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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섬 갈까, 세종수목원 갈까…내년에도 ‘거리두기 여행' 계속된다

미리 가본 새해 여행지


2020년이 저문다. 예고도 없이 시작된 코로나 대유행으로 많은 것이 달라진 한 해였다. <아무튼, 주말>의 여행 면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이전과는 다른 여행지와 여행 방식을 찾아야 했다. 여행을 멈추는 대신 코로나 시대에 맞는 여행지를 제안하기 위해 부지런히 달려왔다. 코로나 이후의 여행은 ‘안전’과 ‘힐링’에 중점을 뒀다. 코로나를 피해 안전하면서도 코로나로 인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여행이 필요한 때니까. 유명하고 북적이는 여행지 대신 잘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숲과 해변, 공원 등을 주로 찾았다. 여행의 대세는 이미 자연 속에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거리를 둘 수 있는 ‘언택트(untact) 여행’. 올 한 해를 뒤돌아보며 새해 가 볼 만한 언택트 여행지를 추천한다. 당장은 떠날 수 없지만 언젠가는 가 볼 수 있다는 기대에 설레는 연말연시가 되길 바라며!

반나절 근교 여행

나들이처럼 가볍게 여행 떠나기 좋은 하남 미사경정공원. 조정·카누 경기 등이 열리는 호수를 둘러싼 넓은 공원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여행이라고 꼭 멀리 떠날 필요는 없다. 코로나 이후 도심과 가까운 근거리 여행이 인기다. 대중교통이나 숙박 시설을 이용할 필요도 없다.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서울과 맞붙은 경기도 하남은 서울과 가까우면서 나들이하듯 가볍게 떠나기 좋다. 첫 번째 목적지는 미사경정공원.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조정·카누 경기를 치른 곳이자 경정이 열리는 경기장이 있는 곳이다. 길이 2212m, 폭 140m 조정 호수를 중심으로 조성된 공원은 전체 면적 133만㎡로 규모가 크다.


겨울인 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로 경정이 중단되면서 미사경정공원은 요즘 더없이 한적하다. 덕분에 여유롭게 넓은 공원을 산책하며 언택트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봄에는 벚꽃 명소로, 가을에는 단풍 명소로 변신하는 숲길은 겨울에도 운치가 넘친다. 시원하게 쭉 뻗은 조정 호수는 바라보기만 해도 지끈거리던 머리가 상쾌해진다. 자전거 대여소에서 빌린 자전거로 공원을 둘러봐도 좋다. 쉼터매점은 외부 관람석의 전망 때문이라도 들러볼 만하다. 추위와 허기도 달랠 수 있다.


하남 미사리 한강 변엔 갈 곳 없는 나무들을 옮겨 심고 가꾸는 나무고아원이 있다. 대형 토목 공사나 도로 개설, 아파트 건설 등으로 베어지는 나무를 옮겨와 심은 게 2만2000그루(교목 4100그루·관목 1만8000그루), 면적은 8만9000㎡다. 소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메타세쿼이아, 은행나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름만 다를 뿐 수목원이나 다름없는 숲과 풍경을 여유 있게 돌아볼 수 있다. 미사경정공원과는 위례강변길로 이어져 그럴 듯한 산책 코스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이면 닿는 경기 남양주 다산생태공원. 팔당호를 따라 이어진 갈대숲과 산책로는 사색하며 걷기 좋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에서 차로 1시간이면 닿는 남양주도 반나절 여행지로 딱이다. 남양주 조안면 능내리 마재마을은 조선 최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태어난 곳이자 오랜 유배생활 끝에 생을 마감한 곳. 다산 생가와 묘, 기념관, 문화관 등이 모여 있다. 다산유적지를 추천하는 진짜 이유는 유적지 앞 팔당호변에 있는 다산생태공원 때문이다. 눈앞에 펼쳐진 팔당호만 마주해도 가슴이 뻥 뚫린다. 잔잔한 호수 따라 이어지는 호젓한 갈대숲길과 산책로는 사색하며 걷기 좋다. 두물머리, 물의정원과 닮은 듯하지만 비교적 덜 알려져 한적하고 소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인근에 지난여름 자전거 여행을 취재하며 찾았던 능내역이 있다. 지금은 기차가 서지 않는 폐역이지만 오래된 기차역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폐철길 따라 자전거도로를 달리던 라이더들이 줄어든 겨울 능내역의 한적함이 새롭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경기 남양주 수종사.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운길산 중턱에 자리한 수종사에선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발아래 펼쳐지는 두물머리 장관을 직관하기 위해선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한다. 일주문까지 차로 갈 수 있지만 가파른 산길이 1.5㎞ 넘게 이어진다. 운길산역에서 걸으면 40~50분이 걸린다. 산사는 붐빌 틈 없이 고요하다. 덕분에 차분히 발 아래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수종사에서 가장 높은 산신각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압권이다.

