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왕복에 300만원이 말이 되나" 통행료 가장 비싼 다리, 거가대교 논란
여론 압박에 정치권도 나서
민간 자본이 건설
부산~거제 운행구간 120㎞→50㎞로 단축, 40년간 통행료 받기로
인천대교의 절반 길이에 통행료는 2배 비싸
기자가 직접 운행해보니
기름값·통행료 합하면 우회도로는 1만9150원 거가대교가 그래도 저렴
부산과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 /조선일보DB |
"한 달 왕복 통행료 300만원이 말이 됩니까?" VS. "아끼는 기름값 생각하면 말이 됩니다."
'전국에서 제일 비싼 다리'로 통하는 경남 거가대교 통행료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편도 5000~3만원에 달하는 통행료가 너무 비싸다고 인하해달라는 시위·집회가 이어지면서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자 정치권도 나섰다. 지난 1월 경남도의회가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 결의안을 채택했고, 이를 받아 경상남도와 부산시가 이달 초 통행료 인하를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 경남도와 부산시는 6개월 뒤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다리를 운영하는 'GK해상도로'와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인하 요구는 거가대교를 이용하면서 얻는 편익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거가대교는 2010년 건설된 길이 8.4km의 왕복 4차선로 다리다. 이 다리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경남 거제시 장목면을 이어준다. 거가대교를 타면 통상 120~140km에 달했던 부산∼거제 간 운행 구간이 50~60km로 줄어들게 된다. 대우건설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 'GK해상도로'가 돈을 대고 40년간 통행료를 받기로 했다. 개통 당시 통행료(편도 기준)는 경차 5000원, 소형차 1만원, 중형차 1만5000원, 대형차 2만5000원, 특대형차(통상 10t 이상) 3만원으로 책정됐다. 개통 당시부터 통행료가 너무 비싸단 여론이 높았는데,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이 지역의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시민단체들의 압박도 거세졌다.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 범시민대책위'는 작년 12월부터 거가대교 요금소 앞 1인 시위 등을 주도했고, 거가대교를 이용하는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한 달 통행료가 수백만원에 달한다는 여론전도 벌였다. 화물차 기사 진모(51)씨는 "11t 트럭을 몰고 하루 평균 2회씩 거가대교를 이용하는데 월 25일 운행하면 통행료가 300만원까지 나온 적 있다"며 "이용하는 거리에 비해 통행료가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거가대교 통행료는 기존에 가장 비쌌던 인천대교(19.2km)보다 길이는 절반에 못 미치는데, 요금은 2배가량 비싸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가대교를 이용하는 게 돈이 덜 든다는 반론도 많다. 진씨의 예를 보면, 통상 11t 트럭의 연비(3km/L)에 2월 28일 현재 경유 가격(1246원)을 적용하면 오히려 돈을 절약할 수 있단 계산이 나온다. 거가대교 왕복 2회로 줄어드는 거리(320km)에 연비를 고려하면 한 달 약 320만원 정도의 기름값이 절약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거기에 운행 시간이 하루 300분가량 줄어드는 걸 감안하면 거가대교 통행료보다 훨씬 큰 편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대형차뿐 아니다. 기자가 직접 거제도 대우중공업 공장에서 부산 강서구까지 소형차를 운행해보니 거가대교를 이용하는 게 돈이 덜 들었다. 거가대교를 타면 주행거리 54.2km에 통행료 1만원,기름값 5526원이 들었는데, 같은 구간을 국도와 고속도로로 갈 경우 주행거리 138.4km에 고속도로 이용료 6300원, 기름값 1만2850원이 나왔다. 거가대교를 타는 게 4000원 정도 돈이 덜 든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비용편익 분석을 고려하지 않고 거가대교 통행료를 일방적으로 인하한다는 게 아니고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기관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승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