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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불러냈다… 수영복, 이젠 길거리 패션

수영장·바닷가 폐쇄 잇따르자 길거리·공원으로

트레이닝복 이어 ‘수영복 재발견’

영 가디언 “한마디로 수륙양용 패션”

조선일보

버버리 원피스형 수영복을 상의로 입은 가수 티파니 영. 여름휴가 때 잠깐 입던 수영복이 이제 일상복처럼 다용도로 변신하고 있다. /티파니 영 인스타그램(@tiffanyyoungofficial)

장소와 격식에 맞춰 입는 게 옷이라지만, 요즘 옷입기에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일반화되고, 일터와 집터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일하는 복장에 대한 고정관념도 희석됐다. 한마디로 ‘그 옷’에 ‘그 용도’만 있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는 것. 편한 의상이 유행하면서 파자마 스타일이 외출용 겉옷이 되고, 운동할 때 입는 트레이닝복이 업무용 ‘전투복’이 됐다. 이번에 바통을 이어받은 건 수영복. 실내 수영장 등이 폐쇄되면서 장롱 구석에서 잠자고 있던 수영복이 길거리로 나와 빛 보게 된 것이다. 최근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 영이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보인 패션이 대표적. 그녀는 버버리 로고가 새겨진 원피스 수영복을 통바지 안에 입고 수영장이 아닌 잔디가 푸릇푸릇하게 자란 공원을 찾았다. 수영복을 일상복으로 활용한 패션 감각에 대한 팬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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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복을 청바지 안에 입어 뒷모습을 강조한 미스코리아 출신 패션 인플루언서 이효림. /이효림(@he.le.n._) 인스타그램 제공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선 티파니처럼 원피스 수영복이나 컷아웃(cut-out·도려낸 듯한 스타일)이 가미된 디자인, 한쪽 어깨끈만 있는 원숄더 수영복 등을 바지나 치마에 맞춰 입은 이들을 볼 수 있다. 또 몸만들기를 통해 ‘보디프로필’ 찍는 게 인기를 끌면서 과감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사진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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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무늬 수영복에 긴치마를 입어 세련되게 표현한 이진아씨. /이진아(@muse_j) 인스타그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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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도 런웨이가 될수 있다. 수영복으로 해변 느낌을 낸 인플루언서 이진아씨. /이진아씨 제공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얼마 전 “인스타그램은 수영복의 레드카펫”이라면서 “수영복은 방수가 잘되는 기능성 원단을 기본으로 다양한 직물을 사용해, 일상복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웨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썼다. 대부분 자외선 차단 기능을 곁들여 여름에 더욱 제격이다. 가슴 패드가 있어 브래지어를 따로 할 필요가 없는 의상도 있다. 래시가드나 레깅스형 수영복도 마찬가지. 일상복인지 운동복인지 수영복인지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이젠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다. 영국 가디언은 이러한 트렌드를 한마디로 ‘수륙양용 옷입기’(amphibious dressing)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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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스카프를 수영복처럼 연출한 인플루언서 고영하 대표 /고영하(laudrey_young) 인스타그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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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사업가 고영하 대표가 한쪽 어깨만 노출한 원숄더 수영복 느낌에 치마를 입은 모습. /고영하 제공

수영복의 일상복화는 해외 패션쇼 무대에선 수십 년 전부터 자주 시도되던 스타일이다. 영화 ‘수어사이드스쿼드’(2016)에서 ‘할리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마고 로비는 1970년대 팝그룹 블론디의 데버라 해리의 스타일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짧은 티셔츠나 재킷에 비키니 하의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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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말~1980년대 초 인기끈 팝그룹 블론디의 멤버 데보라 해리(왼쪽)과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속 할리 퀸(마고 로비). / 왼쪽은 블론디의 멤버 크리스 스타인이 찍은 사진(NEGATIVE: ME, BLONDIE, AND THE ADVENT OF PUNK), 오른쪽은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원피스 수영복의 경우, 패션계에선 이미 보디 슈트(body suit)라는 유사한 형태의 의상이 존재한다. 상의와 팬티형 짧은 바지가 연결된 의상으로, 미국 패션디자이너 도나 카란이 1986년 컬렉션 ‘커리어 우먼 스타일’로 선보여 많은 인기를 끌었다. 지난 2018년엔 가수 선미와 화사가 구찌 원피스 수영복을 청바지 안에 입고 무대에 등장해 화제가 했다. 당시 구찌 수영복은 수영장 대신 ‘일상에서 입는 옷’으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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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와 패션브랜드 앰부시가 협업한 톱(top)을 치마와 매치한 김희원 대표 / 김희원(@beauhemm) 인스타그램 제공

자신의 개성을 한껏 드러내는 것도 좋지만 과도한 노출은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물론 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MZ세대는 자기 취향과 실용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기 때문에 실용성을 갖춘 의상으로 판단하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을 표현해낸다”면서도 “개인 취향이 집단적 트렌드로 발현되다 보면 과거 롱패딩 현상처럼 몰개성을 부를 수 있어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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