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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선율 닮은 해발 700m 고원… 청옥산 풍경이 안단테로 흘렀다

[아무튼, 주말] 아는 도시, 뜻밖의 풍경

평창으로 떠나는 ‘산캉스'

‘생존 피서’가 시작됐다. ‘열돔’ 현상까지 나타난 역대급 더위엔 ‘집콕’ 생활도 더 이상 슬기로울 수 없는 법. 바이러스와 폭염으로부터 ‘피신’할 곳을 급히 수색해본다. 인파 북적대는 해수욕장에서 우회해 달려간 종착지는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강원도 평창. 이름하여 ‘산캉스(산+바캉스)’ 명소다. 전체 면적의 60%가 해발고도 700m 이상인 곳에 있어 힘들게 등산하지 않고도 산속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곳. 때마침 오는 28일부터 내달 7일까지 알펜시아리조트 일대에선 ‘평창대관령음악제’도 열린다. 울창한 녹음과 클래식 선율로 가득 찰 평창의 여름 산에 빠져볼 좋은 기회다.

평창의 미탄면 '산너미목장'의 뒷산으로 올라가면 '양달 소나무'가 반긴다. 소나무 아래 벤치에 앉으면 아담한 산촌마을과 멀리 '청옥산 육백마지기' 풍경이 천천히 흐른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백두대간·강릉 보이는 해발 1458m 발왕산 스카이워크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열리는 알펜시아리조트 일대 대관령면은 산캉스 최적의 장소다. 지대가 높아 서울 도심보다 7~8월 평균 기온이 5~6℃ 낮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해발고도에 따른 기온 차를 느껴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난해 8월 19일에 개장한 ‘모나파크 용평리조트’(이하 용평리조트) 발왕산 기 스카이워크 전망대에 올라보는 것이다. ‘왕이 태어날 기를 가진 산’이라 불리는 해발 1458m 발왕산에 들어선 국내 최고(最高) 스카이워크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캔틸레버 구조물로 다리 길이만 64m다. 리조트에서 전망대까지 왕복 7.4㎞의 구간을 케이블카 타고 오갈 수 있다.

