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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나와 피자집 차렸더니, 세계가 반하고 있다

1인 피자 프랜차이즈 ‘고피자’의 세계 진출기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청년들이 창업에 뛰어 들며 한국 경제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서울시의 ‘2020년 서울지역 프랜차이즈 운영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에 등록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5년 차 생존율은 51.5%에 그친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창업하면 5년 안에 절반은 사라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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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마헤시 레디(Mahesh Reddy) 인도 지사장, 임재원 고피자 대표, 켈빈 시아(Kelvin Sia) 싱가포르 지사장. /더비비드

‘1인용 화덕 피자’ 브랜드 고피자(GOPIZZA)는 창업 5년 만에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피자는 비싸고 혼자 못 먹는 음식’이란 통념을 깨며 매출이 2018년 14억원에서 올해 23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투자 유치 금액도 180억원에 이른다.


고피자는 현재 5개국에 120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임재원(32) 고피자 대표와 마헤시 레디(Mahesh Reddy) 인도 지사장, 켈빈 시아(Kelvin Sia) 싱가포르 지사장 3인을 만나 한국 외식 기업의 해외 진출기를 들었다.

◇비싼 피자 가격에 뿔나 ‘피자계의 맥도날드’ 꿈꾼 카이스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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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원 고피자 대표. /더비비드

임 대표는 싱가포르경영대(SMU) 경영학과 졸업 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다. 컨설팅 회사나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에 입사하는 게 목표였다. “광고 회사, 자동차 회사, 외국계 회사, 스타트업 등에서 인턴만 7번 정도 했어요. 많은 회사를 거치다 보니 특정 조직에 소속되는 것 대신 나를 초월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창업 욕구가 내재돼 있었죠.”


2015년 피자가 먹고 싶어서 메뉴판을 열어봤다가 좌절한 경험이 창업 방아쇠를 당겼다. “자타가 공인하는 맥도날드 팬입니다. 싸고, 빠르잖아요. 그런데 피자는 한 번 먹는데 2~3만원은 들어요. 사회 초년생 입장에서 너무 비싸죠. 돈이 있어도 너무 커서 혼자 먹기엔 부담스럽고요. ‘피자도 햄버거처럼 빠르고 저렴하게 즐길 수 없을까’ 이 질문이 창업의 출발점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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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경영대,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을 거친 임 대표는 피자 가격에 의문을 제기하고 한 피자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본인 제공

미국에서는 이미 작고 저렴한 피자가 보편화돼 있었다. 한국에 도입하고 싶었지만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현장에서 문제를 찾기 위해 피자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피자 가격이 비싼 가장 큰 이유는 ‘운영 방식’이었어요. 도우를 펼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컨베이어 벨트 오븐에서 피자 한 판 굽는 데 8분이 걸리더라고요. 최대한 크게 만들어야 본전 뽑을 수 있는 구조죠. 큰 주방과 많은 인력 때문에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도 컸어요. 이 모든 것을 작고 빠르게 바꿔야 피자도 햄버거처럼 제공할 수 있겠더라고요.”

◇도우와 협동 로봇 개발해 공정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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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럭, 백화점 팝업 스토어 진행 당시의 모습. /고피자

피자 모양으로 성형해서 초벌한 빵 ‘파베이크 도우’를 개발했다. 도우를 빚을 필요 없이 바로 토핑을 얹어 굽기만 하면 된다. 이 파베이크 도우로 푸드트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2016년 여의도 밤도깨비 시장에서 1인용 피자를 팔기 시작했어요. 반응이 좋아서 그 다음 해에도 밤도깨비 야시장에 참가했고, 전국의 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도 진행했어요. 2017년엔 고피자 법인도 설립했죠.”


하지만 푸드트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었다. “피자 화덕을 다루는 게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어요. 체력 소모도 크고 부상당하기도 쉬웠죠. 다루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결과물의 차이가 크고요. 균일하게 피자를 구울 수 있는 화덕이 필요하더라고요. 9개월을 투자해 1인 피자 6개를 3분 안에 구울 수 있는 화덕 ‘고븐’(GOVEN)을 개발했습니다. 피자를 자동으로 돌려서 골고루 익혀주는 화덕입니다. 사람이 피자 위치를 조정할 필요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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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개발한 피자 화덕 고븐. /고피자

2018년 3월, 고븐을 최초 적용한 고피자 대치 1호점을 열었다. 소비자들은 신기술을 접목한 피자의 등장에 열광했다. “매장을 낸 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습니다. 2018년에 14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100억원으로 훌쩍 뛰었어요. 매장도 50~60곳으로 급증했죠. 회사 덩치가 커지면서 발생한 애로사항은 모두 기술로 해결했어요. 피자를 자르고 알맞은 소스를 뿌려주고, 식지 않게 관리까지 해주는 협동 로봇 ‘고봇플러스’와 토핑을 관리해주는 ‘AI 스마트 토핑’을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매출 0원 위기였던 인도

