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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by 조선일보

3억50원에 훈련장 잃었다… 34년 된 차범근 축구교실, 존폐위기

1988년 문을 연 국내 최초 유·청소년 축구 교육 기관인 ‘차범근 축구교실’이 존폐위기에 내몰렸다. 지난 23년간 사용해온 이촌 축구장 입찰 경쟁에서 밀려, 갑작스레 훈련 공간을 잃어버린 탓이다.


차범근 축구교실은 지난 16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의 축구장 사용 허가 기간이 연장되지 못함에 따라 부득이하게 이촌 축구장에서의 수업을 종료하게 됐다”며 “9월 4회차 수업이 모두 마무리되는 10월 9일 이후부터는 더 이상 수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고 알렸다.


이어 “그동안 축구교실을 사랑하고 아껴주신 많은 회원과 학부모님께 갑작스러운 소식을 전해드려야 해서 죄송하고 힘든 마음뿐”이라며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차범근 축구교실 지도자들과 직원들 역시 형언할 수 없는 아쉬움과 상심에 힘들다”고 말했다.


차범근 축구교실은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서울 은평구 등에서 처음 문을 연 뒤 서울과 지방 여러 곳에서 운영됐다. 그러다 1997년부터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공원 내 이촌 축구장에 터를 잡았고 현재까지 많은 축구 꿈나무를 키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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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축구교실이 지난 16일 운영 중단을 알리며 올린 글. /인스타그램

이곳은 축구인들 사이에서 큰 상징성을 띠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과는 다르게 당시만 해도 축구선수 출신이 자기 이름을 내걸고 교육 기관을 운영하는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 공격수였던 차 전 감독이 현역 은퇴 후 여러 유럽 명문 클럽의 코치직을 고사하고 돌아와 만든 곳이라는 것도 큰 의미를 가졌다.


그런 공간이 하루아침에 운영 중단을 선언한 건 훈련장으로 써왔던 이촌 축구장 입찰 과정에서의 문제 탓이다. 차범근 축구교실은 2005년 이촌 축구장 시설을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고 공개 입찰을 통해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사용해왔다. 그동안 무리한 입찰 경쟁은 없었는데, 이곳의 역사를 아는 동료 축구인들이 입찰 참여를 자제해준 덕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있었던 입찰은 달랐다. 한 법인이 감정가(약 9700만원)의 3배 이상인 3억50원을 써내 낙찰받았다. 차범근 축구교실 응찰가였던 2억5300만원을 제치고 이촌 축구장의 사용권을 확보한 것이다. 해당 법인은 추후 같은 곳에서 비슷한 방식의 축구 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을 갖고 지도자와 직원 등을 모집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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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전 감독(맨 왼쪽)과 베켄바우어 FC 바이에른 뮌헨 명예회장이 과거 차범근 축구교실에서 한 어린이와 패스를 주고받는 모습. /조선DB

차범근 축구교실은 “3년마다 공개입찰을 통해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로부터 수업장 사용 허가를 받는 방식으로 유지돼 왔다”며 “그동안 회원들의 안정적인 수업환경을 위해 감정평가의 3배가 넘는 금액으로 입찰에 참여해왔고, 올해도 이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예년과 같은 높은 금액을 유지하기로 한 뒤 입찰에 응했다. 하지만 그동안 입찰 경쟁자가 없던 것과 달리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고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 “할 수만 있다면 우리가 돕고 싶다” “아이들이 매주 뛰놀던 곳이다. 단순한 축구교실이 아니다” 등 자녀를 축구교실에 보냈던 학부모들의 댓글도 이어졌다. 여기에 입찰 법인이 비슷한 축구 아카데미를 연다는 내용까지 퍼지자 개인정보가 넘어갈 것을 우려하는 회원도 나왔다.


이에 차범근 축구교실은 별도의 게시물을 올려 “이촌 축구장은 낙찰받은 새 업체가 이용하게 됐다. 차범근 축구교실은 새 업체와 아무 관련이 없으며 담당 코치진, 수업일정 및 수업방식 등을 포괄적으로 인수인계한 바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아울러 회원들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새로운 업체에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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