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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조선일보

여보 이거 알아? 한국남자 12%가 술 때문에 죽는대

WHO '술과 건강' 국제보고서


우리나라의 연평균 1인당 알코올 섭취량이 아시아권에선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국가인 중국·일본 등과 비교해도 많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남성 100명 중 12명가량(2016년 기준)이 술과 관련된 질환·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아시아 최고 주당 국가

최근 발간된 WHO(세계보건기구)의 '술과 건강에 대한 국제 현황 보고서 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5~2017년 연평균 1인당 알코올 섭취량은 10.2L다. 마신 술 중에서 순수 알코올의 양만 따로 계산했다. 남성이 16.7L로 여성(3.9L)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알코올 16.7L는 360mL 소주(17도) 273병, 500mL 맥주(5도) 668캔을 마셔야 섭취할 수 있는 알코올 양이다. 1주일에 소주 5병이나 맥주 13캔가량을 꼬박꼬박 마셨다는 의미다.


아시아권에선 라오스(10.4L) 정도를 제외하면 같은 기간 한국보다 연간 1인당 알코올 섭취량이 더 많은 나라가 없다. 이웃 나라인 일본(8L)과 중국(7.2L)뿐 아니라 미국(9.8L)도 우리보다 술을 덜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투아니아(15L), 나이지리아(13.4L), 프랑스(12.6L), 호주(10.6L) 등은 우리보다 술을 많이 마셨다.

여보 이거 알아? 한국남자 12%가

우리나라의 연평균 1인당 알코올 섭취량은 1970년대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줄고 있다. 그러나 2003~2005년 12.3L에서 2009~2011년 9.9L로 줄었다가 2015~2017년 10.2L로 다시 늘었다. 같은 기간 일본도 알코올 섭취량이 줄다 늘었지만 우리보다는 늘 적게 마신다. 중국은 4.9L에서 7.2L까지 꾸준히 늘고 있다.


한·중·일 세 나라의 술에 대한 규제에서 가장 큰 차이는 음주 운전 단속 기준이다. 우리는 혈중알코올농도 0.05%가 기준이지만 일본은 0.03%, 중국은 0.02%로 우리보다 엄격하다. WHO는 "한국의 알코올 섭취량이 2020년 10.4L, 2025년엔 10.6L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술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의 술 소비는 우리의 38% 수준이다. 연간 1인당 알코올 섭취량이 2003~2005년 3.7L, 2009~2011년 3.8L, 2015~2017년 3.9L였다.


WHO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시는 술을 주종별로 분석한 결과, 맥주 22%, 와인 2%, 고도수 증류주 7%, 기타 69%였다. 한국인이 즐겨 마시는 소주는 기타로 분류돼 비중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맥주 소비 비중을 보면 중국 30%, 일본 18%, 북한 3% 등이다. 프랑스는 와인 비중이 59%, 미국은 맥주 비중이 47%였다.

한국남성 100명 중 12명 술 때문에 사망

WHO는 2016년 우리나라 모든 사망자 중 7.6% 정도는 '술 때문에 죽었다'고 분석했다. 세계 평균(5.3%)보다 2.3%포인트 높다. 특히 남성의 경우 이 비율이 11.8%로 여성(2.6%)에 비해 훨씬 높았다. 남성 100명 중 12명이 술 때문에 사망한 것이다.


술을 마시면 간경변·암 등 질병이 발병할 확률이 커지고, 음주 운전 등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을 초래한다. 2016년 간경변으로 인한 사망자의 74.5%, 교통사고 사망자의 38.5%, 암으로 인한 사망자의 8.3% 가 '술로 인한 죽음'으로 WHO는 분석했다.


술 때문에 발생한 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많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음주 운전 단속 기준이 이웃 나라에 비해 덜 엄해서인지 교통사고 사망자 중 술과 관련된 사망자 비중은 우리나라(38.5%)가 중국(35.1%), 일본(32.7%)보다 높다. 정부는 음주 단속 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0.03%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WHO는 2016년 세계적으로 술 때문에 300만명(남성 230만명)이 사망했다고 분석했다. 지구 상에서 1분에 6명 정도가 술로 인해 사망한다고 한다. WHO는 "술은 200가지 정도의 사고·질병 등을 초래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러시아 사례처럼 정부가 의지를 가지면 술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만큼 각국 정부는 알코올로 인한 해악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 러시아의 술 소비 감소는 드라마틱하다. 러시아는 알코올 섭취량이 2005년 1인당 18.7L에서 2016년 11.6L로 줄었다. 2005년부터 장소에 따라 음주·술 광고 등을 제한하고, 주세를 올리고, 술을 한 잔만 마셔도 음주 운전으로 단속하는 등 강력한 정책을 편 덕이다.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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