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은 피해야 한다. 셀프로 해서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아예 시도하지 않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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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로 만든 테이블 위 선반. 셀프 인테리어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김리영 기자

셀프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나머지는 좋은 전문가를 찾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처음부터 침대나 소파, 책장처럼 너무 큰 가구, 타일 시공 등 고난이도 시공 기술이 필요한 작업에 도전하면 보수 비용만 더 들 수 있다. 재료를 모두 버리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초보자는 크기가 작고 공정이 간단한 조립 가구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요즘 온라인 마켓에 반제품 가구가 많다. 반제품은 어느 정도 가구 모양이 잡혀있고 간단한 시공으로 손쉽게 완성할 수 있어 초보자에게 적합하다. 모든 과정을 직접 하는 목공보다 초기 비용이 더 들 수는 있지만 시행착오에 따른 보수 비용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김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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