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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조선일보

파란 눈의 '리틀 이미자'가 부르는 한려수도, 들어보실래요?

독일인 가수 로미나… '이미자 음악회' 게스트로 출연

"10년 전, 친구 아버지가 틀어놓은 '동백아가씨' 듣고 그 매력에 퐁당"


연습실 안에서 반주가 흘러나오자 금발에 새파란 눈동자의 여성이 양손으로 손가락을 튕겨 가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녀가 따라 부르는 노래는 K팝도 요즘 아이돌 노래도 아닌 1970년에 발표된 이미자의 히트곡 '아씨'였다.


오는 8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가수 이미자 데뷔 60주년 음악회 '내 노래 내 사랑 그대에게'의 게스트로 출연하는 독일인 가수이자 방송인 로미나 알렉산드라 폴리노스(33)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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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삼성동에서 만난 로미나는 “젊은이들이 전통가요의 맛을 알게 되면 분명 저처럼 빠져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한 곡을 선보이고 있는 로미나. /오종찬 기자

지난 2일 서울 삼성동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조금 긴장돼 보였다. 그는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나면서도 떨리는 일"이라고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BS '가요무대'에서 로미나가 '아씨'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이씨가 직접 연락했다. 게스트 발탁에 깐깐하기로 소문난 이씨의 눈에 든 것. 바로 이씨의 추천을 받아 KBS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동백아가씨'를 불렀다. 이후 '이미자 음악회'마다 단골 게스트로 전국 무대를 누비고 있다. 덕분에 '이미자 키즈'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이씨의 눈에 든 이유에 대해 그는 "글쎄요, 저도 여쭤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잘하려는 열정을 알아주신 게 아닐까요"라고 했다.


그가 한국 가요에 매료된 건 2009년 한국외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할 때였다. 한국인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친구 아버지가 틀어놓은 '동백아가씨'를 듣고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그는 "당시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 부르는 노래라는 것은 바로 이거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에 아예 정착해 11년째 살고 있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 덕분에 외국인들이 패널로 등장하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지만, 노래 실력을 선보일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2년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임주리의 1979년 곡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부르자,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처음 출연한 무대에서 장려상을 탔고 그해 상반기 결선에서 주현미의 '신사동 그 사람'으로 인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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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 60주년 음악회’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로미나(왼쪽)가 이미자씨와 공연 내용을 상의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독일인 아버지와 헝가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외국인이 한국 가요에 대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그는 "한국인 특유의 '한(恨)'이 무엇인지 내가 정확히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노래로 느껴지는 감정은 전 세계 어디든 통한다고 믿는다"며 "특히 트로트는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노래이자 인생에 대한 노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정식 앨범 '상사화'를 냈다. 앨범 준비를 앞두고 '스승' 이미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미자 선생님이) 반주가 너무 가볍다며 클래식 악기와 함께 맞춰보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 마지막 곡으로 '상사화'의 오케스트라 버전을 추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고치고 싶은 것은 '발음'이다. 모국어인 독일어에는 우리나라처럼 부드러운 시옷 발음이 없기 때문이다. 쌍시옷 발음과 마찰음인 'Z' 발음뿐이다. 그는 "마치 시를 말하는 것 같은 가사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최대한 정확하게 또박또박 발음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특히 이번 이미자 음악회에서 그가 부를 노래 '삼백리 한려수도'에는 시옷 발음이 유독 많다. 그는 "'한산섬' '섬색시' 같은 부분에서 발음을 약하게 하려고 엄청나게 애쓰고 있다"고 했다. 이미자의 주문 사항은 없을까. "선생님은 언제나 '기교 부리지 말고 악보대로 깨끗하게 부르라'고 하신다." 공연 문의 (02)724-6318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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