평창 대관령면 '발왕산 기 스카이워크' 전망대에 서니 발 아래로 구름이 흘러갔다. '구름 위의 산책'이 따로 없었다. 날씨에따라 다양한 풍광을 만날 수 있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스카이워크에 발을 내디디면 맑고 깨끗한 바람이 마중 나온다. 들숨과 날숨을 반복할 때마다 청정 공기가 폐의 찌든 때를 걸러내는 듯하다. 관람 방향에 따라 스카이워크로 천천히 걸어나가면 사방으로 아찔한 풍광이 펼쳐진다. 고지대의 변화무쌍한 날씨로 인해 전망대 풍경은 수시로 달라진다. 발아래로 구름이 빠르게 지나가기도 한다. 그야말로 ‘구름 위의 산책’. 발왕산 기 스카이워크의 관리를 맡은 용평리조트의 김하동 마케팅 매니저는 “해발 700m 지점인 리조트 일대와 이곳 전망대 기온을 비교해보면 7~10℃ 정도 낮다”며 “강릉 시내와 비교했을 때도 8~11℃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약간 흐린 날엔 서늘하다 못해 추위를 호소하는 관람객도 있단다. 실제로 오후 한때 구름 낀 날씨였던 지난 14일 발왕산 기 스카이워크 전망대에선 반소매 차림의 관람객들 사이에서 “어, 추워!” 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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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발왕산 기 스카이워크' 주변 산책로는 수형을 최대한 보존하며 꾸몄다. 서울대학교 로고와 닮아 이름 붙은 '서울대나무'. 서울대나무를 비롯해 산책로에는 희귀한 모양의 나무가 볼거리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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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왕산 기 스카이워크' 전망대 산책로에 있는 마유목. 야광나무 속에 마가목 씨가 싹을 튀운 희귀종 나무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스카이워크 중심부엔 360˚로 돌아가는 ‘턴테이블’이 설치돼 있다. 한자리에서 동서남북을 감상할 수 있다. 백두대간 능선은 물론 맑은 날엔 동쪽으로 강릉 바다까지 보인다. 주변에 즐길 거리도 많다. 전망대 부근엔 나무 덱의 무장애 탐방로가 잘 꾸며져 있다. 휠체어, 유모차를 이용한 관람객들도 발왕산 숲길 탐방을 즐길 수 있다. 야광나무 속에 마가목씨가 싹을 틔워 상생하며 자라는 희귀종 나무인 ‘마유목’을 비롯해 언뜻 서울대 로고처럼 보인다고 이름 붙은 ‘서울대나무’ 등을 보물찾기 하듯 발견하며 걷는 재미가 있다. 이달 초엔 총연장 3.1㎞의 발왕산 천년주목숲길도 개장했다. 딱 한 사람이 들어갈 만큼의 공간이 비어 있는 ‘고해 주목’, 1800년 수령으로 추정되는 ‘어머니 왕 주목’과 ‘아버지 왕 주목’ 등을 찾아다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탐방로 중간쯤에 있는 ‘발왕수 가든’에선 정상 암반 300m 아래에서 흘러나오는 천연 약수를 맛볼 수 있다. 발왕산 기 스카이워크 이용료는 케이블카 왕복 포함 성인 1인 기준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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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가로지르는 레일을 따라 최대 시속 40km로 내달리는 '알펜시아 리조트'의 인기 체험 시설인 '알파인 코스터'.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한여름 고원을 물들인 꽃 정원도 지나칠 수 없다. 알펜시아리조트의 알펜시아 서머 가든 2만3100㎡의 꽃 정원이다. 지금 가면 이제 막 보랏빛으로 물든 ‘버베나 군락’이 기다린다. 여름이면 용평리조트 ‘마운틴 코스터’와 함께 알펜시아리조트 ‘알파인 코스터’를 타려는 이들도 줄을 선다. 모두 슬로프 정상에서 레일을 따라 내려오며 스릴을 만끽하는 체험 시설. 탑승자가 좌우 레버를 잡고 제동장치를 이용해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최고 속도 40㎞라지만 경사 구간에서 체감 속도는 100㎞쯤 되는 것처럼 아찔하다. 알파인 코스터 이용료는 성인 1인 기준 2만2000원.

6~7월 초중순엔 하얀 샤스타데이지가 활짝 펴 '천상의 화원'으로 변신하는 '청옥산 육백마지기'. 고랭지 채소 재배 단지였던 이곳은 평창군이 야생화 생태 단지를 조성한 뒤 코로나 언택트 여행지로 유명해졌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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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옥산 육백마지기? 산너미목장엔 ‘육십마지기’

양떼목장과 스키 리조트가 몰려 있는 대관령면과 진부·봉평면이 있는 평창의 북부 지역보다 덜 알려진 방림·미탄면 등 평창 남부 지역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요즘 반전 분위기를 맞고 있다. ‘언택트(untact·비대면) 여행지’를 찾는 사람들에 의해 최근 전국구 명소로 알려진 곳이 미탄면 청옥산 육백마지기다. 600말의 씨앗을 뿌릴 수 있을 만큼 넓다 해서 ‘육백마지기’라 불리는 이곳은 청옥산 정상 부근 해발 1200여m에 있는 고랭지 채소 재배 단지였다가 2018년 평창군이 9000여㎡ 규모의 야생화 생태 단지를 조성하며 ‘천상의 화원’으로 거듭났다. 한낮에도 태양 볕은 뜨겁지만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 땀을 식혀준다. 유명세를 타기 전 강릉의 고원지대인 안반데기, 횡성의 태기산 등과 함께 별자리 관측과 오지(奧地) 캠핑을 즐기는 이들이 조용히 찾던 곳이었다. 이제는 주말이면 ‘드라이브 스루' 관광 명소가 돼 차량 행렬이 이어진다.

