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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도 뜨끈하게 지진다… 가족끼리, 나 홀로 언택트 세신여행

[아무튼, 주말] 2030도 반해버린 새봄맞이 욕탕 여행



누구나 다 때가 있다. 안 밀고 버틴 지 어언 1년. 추운 겨울 뜨끈한 온천 찾아 피로가 확 풀리도록 지지던 즐거움도, 새해맞이 필수 행사였던 세신(洗身·때밀기)도 코로나 시국에 기약 없이 미뤄왔다.


이제는 밀 때가 되었다. 곧 모든 것을 ‘리셋’하는 새봄, 새 학기가 시작될 테니. 묵은 때를 벗겨내고 싶지만 선뜻 대중탕으로 향하는 게 망설여지는 요즘 ‘언택트(비대면) 세신 여행’에 도전했다. 타인과 마주치지 않고 비교적 안전하게 세신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갔다. 때 수건 하나 챙겨 들고 몸은 물론 마음의 묵은 때까지 씻어내는 개운한 여행!


◇코로나, 가족탕을 소환하다


‘가족탕 가서 1년치 때 다 벗기고 왔어요’ ‘유아 동반 비대면 가족탕 체험 후기’ 등 요즘 인터넷 주부·여행 커뮤니티엔 가족탕과 관련된 후기와 정보가 급증했다. 가족탕이란 해시 태그를 단 게시물만 2만6000개. 코로나가 현재진행형인 올겨울 대폭 늘었다.


가족탕은 가족끼리 온천욕과 세신을 즐길 수 있는 일종의 ‘프라이빗 목욕탕’. 형태는 대중목욕탕의 축소판이다. 몸을 담글 수 있는 탕이 기본, 개중엔 때를 밀 수 있는 ‘세신대’를 갖췄고, 수건과 일회용 샴푸·린스·치약·칫솔 등 목욕 용품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오래전부터 온천 단지에 존재했던 객실용 개별탕이지만 ‘코로나 비대면 목욕탕’으로 재발견됐다.


전국 각지 온천수가 나오는 객실은 주말엔 이미 만실. 숙박뿐 아니라 오전·오후로 나눠 3~4시간 대실(貸室) 개념으로 운영하는 가족탕 역시 예약이 쉽지 않다. 평일도 여유롭지는 않다.


가족탕의 부상으로 전국 주요 온천 여행지 풍경도 달라졌다. 대욕장을 이용하던 단체 관광객들 대신 20~30대 젊은 층과 가족 단위 이용객이 크게 늘었다. 수안보온천단지의 강심조 수안보온천관광협의회 사무국장은 “코로나 이전엔 중장년, 노년층이 주 이용객이었다면 지금은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물놀이 개념으로 가족탕을 찾거나 모녀, 부자, 20~30대 동성 친구끼리 가족탕을 이용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가족탕이 인기를 끌자 욕조가 설치된 근교 ‘온천텔(온천욕할 수 있는 모텔)’ ‘스파텔’까지 덩달아 특수를 누리는 중. ‘월드온천텔’ ‘다뉴브온천텔’ ‘미드멜리’ 등 온천텔이 모여 있는 경기도 화성 월문온천 주변도 세신 가방을 든 가족들의 방문이 이어진다. ‘월드온천텔’ 주인 강수정씨는 “코로나 이후 손님의 90% 이상은 세신을 하러 오는 가족 이용객들”이라고 했다.


