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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조선일보

하늘빛 호수 가르며 가을 만나러 갑니다

카누에 몸을 싣고, 바람에 마음을 맡기세요

[춘천 여행] 가을 여행에 낭만을 더하다

하늘빛 호수 가르며 가을 만나러 갑니

카누를 타고 유유히 호수를 누비며 어느새 시작된 가을을 만난다. 선선한 바람과 파란 하늘, 이국적이기까지 한 자연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의암호 카누 체험은 춘천 여행의 낭만을 더해준다. /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새 가을이 곁에 와 있다. 훌쩍 높아진 하늘과 차가워진 공기 따라 마음에도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럴 땐 떠나야 한다. 바람에 마음을 맡기고 쉴 수 있는 곳으로. 그래야 마음도 가을처럼 깊어질 테니까.


오랜만에 춘천행 기차를 탔다. 경춘선 무궁화호의 낭만은 ITX-청춘열차로 대체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춘천은 낭만의 여행지다. 가을과 낭만처럼 어울리는 단어도 없다.


남춘천역을 시작해 의암호를 따라 한 바퀴, 자연과 바람을 호젓하게 느끼며 한 템포 쉬어가기로 했다. 의암호에서 카누를 타고, 자전거도 타고 그것도 부족하면 걷기로 했다.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여유롭게. 풍경 하나하나 마음에 꼭꼭 담았다. 지금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낭만이고 장관이니까.

하늘빛 호수 가르며 가을 만나러 갑니

카누 타고 낭만 체험

가을 하늘은 높고 호수는 깊다. 가늠할 수 없는 높이와 깊이 사이로 유유히 카누가 미끄러져 간다. 호반(湖畔)의 도시 춘천에서도 의암호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춘천 여행의 낭만을 더해주는 필수 코스로 떠오른 카누를 체험하기 위해 의암호로 향했다.


의암호엔 총 4곳의 카누 체험장이 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카누와 달리 모두 목재로 만든 '우든 카누'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나무로 만든 카누는 가벼워서 초보자도 운전하기 쉬운 장점이 있고, 이국적인 느낌과 아날로그적인 낭만을 느낄 수 있어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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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 정박한 ‘우든 카누’. 나무로 만들어 가벼워서 초보자도 쉽게 탈 수 있는 데다 아날로그 낭만을 느낄 수 있어 인기다. /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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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중도물레길에서 우든 카누 체험에 나섰다. 카누에 탑승하기 전 패들 조작 방법과 탑승 유의점 등 안전교육을 하고 구명조끼를 착용한다. 적삼목으로 직접 제작한 카누의 무게는 대당 30㎏ 정도지만 최대 4명까지 탑승해도 거뜬하다. 무게가 더 나가는 사람이 뒤쪽에 자리를 잡고 다리를 최대한 벌린 채로 앉으면 균형 잡는 일도 크게 어렵지 않다.


처음이라 겁을 먹은 것도 잠시 패들을 물에 깊숙이 넣고 앞에서 뒤로 밀어내자 카누가 조금씩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방향을 못 잡고 방황하기도 여러 번이지만 안전요원이 알려주는 요령 따라 패들링을 하다 보면 순항하게 된다. 카누는 선착장을 출발해 중도와 무인도 사이 자연생태숲을 지나 회항한다. 40~50분 정도 걸리는 코스다.


날씨가 좋아 구름마저 그림 같은 풍경을 카누 위에서 선선한 바람과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카누를 타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선명하고 살아있는 풍경이다. 사람의 발길 닿지 않는 중도와 무인도의 자연생태숲 사이를 누빌 땐 탐사에 나선 탐험대가 된 듯 짜릿한 스릴이 느껴진다.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팔이 아파도 직접 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심의 소음은 사라지고 호숫가엔 삐걱거리는 나무 소리와 노 젓는 소리만 귓가에 맴돈다. 이 적막감이 카누 체험의 낭만을 더한다. 눈 돌리는 곳마다 이곳이 춘천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친구들과 함께 카누 체험에 나선 대학생 김유빈(21)씨는 "카누 타면서 본 풍경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잊지 못할 추억과 멋진 인생 사진이 생겼다"고 즐거워했다.