'청옥산 육백마지기 축소판'이라 불리는 '산너미목장'의 '육십마지기'. 샤스타데이지 군락 부근엔 '양달 소나무'가 있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올여름엔 미탄면 ‘산너미목장'의 청옥산 육십마지기가 조용히 알려지는 중. 육백마지기 축소판으로, 규모가 육십마지기 정도 된다 해서 붙은 별칭이다. 하지만 정작 육십마지기는 샤스타데이지 군락보다 ‘양달 소나무’라 불리는 ‘나 홀로 소나무’가 더 인기다. 양달에서 자라는 홀로 소나무라는 담백한 이름의 소나무는 육십마지기 부근에 한 폭의 동양화처럼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나무는 ‘산너미산장’ 뒤쪽 산책로를 따라 20~30분 산길 트레킹해야 만날 수 있다. 걸어 올라온 수고를 보상하듯 양달 소나무 아래 벤치에 앉으면 미탄면과 청옥산 능선이 파도처럼 겹겹이 펼쳐진다. 가만히 ‘산평선’(산의 능선을 수평선에 빗댄 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속세에 지친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다.


2대째 목장을 운영하는 임성남(34)·임성환(31)씨는 “작년 4월에 육백마지기를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목장의 한쪽을 무료 개방했다가 이곳 역시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이용객을 제한하기 위해 유료화하게 됐다”고 했다. 캠핑은 1사이트 2인 기준 평일 4만5000원, 주말 6만원이며 이곳 특산품인 흑염소 진액과 즉석밥 등으로 구성한 웰컴 키트를 제공한다. 당일 입장료는 1인 6000원. 임성남씨는 “산너미목장은 흑염소 농장으로 전문 관광 농원이 아니기 때문에 모르고 방문하면 불편하거나 실망할 수 있다”며 “동네 마을 길로 진입해야 해 주의 운전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산너미산장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며 평일에는 목장 상황에 따라 운영 시간이 변동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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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미탄면의 '어름치마을'에선 관광 두레 '와우 미탄'과 함께 하는 '백룡동굴'(사진) 탐방이 인기다. 백룡동굴은 연중 15℃ 기온을 유지해 한여름에도 서늘하다. / 평창군

산너미목장이 있는 미탄면은 평창의 남부 지역으로 지리상 정선, 영월과 더 가깝다. 미탄면에 이색 공간이나 즐길 거리를 찾는다면 산너미목장이 속해있는 강소농 청년 농부들이 만든 관광 두레 ‘WOW: 미탄(와우 미탄)’을 눈여겨볼 만하다. 청옥산농원은 연둣빛 은행나무 숲이 장관이다. 숲 입구엔 ‘옐로트리 카페’가 있다. 음료를 사 들고 2000여 그루의 은행나무 숲 그늘에 앉아 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 숲 곳곳엔 해먹, 캠핑 의자 등이 있어 편히 쉬다 갈 수 있다. 어름치마을은 천연기념물 제260호인 ‘백룡동굴’과 ‘동강’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생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영석 와우미탄 단장은 “연중 15℃를 유지하는 백룡동굴 탐사는 배 타고 동강을 건너가 동굴을 탐험하는 코스라 미탄면의 이색 체험으로 인기”라고 소개했다. 교육부터 관람까지 2시간 50분 소요된다.

전나무 숲길 쉼터로 유명해진 평창 진부면 '밀브릿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빽빽한 전나무 군락 산책로가 이어진다. 산책로 사이엔 다양한 벤치가 있어 삼림욕하기 좋다. / 박근희 기자

전나무 숲길 걷고, 라벤더에 취하고

숲의 피톤치드가 최대치를 보이는 이맘때 평창에 간다면 전나무 숲 산책을 포기할 수 없다. 삼림욕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찬 휴가가 된다. 진부면 오대산 월정사와 함께 한적한 전나무 숲 쉼터를 찾는다면 오대산 내 밀 브릿지로 간다. ‘방아다리 약수터’로 더 유명한 곳이다. 주차 후 입장하자마자 전나무 산책로와 만난다. 앉거나 눕거나 기대 쉴 만한 벤치에서 피톤치드 흠뻑 마시며 아로마세러피를 즐길 수 있다. 매표소에서 산책로를 따라 500m쯤 올라가면 체류형 숲 체험을 할 수 있는 생활관이 나온다. 전나무 사이사이에 박공지붕의 새집처럼 자리 잡은 생활관 건물 등은 건축가 승효상 작품이다. 생활관 창문 너머 전나무 기둥이 보이는 숲에서의 하룻밤은 전나무 숲에 스며드는 하루가 되기에 충분하다. 방아다리 약수터는 아쉽게도 코로나로 잠정 폐쇄한 상태니 알고 가는 게 좋겠다.

