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만에 완전 개통된 울릉도 일주도로… 가까이 온 원시의 풍경
아무튼, 주말
여유 있게 도는 울릉도 한바퀴
관음도·삼선암 이젠 바로 가
도동항에서 15분이면 도착, 섬 연결한 보행연도교 바다 건널 땐 아찔
기이한 바위섬마다 전설
섬 주변 곳곳에 바위섬 생김새 따라 전설 전해져 숨은그림 찾듯 모양 해석
1 세 개의 큰 바위가 나란히 우뚝 서 있는 삼선암은 울릉도에서 손꼽히는 비경이다. 일주도로가 완전히 개통되면서 삼선암으로 향하는 길이 빨라지고 울릉도 여행이 훨씬 편리해졌다. |
신비의 섬 울릉도 일주가 현실이 됐다. 지난해 12월 28일 울릉도 일주 도로가 완전 개통되면서부터다. 총 44.55㎞ 가운데 오랫동안 미개통 구간으로 남아 있던 울릉읍 저동리 내수전과 북면 천부리 섬목 사이 4.75㎞ 도로가 완공됐다. 착공 반세기 만이다.
울릉도를 한 바퀴 도는 여행은 얼마나 더 편해졌을까. 울릉도 일주에 나섰다. 겨울이면 더 거칠어지는 동해는 뱃길을 쉽사리 열어주지 않는다. 입도(入島)해도 나오지 못하고 고립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여행 비수기를 맞은 울릉도엔 문을 닫은 식당도 부지기수. 울릉도 여행은 그러나 기대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줬다. 어딜 가나 새롭고 신비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이 섬의 매력에 빠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55년 만에 개통된 울릉도 일주 도로
포항을 떠난 여객선이 출항 3시간 35분 만에 도동항에 닿았다. 높은 파도 때문에 도착 시각이 늦어지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일몰 전까지 울릉도 곳곳을 둘러볼 심산이었기 때문이다. 도동항에서 빌린 차로 북면 천부리 섬목까지 내달렸다. 저동항을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터널과 반듯한 새 도로가 이어졌다. 지난해 말 개통된 일주 도로의 마지막 구간이다. 시원하게 뚫린 길을 달려 섬목에 도착했다. 도동항에서 15분. 예전 같았으면 일주 도로를 반대로 돌아 1시간이 넘게 걸렸던 곳이다. 이동 시간이 단축되면서 어느새 여유도 생겼다.
2 시원하게 뚫린 섬목터널과 일주도로. 오랫동안 미개통으로 남아 있던 구간을 차량이 달리고 있다. |
울릉도 일주 도로 공사는 1963년 울릉도 종합 개발 계획이 확정되며 시작됐다. 1976년 본격 공사에 들어가 2001년까지 전체 44.55㎞ 가운데 39.8㎞가 완공됐지만 울릉읍 저동리 내수전과 북면 천부리 섬목 사이 4.75㎞는 공사하기가 어렵고 예산 문제가 걸려 지지부진했다. 2011년 재개된 공사가 지난해 말 마무리되면서 12월 28일 차량 통행이 시작됐다.
일주 도로 개통으로 울릉도 여행지가 더 가까워졌다. 미개통 구간에 막혀 돌아가야만 했던 관음도와 삼선암이 대표적이다. 이젠 도동항에서 15~20분 거리다. 관음도는 울릉도의 부속 섬 중 하나로 독도와 죽도에 이어 셋째로 크다. 깎아지른 듯한 현무암에 둘러싸여 사람 발길을 타지 않은 덕에 때묻지 않은 원시림을 간직하고 있다. 2012년 길이 140m, 높이 37m, 폭 3m의 섬목-관음도 보행 연도교가 놓이면서 관음도 곳곳을 걸어서 둘러볼 수 있게 됐다.
매표소가 있는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까지 올라가면 보행 연도교 입구로 이어지는 산책길이 나온다. 바다 위를 건너는 다리는 아찔하다. 40여 분 걸리는 관음도 산책도 좋지만 관음도에서 바라보는 울릉도 풍경은 더 매혹적이다. 보행 연도교는 강풍으로 출입이 제한되기도 한다. 울릉군청 홈페이지에서 출입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관음도를 지나 천부항 쪽으로 달리다 보면 바다 위에 나란히 솟은 커다란 바위 셋을 만나게 된다. 목욕하러 내려온 세 선녀가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바위로 변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삼선암이다. 울릉도에서 손꼽히는 절경 중 하나인 삼선암을 지나는 길은 해안 드라이브의 묘미를 즐기기에도 그만.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 따라 거대한 삼선암과 깎아지른 절벽, 짙은 코발트빛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에 가슴이 뛴다.
3 울릉도의 해안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행남해안산책로. 4 관음도와 울릉도를 연결하는 보행연도교. 5 오징어잡이 배가 오가는 저동항의 야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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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 도로에서 만난 바위섬의 전설
일주 도로를 따라 달리면 특이한 바위산만큼이나 바다 위에 솟은 바위섬이 자주 보인다. 태생이 화산섬인 울릉도 주위엔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기이한 바위섬이 많다. 하나하나 모양도 다르고 저마다 간직한 이야기가 다른 만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삼선암에서 천부항을 지나 송곳봉에 이르면 바다 위에 우뚝 솟은 커다란 바위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코끼리바위라고도 하는 공암이다. 부채꼴 주상절리 바위엔 작은 배가 드나들 만한 구멍이 있는데 마치 코끼리 코를 닮았다. "코!" "귀!" "눈!" 손가락 끝을 좇아 코끼리 모습을 찾으며 잠시 동심에 젖는다.
