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비번 어떻게 알았나… '청담동 주식부자' 부모 피살 미스터리
범인 4명 중 주범 검거… 고용된 3명은 범행 후 중국으로 도주
이희진 동생 "집에 5억 있었다" 범인이 가져갔다지만 소재 몰라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33)씨의 부모가 집에 침입한 괴한들에게 살해됐다. 경찰은 주범 1명을 검거했으나, 중국 국적의 공범 3명은 범행 직후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거된 용의자는 이씨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씨는 불법 주식거래와 투자유치 혐의로 지난 2016년 구속돼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희진씨의 부모를 살해한 용의자 김모씨가 18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에 얼굴을 가리고 들어가고 있다. /인천일보 |
18일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에 따르면 이씨 부모는 지난 16~17일 각각 안양의 자택과 평택의 창고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16일 오후 4시쯤 서울에 거주하는 이씨의 동생 이희문(31)씨로부터 "부모님이 오래전부터 전화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오후 6시쯤 안양의 자택 옷장에서 이씨의 어머니 황모(58)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아파트 방범카메라 분석을 통해 의심 차량을 지목하고 용의자 추적에 나서 이튿날인 17일 오후 3시 17분쯤 김모(34)씨를 체포했다. 또 김씨의 자백에 따라 오후 4시쯤에는 평택 창고 냉장고 안에 보관된 이씨 아버지(62)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피해자 이씨 부부가 약 3주 전인 지난달 25일 자택에서 살해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방범카메라 분석 결과, 용의자 김씨는 오후 3시 51분쯤 다른 용의자 3명과 함께 주인이 없는 이씨의 집에 들어갔다. 이들은 현관문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부부는 약 15분 뒤인 오후 4시 6분 자택으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씨 부부가 이후 집 안에서 김씨 등에게 살해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를 제외한 용의자 3명은 오후 6시 10분쯤 현장을 떠났고, 오후 11시 51분 인천발 항공편으로 중국 칭다오로 출국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김씨는 집 안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이씨의 시신을 냉장고에 넣어 이삿짐으로 위장해 26일 오전 평택의 창고로 운반했다. 시신이 담긴 냉장고 이송에는 이삿짐센터를 이용했다. 이에 앞서 전날 밤 10시쯤 뒷수습을 도와달라며 지인 2명을 불렀다가 20분쯤 뒤에 돌려보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 안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으며, 평택 창고의 냉장고는 포장도 뜯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공범 3명을 경호원 아르바이트 채용공고를 내 모집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신원을 확인한 결과 3명은 모두 중국 동포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에게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고 국내 송환을 요청할 방침이다.
김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이씨에게 투자 명목으로 2000만원을 빌려줬으나 돌려주지 않았다. 이희진씨와는 무관하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2000만원 채무 때문에 미리 출국 일정까지 잡은 조력자를 계획적으로 모집해 대낮에 집 안에 침입하고, 부부를 모두 살해한 경위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이씨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낸 경위도 확인하고 있다.
특히 둘째 아들 이희문씨가 "부모님 집에 제 차량을 처분한 대금 5억원이 보관돼 있었으나 사라졌다"고 주장해 또 다른 의문을 낳고 있다. 김씨도 현금을 가져간 사실을 시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둘째 아들 이씨는 2016년 형인 이희진씨와 공범으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00억원(선고유예)을 선고받았으나 작년 11월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됐다.
한편 부모 살해 소식을 전해 들은 이희진씨는 이날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오석준)에 구속 집행 정지를 신청했다. 부모의 장례 절차를 치른다는 이유에서다. 이씨는 작년 4월 1심에서 징역 5년과 벌금 200억원, 추징금 약 130억원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씨 형제의 어머니 황씨도 이 사건에 연루됐으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법원은 22일 21시까지 이씨의 구속집행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안양=권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