코로나 피해 떠난 섬

조선일보

전남 신안 기점·소악도엔 '섬티아고'라고 불리는 순례길이 있다. 섬과 섬을 잇는 길이 12㎞ 길로 열두 개의 예배당이 세워져 있다. 섬과 섬은 갯벌에 돌을 놓아 만든 노둣길로 이어진다. 썰물에 드러난 노둣길 너머 노을이 지고 있다. /신안군

아예 멀리, 인적 드문 섬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 섬만 한 언택트 여행지도 없을 터.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엔 472개의 유인도를 포함 3300개가 넘는 섬이 있다. 배를 타고 가야만 하는 섬도 있지만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잇는 다리로 연결돼 차로 갈 수 있는 섬도 많다. 크고 작은 섬마다 새로운 풍경이, 때묻지 않은 자연이 기다린다. 섬 많기로 이름난 전남 신안에서 기점·소악도를 찾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판 ‘산티아고 가는 길'이라 불리는 순례길 때문이다. 기점·소악도는 병풍도를 모섬으로 하는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등 작은 섬 네 개를 말한다. 섬과 섬은 갯벌에 돌을 놓아 만든 노둣길로 이어진다. 이 길따라 열두 개의 예배당이 들어서고 예배당을 잇는 12㎞의 순례길이 만들어졌다. 섬을 잇는 순례길이라고 해서 ‘섬티아고’, 열두 개의 예배당이 예수의 12사도를 상징한다고 해서 ’12사도 순례길’이라고도 부른다.

조선일보

신안 기점·소악도 순례길엔 예배당 열두 개가 있다. 국내외 공공 조각, 설치 미술 작가들이 만든 독특하고 이국적인 건물도 볼거리다. /신안군

한적한 순례길을 걸으며 지난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복잡한 생각이나 마음도 털어낼 수 있다. 눈으로는 넓은 갯벌과 평화로운 섬 풍경을 담는다. 순례길에서 만나는 열두 개의 작은 예배당은 하나하나가 예술 작품이다. 국내외 공공 조각, 설치 미술 작가들이 참여한 독특하고 이국적인 건물을 마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점·소악도는 압해도 송공항과 지도읍 송도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노둣길이 잠기면 섬을 오갈 수 없으므로 물때 확인이 필수다. 현재 코로나로 기점·소악도의 게스트하우스, 민박 운영이 중단되면서 배 시간에 맞춰 이동할 수 있도록 순례길을 걸어야 한다. 자세한 정보는 기점·소악도 홈페이지( 기점소악도.com)에서 확인.

조선일보

마을 지붕이 온통 보랏빛이다. 동화 같은 풍경으로 멀리서도 찾는 섬이 된 전남 신안 '퍼플섬'. /신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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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전남 신안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가 개통하면서 목포와 압해도·암태도·자은도·안좌도·팔금도·자라도·추포도 등 신안 중부권 섬들이 하나로 연결됐다. 섬과 섬이 다리로 이어지면서 차를 타고 편하게 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섬 전체가 온통 보랏빛이라는 퍼플섬으로 가는 길도 설레기만 하다. 퍼플섬은 신안 안좌도 앞바다에 떠 있는 자그마한 형제섬 반월·박지도를 말한다. 안좌도와 반월·박지도를 연결하는 보행교부터 마을 지붕, 담벼락, 창고, 도로, 분리수거함은 물론 마을 주민들도 온통 보라색 옷을 입었다. 보라색은 섬에 자생하는 보라색 도라지 군락과 꿀풀의 색에서 유래했다. 보라색 옷을 입고 변신한 동화 같은 섬은 멀리서도 찾아갈 만큼 매력적인 섬으로 바뀌었다.

조선일보

퍼플섬은 섬과 섬을 잇는 다리도 보라색이다. 퍼플교는 밤에도 보랏빛 조명으로 물든다. 퍼플교의 환상적인 야경도 놓치지 말 것. /신안군

퍼플섬의 보라빛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직접 걸으며 섬과 섬을 둘러봐야 한다. 문브릿지(moon pidge)를 지나 반월도, 퍼플교, 박지도까지 7.6㎞ 도보 여행을 천천히 즐기다 보면 몸도 마음도 여유로워진다. 덤으로 해안산책로를 따라 박지산을 걸어봐도 좋다. 퍼플섬은 밤에도 보랏빛으로 물든다. 퍼플교의 환상적인 야경도 놓치지 말 것.

