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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짓는 독일 건축가 "우리 문화유산 한옥, 왜 방치하나요"

다니엘 텐들러 "어머니가 1960년대 파독 간호사… 한옥 이모 댁 추억에 끌려 한국행

일제강점기~1970년대 흔적 남은 서울 을지로 재개발도 안타까워"


사라져가는 것에 이끌리지 않았다면 다니엘 텐들러(39)는 지금쯤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독일인 아버지와 파독 간호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한옥 짓는 건축가(어번디테일 소장)다. 외국에서 나고 자란 건축가가 한옥을 꾸준히 설계하는 건 유례를 찾기 어렵다. 그는 최근 방송에도 출연하며 대중에게도 한옥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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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 ‘어번디테일’에서 만난 다니엘 텐들러 소장은 “한옥을 지을 땐 내가 독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곁의 사진은 이상훈 작가가 촬영한 은평한옥 외관. /장련성 객원기자

최근 서울 을지로 어번디테일 사무실에서 만난 텐들러 소장은 "한옥은 우리 문화유산"이라고 했다. 그는 "어린 시절 한국에 올 때마다 한옥이었던 이모 댁에서 사촌들과 어울리던 추억이 있다"며 "그런 한옥이 왜 계속 버려지고 부서질까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고 했다. "한국인처럼 역사와 문화를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없는데 왜 (한옥을) 저렇게 버리는지 안타까워요. 한옥 장인들의 기술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끊어지면 되살릴 수 없으니까요."


독일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한국의 민간 경제연구소에서 인턴도 해봤지만 사무실 생활은 답답했다. 독일로 돌아가 건축을 다시 전공했다. 한국을 오가며 한옥을 공부했다. 졸업하고 서울로 건너와 한옥 설계로 유명한 구가도시건축에서 일했다. 동료였던 최지희 건축가와 함께 2014년 건축사무소 어번디테일을 열었다.


어번디테일에서 지금까지 지은 한옥은 주택이 많다. 오늘날 한옥에 산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텐들러 소장은 "한옥은 생활공간에서 꼭 필요한 게 뭔지 돌아보게 한다"고 했다. 좁기 때문이다. 마당이 있고 처마도 빼야 하는 한옥은 주어진 건폐율도 꽉 채우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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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텐들러가 설계한 서울 한옥들. 은평 한옥(위)은 대청·부엌이 마당으로 트여 있고, 계동 한옥은 창 밖 멀리까지 시야가 펼쳐져 널찍하게 느껴진다. /hooxme 이상훈

대신 한옥은 양옥보다 넓게 느껴진다. 실내는 아니어도 마당이 공간의 일부로 느껴지고, 대청처럼 마당과 연결돼 트인 곳이 있다. "나무와 한지라는 천연 재료를 쓰고 공간 비례가 인체의 척도에 보다 가깝다는 점도 한옥의 매력입니다."


"고택의 자유로움을 닮은 한옥을 짓고 싶다"면서 텐들러 소장은 경북 상주시 대산루(對山樓)를 예로 들었다. 한옥 2층에는 온돌이 없다는 통념과 달리 돌을 쌓고 2층 누각에 온돌을 놓은 집이다. 그는 "상황에 맞게 해법을 찾아내는 자유로움이 한국 전통 건축의 특징"이라고 했다.


한옥을 주로 짓지만 현대 건축에도 관심을 놓지 않는다. 현대 주택을 한지로 도배하는 식으로 한옥의 소재를 빌려오기도 한다. "앞으로는 한옥의 공간 구성 원리를 현대 건축 설계에 응용해보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연내 출간을 목표로 을지로에 대한 책도 쓰고 있다.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을지로가 안타까워서다. "을지로엔 일제강점기와 1970년대의 흔적, 제조와 판매가 어우러진 생태계가 살아 있어요. 서울이 알수록 재밌는 도시인 건 이런 동네가 아직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지금 보존하지 못하면 서울이 영혼을 잃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채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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