◇‘온천장’으로 몰려가는 2030


접근성 좋고 온천수가 나오는 가족탕의 선호도가 높다. 경기도 이천 설봉온천­(031-631-0554)은 서울에서 1시간 거리. 이천 시민뿐 아니라 수도권 단골들도 많다. 물 좋은 온천탕으로 사랑받던 ‘이천설봉온천랜드’ 자리에 2017년 새로 문 열었다. 깔끔한 건물 4층에 개별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객실이 5개 있다. 2인실에는 2인용 소파가, 4인실에는 침대가 있다. “노약자를 동반하더라도 편히 쉬며 온천욕 할 수 있다”는 게 직원 설명. 객실 화장대엔 수건, 일회용 목욕용품, 드라이어, 선풍기 등을 갖춰 놨다. 2인실 욕실 안엔 서넛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네모난 탕이 있다. 온천수를 가득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20분. 가족탕은 매일 오전 10시·오후 4시 각각 최대 4시간씩 2부제로 운영한다. 가격은 2인실 5만원, 4인실 8만원이며 기준 인원에 추가 시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2인실은 최대 4인, 4인실은 최대 8인까지 동시 이용 가능. 간단한 간식이나 목욕용품은 여탕, 남탕 계산대를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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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속초 척산온천지구도 가볼 만한 곳으로 꼽힌다.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2시간 거리. 섭씨 50도 안팎의 알칼리성 온천수는 푸른빛을 띠고, 피부에 닿으면 약간 미끌거린다. 척산온천지구 내 원탕자리에 1971년 문 연 척산온천휴양촌(033-636-4000)은 설악산과 울산바위 전망의 ‘가족온천실’이 다시 인기다. 김범준(35) 팀장은 “코로나 사태 후 평일 20~30팀, 주말 50~60팀 정도가 가족탕을 이용한다”고 했다. 일부 욕실 창문은 반쯤 열고 닫을 수 있어 찬바람 맞으며 두한족열(頭寒足熱)의 노천탕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숙박이 가능한 44개의 객실 모두 온천수가 공급된다. 가족온천실은 숙박, 대실 모두 가능하다. 숙박할 경우 더블 침실 2인 9만원부터 트윈 가족실 4인 18만원까지. 대실은 3시간 이용 기준 2인 4만원부터 4인 6만원. 당일 선착순 유선 예약만 가능하다.


충북 충주시 수안보온천단지 내 ‘수호텔’ ‘르네상스호텔’ ‘리몬스온천호텔’ ‘패밀리스파텔’ ‘대림호텔’ ‘수안보스파호텔’ 등은 증·개축하며 가족탕을 추가하거나 확장한 곳. 그중 리몬스온천호텔에는 ‘노천탕형 가족탕’이 있다. 르네상스호텔은 탕이 널찍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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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스파 숙소


세신보다 휴식에 무게를 둔 ‘스파 숙소’들도 인기다. 전망이 좋거나 호텔급 시설을 갖춘 숙소들은 그야말로 예약 전쟁. 경남 남해군 남해 전망의 노천탕 펜션인 적정온도(010-4725-5078)는 현재 2개월치 예약이 마감된 상태다. 주인 황동현(39)씨는 “이달 마지막 날인 28일에 5월 예약을 받는다”며 “현재 코로나 대응 상황에 따라 객실 제한을 하고 있는데 3·4월은 객실 제한이 풀려야 추가 예약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소박하게 꾸민 네 객실 모두 ‘오션뷰’ 노천탕을 갖췄다. 조식 등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해 신혼 부부나 젊은 층이 찾는다. 부산 가덕도의 갤러리가덕(010-2900-9788)도 3월까지 예약이 거의 찼다. “코로나 사태로 여행객이 줄어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도 있다”는 주인 변미숙(52)씨는 “오히려 ‘비대면 노천탕 펜션’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가을부터 반전이 됐다”고 했다. 총 4개의 노천탕은 거가대교가 보이는 전망을 자랑한다. 남편 김정호(57)씨와 함께 화가 부부가 꾸민 펜션이라 예술품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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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 공현진해변과 가까이 있는 '라헨느풀빌라J'. 월풀 욕조를 갖춘 전망 좋은 숙소도 세신 여행지로 인기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바다 전망의 개별 월풀 욕조를 갖춘 숙소에선 일출·일몰을 감상하며 스파를 즐기는 호사가 기다린다. 강원도 고성 공현진 해변에 나란히 있는 라헨느풀빌라(010-8644-3442)는 객실 모두 바다를 마주한 월풀 욕조를 갖췄다. 뜨끈뜨끈한 물에 몸 담그고 고성 바다를 바라보며 ‘멍 때리기’ 좋다. ‘풀빌라 룸’은 온 가족이 함께 물놀이를 할 수 있어 튜브 등 물놀이용품을 챙겨 방문하는 가족들이 많다. 스파 객실은 1박 17만원부터.