남양항 앞에는 사자바위가 있다. 사자바위의 전설은 신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증왕 13년(512년)에 이사부 장군이 우산국을 토벌하러 사자 모양 목상을 만들고 불을 뿜게 했는데, 사자를 본 적이 없던 우산국 군대가 놀라 백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사자바위는 그때의 사자 목상이 바위가 된 형상이다. 사자바위 건너편 투구를 닮은 투구봉은 이사부 장군에게 항복한 우산국 우해왕이 벗어 던진 투구가 바위로 변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통구미마을 앞 거북바위는 마을을 향해 기어가는 듯하다. 통구미라는 마을 이름도 이 거북바위 때문에 거북이가 들어가는 통 모양을 닮아서 붙였다고 한다. 거북바위는 물때를 맞추면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낚시철엔 강태공들로 북적이는 곳이기도 하다.
저동항에서는 촛대바위가 존재감을 뽐낸다. 일출 명소로도 손꼽히는 곳이지만 조명이 켜지는 밤 풍경도 그윽하다. 오징어잡이 배가 오가는 저동항을 수호신처럼 지키고 서 있는 촛대바위는 일종의 망부석이다. 조업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다 바위로 굳어버린 효심 깊은 딸의 전설이 서려 있어 '효녀바위'라고도 한다.
6 울릉도등대와 향목전망대로 향하는 가파른 산길을 오가는 태하향목 관광모노레일. 7 바다 위에 우뚝 솟은 공암. 코끼리를 닮아 코끼리바위라고도 불린다. 8 독도박물관 내부.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
독도부터 일출·일몰까지, 전망대의 묘미
울릉도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전망대에 올라 즐기는 파노라마 뷰다. 우뚝 솟은 봉우리와 경사지가 많은 울릉도엔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가 곳곳에 있다. 독도 전망대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 독도 전망대에선 맑은 날 멀리 독도를 눈에 담을 수 있다. 발 아래엔 울릉도의 가장 큰 항구이자 번화가인 도동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련하게나마 독도 풍경을 감상하거나 케이블카 탑승의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케이블카 탑승장 오른편엔 독도의 역사와 자연환경 등 다양한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독도박물관이 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독도영상관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케이블카 운행은 기상 상황에 좌우되는데 울릉군청 홈페이지에서 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케이블카 이용은 오전 8시에서 오후 7시까지. 독도 박물관과 독도 영상관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이고 무료.
울릉도의 서쪽 끝 울릉도등대와 향목전망대도 빠질 수 없는 전망 포인트다. 전망대까지 가파른 산길을 오를 필요 없이 태하향목 관광모노레일을 이용하면 된다. 최고 39도 경사에도 모노레일은 승차감이 안정적이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고즈넉한 숲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등대다. 등대 앞쪽에 향목전망대가 있지만 스카이워크 공사가 한창이라 출입하지 못한다. 등대 오른편에 작은 전망대가 있어 아쉽게나마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왼쪽 아래편으로 깎아지른 듯한 바위절벽이 보인다. 울릉도에서도 손꼽히는 비경 중 하나인 대풍감(待風坎)이다. 바위에 닻줄을 매어두고 항해를 도울 바람이 불기를 기다렸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천연기념물 제49호로 지정된 향나무 자생지로도 유명하다. 바닷가 가파른 절벽에서 자라는 향나무의 생명력이 놀랍다. 오른편으로는 현포항과 노인봉, 송곳바위로 이어지는 해안선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모노레일도 기상 상황에 따라 운행이 제한된다. 울릉군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향목전망대가 공사 중이라 대풍감을 자세히 보지 못해 아쉽다면 현포항 가는 길의 현포전망대에 들를 것. 가깝진 않아도 대풍감 전체를 조망할 수 있고 노인봉과 송곳바위, 코끼리바위도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울릉도에서 일출을 즐기려면 내수전 일출전망대가 답이다. 전망대까지 15~20여 분 산길을 오르는 수고쯤이야, 동해에서 떠오르는 붉은 태양으로 보상받고도 남는다. 일출이 아니라도 탁 트인 바다와 죽도와 관음도, 발 아래 저동항 풍경까지 전망이 시원하다. 울릉도에서 일몰을 감상하고 싶다면 남서 일몰전망대를 추천한다.
울릉도의 살결 느끼는 해안길 산책
일주 도로와는 별개로 울릉도 여행에서 인상 깊은 곳은 행남 해안산책로였다. 일주도로에서도 화산섬의 다양한 지질 환경을 만날 수 있지만, 해안산책로에서는 울릉도의 살결을 한발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 총 2.68㎞의 행남 해안산책로는 '도동 해안산책로'(도동항 여객선 터미널~행남등대)와 '저동 해안산책로'(행남등대~저동항 촛대바위)로 구성돼 있다. 현재 저동해안산책로 일부가 통제돼 해안산책로 완주는 불가능하다. 도동항 여객선 터미널에서 출발해 도동 해안산책로 일부를 걷고 되돌아오는 것을 추천한다. 자연 동굴과 골짜기를 잇는 다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길 따라 봐도 봐도 신기한 코발트빛 바다가 출렁인다. 화산 작용이 빚어낸 해안 절벽의 풍광도 훌륭한 솜씨다.
태하 해안산책로도 놓치기 아쉽다. 태하향목 관광모노레일 맞은편에 산책로로 향하는 경관 교량이 있다. 지난해 새롭게 놓인 경관 교량은 계단 없이 지그재그 형태로 만들어져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나무데크로 이어지는 산책로에선 같은 울릉도지만 행남 해안산책로와는 또 다른 화산 지형과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울릉도=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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