가을빛이 짙어지면 카누에서 바라본 풍경은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단풍이 드는 10월엔 예약하지 않으면 카누 체험이 어려울 만큼 인파가 몰린다고 한다. 이른 가을의 풍경이지만 조금 일찍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 다행이었단 생각이 들었다. 매일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36개월 미만, 임신부는 탑승이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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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호를 따라 하이킹과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수상산책길. /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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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호의 절경을 짜릿하게 즐길 수 있는 ‘의암호스카이워크’. 최근 새롭게 문 연 ‘소양강스카이워크’에 비해 소박하지만 수상산책길과 고즈넉한 주변 풍경을 여유롭게 즐기기 좋다. /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의암호 산책, 짜릿한 스카이워크

의암댐 조성으로 만들어진 인공호수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의암호는 주변 산세와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의암호를 따라 28㎞에 걸쳐 만들어진 자전거순환길은 의암호의 운치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코스. 하이킹을 위해 찾은 자전거족들도 많이 눈에 띄었지만 남춘천역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가볍게 여행을 시작한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자전거 타는 게 자신 없다면 의암호를 따라 수상 산책길을 천천히 걸어보길 권한다. 의암호 산책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짜릿한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의암호스카이워크. 스카이워크에 진입하려면 김유정 문인비 방향에선 도보 10분 정도, 송암스포츠타운 방향에선 15분 정도 걸어야 한다. 원치 않아도 산책길을 걸어야 하지만 의암호를 따라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산책길 코스는 완만하기도 하고 풍경이 아름다워 스카이워크 때문이 아니라도 충분히 걸어볼 만하다.


의암호스카이워크는 최근에 새로 개장한 '소양강스카이워크'와 비교하자면 소박한 규모지만 수상 산책길과 어우러진 여유롭고 고즈넉한 풍경 때문에 일부러 찾는 사람도 많다. 입장료도 무료다. 의암호 수면 위 12m 높이에 길이 10m의 돌출된 전망대로 바닥이 전부 투명한 유리로 된 것이 특징이다. 바닥 아래 아찔한 풍경을 보고 망설이는 사람들 사이로 호기롭게 손을 흔드는 사람들이 눈에 띄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오금이 저렸다.


스카이워크로 가는 길은 송암스포츠타운에서 가는 길이 조금 더 걸리지만 주차와 진입이 쉽다. 수상 산책길을 걷는 동안에는 나무 그늘에서 뜨거운 햇살을 잠시 피할 수 있다. 바람에 후드득 떨어지는 도토리도 운치를 더한다. 의암호를 따라 걸으며 카누를 탈 때 놓쳤던 풍경을 천천히 눈에 담기도 좋다. 산책길은 자전거도로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아 안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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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상상마당 춘천에서 의암호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쉬고 있는 사람들. /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전시 보고 별빛축제도 즐겨볼까

카누 타고 자전거 타고 산책까지 즐겼다면 잠시 의암호를 바라보며 쉬어가는 것도 좋다. KT&G 상상마당 춘천은 자연과 함께 문화 충전까지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현재 아트센터로 사용 중인 건물은 현대 건축의 거장 김수근이 설계해 1980년 문을 연 옛 춘천 어린이회관. 의암호에 사뿐히 내려앉은 나비를 닮은 형상의 건물은 김수근의 작품답게 붉은 벽돌로 지어졌다. 건축 답사로도 가치가 있다.


2014년 상상마당의 아트센터로 재탄생한 옛 춘천 어린이회관은 공연장과 갤러리, 강의실, 디자인스퀘어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의암호가 내려다보이는 야외 공연장에서도 다양한 공연과 축제가 열리고 있다. 전시나 공연을 관람하며 문화 충전과 함께 의암호의 포근한 풍경과 산책로 등을 함께 즐길 수 있어 가족, 연인들의 나들이 코스로 인기가 많다. 카페에서 그저 커피 한 잔 즐기며 호수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일상의 스트레스가 훌훌 날아가는 것 같다. 인근에 옛 강원도 체육회관을 활용한 숙박 공간을 갖추고 있어 하룻밤 묵으며 춘천을 여행하기에도 좋다.


상상마당과 이웃한 춘천 MBC에선 다음 달 31일까지 2018호수별빛나라가 열린다. 매일 일몰 후부터 밤 11시까지 화려한 LED 조명 장식이 눈을 즐겁게 해주는 빛축제. 의암호의 밤을 낭만적으로 보낼 수 있는 행사로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빛축제와 함께 다음 달 21일까지 호반광장에선 '2018한국현대조각초대전'도 열린다. 의암호를 따라 이웃한 인근 의암공원과 공지천 조각공원도 함께 둘러보면 춘천 여행이 더욱 풍성해진다.


[춘천=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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