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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아도, 걸음걸이가 어색해도 유명하면 그만? 연예인 2세 금수저 모델 논란

"난 패션쇼 무대 골라..." 켄달 제너 발언에 모델들 분노하 기도

키 175cm... 주드 로 아들 래퍼티 로, 돌체앤가바나 패션쇼에 등장해 논란

조선일보

켄달 제너의 인터뷰 내용을 발췌한 러브 매거진 인스타그램. 그의 발언은 토플리스(Topless·상의 탈의) 차림의 화보보다 더 화제를 모았다./인스타그램

태어날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유명한 부모를 둔 덕에 철들기 전부터 TV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15살에 패션쇼 무대에 올랐다. 전 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 케이틀린 제너의 딸 켄달 제너(22)의 이야기다. 그는 지난해 모델 활동으로 2천2백만 달러(약 246억원)를 벌어 슈퍼모델 지젤 번천을 누르고 가장 수입이 많은 모델이 됐다.


켄달 제너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자신과 다른 모델의 직업 방식을 비교해 공분을 샀다. 영국 패션잡지 러브 매거진이 인스타그램에 공유한 내용에 따르면 그는 "처음부터 우리는 어떤 쇼에 설 지 매우 신중하게 골랐다. 나는 한 시즌에 30개 쇼에 선다던가, 그게 뭐든 간에 그런 일을 하는 여자애들 중 한 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신 건강을 위해 패션쇼 무대를 떠나게 된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그런 일을 하는 여자애들(모델들)’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출신의 톱 모델 다리아 스트로쿠스는 "그 소녀들이 하는 일이 무엇이든 간에, 많은 신인 모델들이 자신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돈을 벌려고 노력한다"라며 "한 시즌에 70번의 패션쇼에 서기도 한다. 우리는 그런 일을 하는 소녀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모델 테디 퀸리반은 "그 소녀들은 유명인 가족 출신이 아니며, 일을 거부할 기회가 없다"며 ‘금수저’ 켄달 제너를 저격했다.


◇ ‘~의 아들·딸’ 화제 몰고 다니는 금수저 모델들


패션계에 할리우드 셀러브리티 자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탁월한 외모와 끼를 바탕으로 유명세와 부를 이어간다. 켄달 제너의 가족만 봐도 동생 카일리 제너(21)와 이복 언니 킴 카다시안(37) 등이 패션계를 주름 잡는 모델 겸 사업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카일리 제너는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을 연달아 완판시키며 뷰티업계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지난 7월 경제 잡지 포브스는 자산규모 9억 달러(약 1조71억원)의 그를 최연소 자수성가 억만장자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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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패션계인 유명인 가족을 모델로 세운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카다시안·제너 가족을 모델로 세운 캘빈클라인 2018 봄 광고./캘빈클라인

유명세는 부족한 자질도 뛰어넘는다. 배우 주드 로의 아들 래퍼티 로(22)는 175cm의 작은 키로 이탈리아 명품 돌체앤가바나 패션쇼 무대에 올랐다. 185cm 이상의 모델들 사이에 선 그의 모습은 존재 자체로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물론 ‘양심없다’ ‘아동복 모델 같다’는 비아냥이 대부분이었지만 말이다.


돌체앤가바나는 래퍼티 로 외에도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의 아들 딜런 브로스넌(21), 런 디엠씨 출신 래퍼 조셉 시몬스의 조카 디기 시몬스(23), 말론 브란도의 손자 투키 브란도(28) 등 세계 각국의 금수저들을 모델로 기용했다. 그 중엔 기존의 모델처럼 훤칠한 외모를 지닌 이도 있지만, 래퍼티 로처럼 평범한 이가 더 많았다. 몇 년 전만 해도 근육질 모델들로 관능미를 뽐냈던 이 브랜드가 변화를 시도한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 측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친화적인 패션쇼를 선보이기 위해 재벌 2세와 할리우드 스타의 자녀, 소셜미디어 스타들을 내세웠다고 밝혔다. 의도가 통했는지 패션쇼장 앞엔 몰려든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SNS는 이들의 활약상으로 도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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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드 로의 아들인 래퍼티 로는 돌체앤가바나의 모델로 올라 관심과 비아냥을 동시에 받았다./돌체앤가바나

◇ 슈퍼 모델에서 인스타 스타로...모델 지형도 바꾼 금수저 모델


소셜미디어가 보급되면서 모델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 슈퍼모델보다 친근한 모델이, 패션쇼와 화보에서 카리스마를 뿜는 모델보다 SNS에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모델이 더 인정 받는다. 태어날 때부터 유명했던 금수저 모델들이 뜨는 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광고업계는 ‘~의 아들(딸)’이 등장하는 광고가 부모를 기억하는 기성세대와 자녀를 선망하는 밀레니얼 세대까지 포용한다고 주장한다. 90년대 슈퍼 모델 신디 크로포드의 딸 카이아 거버(17)는 지난해 알렉산더 왕, 샤넬, 발렌티노 등 굵직한 패션쇼로 데뷔하면서 그의 어머니에 대한 기성세대의 향수를 자극했다. 이에 힘입어 신디 크로포드는 지난 2월 슈퍼볼을 위한 펩시 광고에 26년 만에 재출연했다. 이 광고엔 모델로 활동하는 아들 프리슬리 거버(19)가 동반 출연했다. 유명한 부모가 자녀를 끌어주고, 다시 자녀가 부모를 끌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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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의 2018 봄/여름 오트 쿠튀르 패션쇼에 오른 신디 크로포드(오른쪽)의 딸 카이아 거버(왼쪽), 가운데는 샤넬의 수장 칼 라거펠트./핀터레스트

최근에는 빅토리아 베컴이 아들 브루클린 베컴(19)을 사진작가로 채용해 구설수에 올랐다. 브루클린 베컴은 16살의 나이에 버버리 광고를 찍었고, 자신의 사진집도 출간했다. 그는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 입학했지만, 향수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자퇴한 바 있다.


일반인보다 몇 배는 더 수월해 보이는 금수저들의 성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허탈함과 박탈감을 안긴다. 이런 가운데 소말리아 난민 출신으로, 최초의 히잡을 쓴 모델이 된 할리마 아덴(21)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슬림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해 히잡을 쓴 채 모델 활동을 하는 그는 인종과 성별, 문화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70만 명이 넘는다. 역시 뻔한 금수저 이야기보단, 척박한 환경을 딛고 세상을 바꾼 청춘의 이야기가 더 매력적인 법이다.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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