조선일보

경남 통영 비진도 미인전망대에서 바라본 비진도해수욕장.

경남 통영 앞바다에는 192개의 크고 작은 섬이 있다. 그중 비진도는 ‘보배에 비할 섬’이라는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두 개의 섬이 백사장으로 이어진 모습은 마치 아령이나 모래시계를 눕혀 놓은 듯하다. 안섬과 바깥섬을 잇는 이 백사장이 비진도해수욕장이다. 산호빛 바다와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다. 양쪽으로 펼쳐진 해변은 바다가 잔잔하고 모래가 고운 서쪽과 달리 동쪽은 파도가 세고 몽돌로 이뤄졌다. 어느 쪽이든 한적하고 아름다운 해변이다. 여름이라면 발이라도 담갔을 텐데 계절이 아쉽다. ‘비진도 산호길’은 섬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 해안 절벽과 선유봉, 주변 섬 풍경도 좋지만 미인도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비진도의 장관이 일품이다.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서 비진도로 가는 여객선을 탈 수 있다. 40분 소요.

운치있는 겨울 정원 나들이

세종시 한복판에 들어선 국립세종수목원. 국내 최초의 도심형 수목원으로 축구장 90개 규모에 달한다. /국립세종수목원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상 여행지도 빼놓을 수 없다. 도심 한복판에 축구장 90개를 합친 크기의 거대한 수목원이 들어섰다. 지난 10월 문을 연 국립세종수목원이다. 국내 최초의 도심형 수목원이자 세 번째 국립수목원이다. 세종시 한복판에 조성돼 접근성이 좋고 세종호수공원, 세종중앙공원과 연결돼 방대한 녹지 공간을 누비며 쉴 수 있다. 수목원은 전체 면적 65만㎡로 주제 전시원과 사계절 전시온실, 전통정원, 분재원, 민속식물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 전통 정원부터 현대 정원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20여 곳의 주제 전시원에는 2834종 172만 그루의 식물이 자란다. 사계절 전시온실은 최대 높이 32m, 면적 9815㎡로 국내 최대 규모다. 붓꽃 꽃잎을 형상화한 유리 온실은 꽃잎 모양 따라 열대온실, 지중해온실, 특별전시온실로 나뉜다. 계절에 관계 없이 평소 보기 힘든 다양한 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국립세종수목원 특별전시온실에선 내년 2월까지 겨울특별전 '겨울, 상상의 정원'을 연다. 다양한 겨울꽃과 크리스마스트리를 전시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다. /국립세종수목원

내년 2월 28일까지 특별전시온실에선 겨울 특별전시회 ‘겨울, 상상의 정원’이 열린다. 포인세티아, 시클라멘 등 다양한 겨울꽃과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날 수 있다. 서양 측백 유럽 골드와 캐나다 솔송나무, 흰말채 나무 등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사계절 꽃길까지 성탄 분위기가 한껏 느껴진다. 국립세종수목원은 현재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사계절 전시온실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하루 7회, 회당 180명만 입장한다. 예약은 국립세종수목원 홈페이지( sjna.or.kr)에서 하면 된다. 수목원 내 동시 관람객도 3000명으로 제한한다. 월요일 휴무,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입장료는 성인 5000원·청소년 4000원·어린이 3000원으로 시범 운영 기간인 이달 말까진 무료다.

조선일보

거창 우두산에 국내 최초 Y자형 출렁다리가 개통했다. 우두산 세 봉우리를 연결하는 현수교로 아찔한 전망을 즐길 수 있다. /거창군

경남 거창 우두산엔 ‘Y’자 모양의 출렁다리가 들어섰다. 지난 10월 개통한 거창 Y자형 출렁다리다. 출렁다리 열풍으로 전국에 100개 넘는 출렁다리가 생겼지만 Y자 모양은 최초. Y자형 출렁다리는 우두산 세 봉우리를 연결한다. 길이 45m, 40m, 24m 3개의 다리가 공중에서 Y자로 만나는 형태. 높이는 60m, 교각은 없다. 다리를 건너는 상상만으로 아찔하면서도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Y자형 출렁다리는 항노화힐링랜드 주차장에서 등산로를 따라 600m쯤 오르면 만날 수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현재 거창 Y자형 출렁다리는 출입 통제된 상태. 재개방 여부는 코로나 확산 추이에 따라 거창군 홈페이지( geochang.go.kr)를 통해 안내할 예정이다.


[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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