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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재밌네"… 구름 관객 몰고 다니는 '뷔페'展의 스타

정우철… 택배 상하차·엑스트라하다가 뷔페展 화제의 도슨트로 등극

"화가의 삶 알아야 그림도 보여"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았다.'


프랑스 화가 베르나르 뷔페(1928~1999) 20주기 기념전 관련 인터넷 후기엔 이 같은 증언이 잇따른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의 또 다른 스타, 전시해설자 정우철(30)씨 때문이다. 하루 네 번, 1시간 남짓한 정씨의 그림 설명을 듣기 위해 15일 오전 11시에도 100명 넘는 관람객이 그를 둘러쌌다. 다른 그림으로 옮길 때마다 일대 혼잡이 빚어질 정도였다. "찾는 분들이 늘어 이동 시간이 길어진 탓에 해설 분량을 약간 줄였습니다."


뷔페의 삶과 그림의 역사를 줄줄 꿰는 이 남자는 이번 전시를 위해 사비로 일본 시즈오카에 있는 베르나르뷔페 미술관까지 다녀왔다. "공부를 하려는데 국내 출간된 책이 한 권도 없더군요." 태블릿PC를 사려고 모은 돈을 항공권으로 바꿨다. "4박 5일간 미술관에만 있었는데 이처럼 강렬한 그림은 처음 봤다"며 "뷔페가 자주 쓰는 검고 굵은 직선이 가슴에 꽂히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전문가를 수소문해 일본어 도록까지 한글로 옮겼다. "전공자가 아니라 미술사(史)는 좀 약할지 몰라도 작가 한 명은 죽어라 팔 수 있으니까요."

조선일보

지난 15일 전시해설자 정우철씨가 관람객 100여명에게 둘러싸인 채 베르나르 뷔페의 대표작 ‘유언장 정물화’를 설명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2년 전만 해도 미술과 무관했다. "한 교육 업체에서 영상 촬영·편집을 4년 정도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더군요. '이 일보다 재밌는 일이 있으면 어쩌지?'" 직장을 그만뒀고, 5개월간 백수였다. "택배 상하차부터 드라마 엑스트라까지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고 했다. 그중 하나가 전시장 '지킴이' 업무였다. "어느 사진전 '지킴이 알바' 면접을 보러 갔는데 마침 그날 전시해설자 한 명이 면접을 펑크 낸 거예요. 얼떨결에 기회가 생겼죠."


그의 해설엔 그림보다 인생이 더 자주 등장한다. 어머니의 죽음, 전쟁과 가난의 연속, 이른 성공과 훗날의 혹평 속에서 자신의 구상(具象)을 지켜낸 뚝심…. "화가의 생애를 이해하면 그림은 자연스레 보일 거라 생각해요." 마지막 전시실에 도달하면, 죽음을 앞둔 뷔페의 그림과 그를 기리는 기타리스트 한형일의 연주곡 '베르나르 뷔페를 위하여'를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우는 분이 많아요. 얼마 전 한 여성분이 거의 오열을 하셨어요. 나중에 인스타그램으로 메시지가 왔어요. 우울증이 심해 회사도 그만두고 집에만 있었는데 뷔페의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얻었다고요. 뷔페는 끝까지 화가로 살다 간 로맨티시스트였습니다. 그 사랑 때문에 저도 매번 울컥합니다."


매일 아침 발음과 목소리 톤을 위해 미술 관련 오디오를 소리 내 따라 읽는다. 혹시 트림이 나올까 설명 직전엔 음식도 삼간다. "관람객들께 손편지도 가끔 받아요. 그때마다 '설명 기계가 되지 말자'고 다짐하죠. 전시장에 들어가면 모든 걸 쏟고 나오자." 매주 평일, 퇴근 후 기절하듯 뻗는 이유다. 이날만 1500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9월 15일까지.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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