경기도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내 요나루키(031-959-1122)는 서울 도심 가까이에서 개별 노천탕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건물의 주 용도는 ‘마음 치유센터’다. 서울 한남동 ‘마음 치유 명리학 스튜디오’인 ‘템플엑스’를 운영하는 이곳 김민성재(52) 이사는 “명리학 등을 기반으로 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의 하나로 휴식 차원에서 ‘스튜디오(숙소)’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스튜디오 내 묵직한 나무문을 열면 노천탕이 나온다. 요금은 차와 아로마세러피, 스튜디오 이용 금액을 포함해 평일 35만원부터 주말 49만원대까지. 상담 등 프로그램은 이용 금액에 선택 사항으로 포함돼 있다.



은은한 편백 향을 풍기는 히노키 욕조를 찾는다면 ‘에어비앤비’ 숙소인 서울 종로구 체부동 아룸서울(070-8065-3783)을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 서촌 골목길 안쪽 우수한옥 스테이로 선정된 이곳 별채에서 ‘나만을 위한 스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1인용 편백나무 욕조에 몸을 푹 담그고 욕실 한쪽의 문을 살짝 열면 노천탕으로 변신한다. 장인들이 한옥의 원형을 최대한 살려 만든 집도 멋스럽지만 한지공예를 배운 주인 최수희(46)씨가 직접 만든 공예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씨가 직접 한지공예 클래스도 진행한다. 1박에 28만원 선, 비투숙객 대상 한지공예 클래스는 티타임 포함 1인 기준 6만원, 투숙객은 3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스파 숙소는 객실마다 개별 온수가 나오는 곳, 시간에 따라 온수가 공급되는 곳, 1회만 스파를 이용할 수 있는 곳 등 급수 운영 방식이나 이용법에 차이가 있으니 반드시 문의하고 가는 게 좋다.


[ “이천에선 쌀밥만? 칼만두도 잡숴봐요!” ··· 인기 가족탕 주변 맛집 ]


온천욕 실컷 하고 나면 허기가 밀려오기 마련. 세신 여행의 마침표는 역시 맛집에서 찍어야 한다. 경기도 이천 ‘설봉온천’ 가까이에 있는 온정손만두 본점(031-638-2282)은 겨울이면 뜨끈한 국물의 칼만두(8000원)가 진리다. 옹기종기 모여 집에서 빚은 듯한 만두 모양만큼 맛도 담백하다. 만두 자체도 맛있지만 부드러운 면발과 꽤 잘 어울린다. 투박하게 썰어 곁들여낸 동치미 무를 얹어 먹으면 쌀밥 한상 부럽지 않다. 주문할 때 “반반”이라고 하면 김치만두와 고기만두를 반씩 섞어준다.



강원도 속초 ‘척산온천단지’는 학사평과 미시령에 이르는 길목에 있어 학사평 두부마을 맛집이나 겨울 별미인 곰치국 식당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로변을 따라 식당들이 이어진다. 새로운 곳을 찾는다면 ‘척산온천휴양촌’ 부근 복합 문화 공간 ‘설악산책(구 설악문화센터)’ 1층 화반(033-638-4001)으로 갈 것. 통유리창 너머 울산바위를 감상하며 깔끔한 국물의 버섯전골(중 3만5000원, 대 4만5000원)을 맛볼 수 있다. 소고기와 다양한 채소를 곁들여낸 버섯전골엔 큼지막한 두부가 들어간다. 곤드레밥상(1만4000원), 돌솥비빔밥상(1만4000원) 등도 찬과 함께 정갈하게 나온다. 같은 건물에 ‘설악산 뷰 맛집’인 ‘카페 소리’, 도서관급 서점 겸 북카페가 있다. 반나절 코스로 즐길 수 있다. 화반은 월요일 휴무.


한옥 스파 숙소 ‘아룸서울’은 서촌에 있어 골목 맛집 탐방하는 재미가 크다. 아룸서울 주인이 투숙객에게 추천하는 맛집은 해산물이 좋은 서촌계단집(02-737-8412)과 양식 전문의 루프톱 카페 룰스, 피맥 전문 빚짜 이땔리방앗간 경복궁역본점(02-722-1832)이다. “모두 서촌 분위기를 즐기며 간단히 요리와 낮술 한잔 즐기기 좋은 곳들”이다.


[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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