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평양 인근서 신형 ICBM 계속 만들고 있다"
核생산 이어 ICBM공장 돌린 정황
북한이 평양 인근에서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조 중인 정황을 미 정보 당국이 포착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3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우리 정부도 "한·미 정보기관에서 유심히 보고 있다"며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최근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등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확인한 데 이어, ICBM 추가 생산 정황까지 드러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6월 미·북 정상회담 후 "더는 핵 위협이 없다"고 했지만,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제조 정황이 잇따라 포착되면서 미국 내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ICBM 트레일러도 포착"
WP는 이날 익명의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평양 인근 산음동의 대형 무기공장에서 액체 연료를 쓰는 ICBM 1~2기를 제조하고 있는 정황이 정찰위성 등을 통해 파악됐다고 전했다. 산음동 미사일 공장은 미 동부까지 타격할 수 있는 ICBM급 '화성 15형'을 생산한 곳이다. 미들버리 국제학 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연구원은 최근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산음동 ICBM 가동 중(active)"이라고 했다. 이 연구센터는 7월 7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공개했는데, ICBM 공장 마당 중간에 과거 북한이 ICBM을 실어 나를 때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붉은색 트레일러가 정차해 있었다.
ICBM 운반 차량 포착 - 지난달 7일 위성사진으로 촬영한 북한 평양 외곽의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 모습.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30일(현지 시각) 공개한 이 사진을 보면 연구단지 마당에 북한이 미사일을 운반할 때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붉은색 차량(점선)이 서 있다. /플래닛 랩스·워싱턴포스트 |
이와 관련, 우리 정부 소식통은 "올해 초부터 산음동 단지에 인력과 물자 움직임이 계속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보 사항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북한의 여러 동향을 유심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의 북한 의구심 확산
WP는 "미국 정보 당국이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북한 고위 관리들은 핵탄두와 미사일 숫자와 핵 시설의 수를 속이고 국제사찰단을 무력화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전략에는 수십 개의 핵폭탄을 보유하면서 20개의 핵탄두만 폐기한 뒤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미 정보·군 당국을 인용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보도가 이어지는 것은 미 행정부 내에 증폭되고 있는 북한에 대한 불신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우릴 속이지 말라"고 사실상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얘기다. 외교 소식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적인 공개 발언과 달리 미국의 정보 당국과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의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미 정보 당국이 언론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려는 성격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많은 긍정적인 일이 일어났다. 북한 김정은은 지난 9개월간 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았고, 우리는 억류된 미국인을 돌려받았다"고 했다.
◇ 北 '핵·미사일 대량생산' 이행 중
북한이 핵 물질·ICBM을 계속 생산하고 있는 것은 결국 '핵보유국 인정'이란 전략 목표를 향해 계획대로 가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핵탄두들과 탄도로케트(미사일)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 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최근 북한의 움직임은 '핵·미사일 대량생산과 실전 배치'란 지시를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미사일 시험 중단을 선언할 때도 핵·미사일을 포기하겠다고는 하지 않았다. 당시 김정은은 "핵 개발의 전 공정이 다 진행됐고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이라며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 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 발사도 필요 없게 됐다"고 했다. 또 북한은 당시 회의에서 자신을 '세계적인 핵 강국'으로 표현하고 '핵무기 병기화 실현을 엄숙히 천명한다'고 했다. '핵 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 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도 했다. 즉 미국·러시아처럼 공인된 핵보유국 행세를 하기 위해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겠다는 것이지, 핵무기의 보유·생산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얘기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