해발 700m 고지대에 있는 '평창 라벤다 팜'은 지리적 특성 상 다른 곳들보다 꽃이 늦게 핀다. 올해는 7월 말쯤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밀 브릿지에서 차로 15분 거리, 월정사와 밀 브릿지 사이에 있는 평창 라벤다 팜에는 이제 막 라벤더가 피기 시작했다. 이곳 관계자는 “날씨에 따라 개화 상태가 달라지겠지만, 해발 700m 고지대 특성 상 개화가 늦어 7월 말쯤에도 만개한 라벤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3만3000여㎡(약 1만평) 규모의 유기농 허브 농장에선 농약은 물론 비료도 사용하지 않은 라벤더, 카모마일, 민트, 로즈메리, 바질 등 150여 종의 허브들이 자란다. 바람이 불 때마다 알싸한 향들이 코를 훑고 지나간다. 바이러스에 무장돼 있던 코가 뻥 뚫리는 기분이다. 7월 중순 새로 꾸민 농장 내 카페에선 유기농 블루베리 스무디와 유기농 허브차 등을 맛볼 수 있다. 코로나로 올해까지는 입장료 없이 무료 개방한다는 소식!

[ “평상서 막국수 한그릇, 월정사 계곡가에선 오미자 에이드 한잔” ]

야외석이 있는 평창 맛집

시골집 평상에서 맛보는 막국수는 유난히 시원하게 느껴진다. 대관령면 '유천막국수'는 씨간장으로 맛을 낸 물막국수로 유명하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40년 전통의 '유천막국수' 외관.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코로나 때문에 더워도 바깥이 안심인 요즘, 야외석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열리는 ‘알펜시아 리조트’ 부근 대관령면 유천막국수(033-332-6423)는 40년 전통을 내세우는 막국수집. 유천리에 있어서 유천막국수다. 연식이 느껴지는 시골집 평상에서 메밀막국수(물 7000·비빔 8000원)와 수육(2만원), 전병(7000원) 등을 맛볼 수 있다. 주인 할머니 때부터 3대째 내려온다는 씨간장으로 육수 맛을 내고 주방에서 직접 뽑은 메밀면을 넣어준다. 짭조름하면서 독특한 맛의 육수를 처음 맛보는 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다가도 이내 한 그릇 뚝딱이다.


평창군 진부면 월정사 경내에 있는 오래된 찻집 난다나(033-339-6647)는 월정사 산책 후 계곡 가까이 난 테라스 좌석에 앉아 물소리 들으며 시원한 오미자 에이드 한잔 하며 쉬었다 가기 좋다. 비건 베이커리로 버터를 넣지 않고 유기농 우리 밀로 당일 만든 심심하고 담백한 맛의 건강 빵을 맛볼 수 있다. 스콘과 통밀 소보루, 단호박팥빵 등이 골고루 인기다. 대추차, 쌍화차, 매실차, 미숫가루 등도 있다.


봉평면 이효석 문학관과 가까운 메밀 요리 전문점 풀내음(033-335-0034)은 실내석과 야외 테라스석 비율이 비슷하다. 야외 ‘오두막석’에 한해 반려견 동반 식사도 가능하다. 메밀막국수를 비롯해 메밀부침개, 메밀전병, 메밀묵, 감자떡과 함께 대표 메뉴를 한 번에 골고루 먹어볼 수 있는 메밀모둠(1만8000원)이 베스트셀러다. 커다란 접시에 묵, 전, 부침개를 열 맞춰 정갈하게 담아낸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오후 2~3시 브레이크 타임)하나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하기도 한다.


[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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