국내 사업을 안정궤도에 올린 후 해외로 눈을 돌렸다. 가장 먼저 주목한 나라가 인도와 싱가포르다. 인도는 공략 난이도는 높지만 인구가 13억명에 달하고 최저임금은 낮아서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 무엇보다 인도 소비자들은 주식인 ‘난’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피자를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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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헤시 레디(Mahesh Reddy) 인도 지사장. /더비비드

인도 지사장 마헤시는 현지 피자 프랜차이즈를 거쳐 인도 국민 카페 브랜드에서 전략 및 운영 책임자를 역임한 외식분야 전문가다. 그가 몸담았던 카페 브랜드는 인도 전역 브랜치가 2200개에 달한다.


우연히 알게 된 고피자의 성장 가능성에 매료돼 2020년 6월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합류했다. “인도는 혼자서 식사하는 게 익숙한 나라입니다. 1인 피자와 유사한 제품들이 이미 시장에 스며들어 있죠. 1인 피자를 상품화하고, 이에 맞춰 공정 과정도 바꾼 고피자가 눈에 띄었어요. 피자를 즐겨 먹는 인도의 2030세대에게 호응이 좋을 것 같았죠. 인도는 인구 60% 이상이 35세 미만일 정도로 젊은 나라거든요.”


곧바로 인도 지사를 차려 사무실도 없이 매장 하나에 사무 공간을 꾸려서 일을 시작했다. 포부는 누구보다 컸지만 팬데믹 상황과 낯선 것에 의심 많은 인도 소비자의 특성 때문에 보릿고개를 거쳐야 했다. “일 확진자가 40만명을 넘어설 만큼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했어요. 합류하고 1년 동안은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죠. 월 매출 0원을 기록한 적도 있어요. 비즈니스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올 것에 대비해 일을 멈추지 않았어요. 어떻게든 보고할 거리를 만들어서 주 1회 임 대표와 비대면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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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고피자 매장 전경. /고피자

높은 소비자의 문턱을 넘기 위해 ‘현지화’에 집중했다. “인구 대부분이 채식주의자란 것에 착안해 메뉴 80% 이상을 베지테리언 메뉴로 구성했어요. 오레가노, 크러쉬드 페퍼 같은 향신료도 아끼지 않았죠. 인도인들의 입맛에 친숙한 파니르(인도식 치즈), 마크니(카레의 한 종류), 탄두리 맛을 추가했고요. 또한 브랜드의 대외적 이미지를 중시하는 소비자 특성에 맞춰 유명 쇼핑몰, 공항 등에 매장을 냈습니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뱅갈루루 공항에 매장을 냈죠.”


절실함은 통했다. 낯선 형태의 피자를 냉대했던 소비자들이 서서히 ‘고피자 스타일’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매장도 6곳으로 확대했다. “근 4~5개월 전부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월 매출 1000만원 이상을 내는 매장도 생겼죠. 한국 물가로 환산하면 6000만~7000만원에 달합니다. 바로 근처에 글로벌 피자 체인을 둔 지점에서는 그 체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매출이 나와요. 까다로운 인도 소비자들을 납득시켜서 무척 뿌듯합니다.”

◇싱가포르에서만 매장 10개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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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빈 시아(Kelvin Sia) 싱가포르 지사장. /더비비드

싱가포르는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전략적으로 선택된 국가다. 싱가포르 지사 켈빈은 식음료 분야 20년 경력자다. 고피자 합류 전에는 유명 호텔 ‘샹그릴라 인터내셔널’에서 말레이시아·싱가포르 지역의 운영책임자로 일했다.


그는 현지 소비자들이 기존의 피자 체인에 염증을 느낀 데서 고피자의 가능성을 엿봤다. “싱가포르는 신규 브랜드의 각축장입니다. 나라 크기가 작고 소비자들이 유행에 민감해 훌륭한 테스트 베드 역할을 수행하죠. 반응을 빨리 알 수 있으니까요. 고피자라면 싱가포르의 피자 시장에 빠르게 정착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었던 건 아니에요. 낯선 외국 브랜드인 탓에 쇼핑몰 입점 제안을 번번히 거절당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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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 있는 고피자 매장. /고피자

인지도를 올리는 일이 시급했다.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싱가포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전략을 짰다. “기존 피자 시장은 미국과 이태리식이 판을 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한국식’ 피자로 도전장을 내밀었어요. 한국 매장에서도 팔지 않는 떡볶이를 단일 메뉴로 넣었고, 양념 치킨이나 불고기 맛 등 한국의 맛을 담은 특화 메뉴를 편성했어요. 탄산음료 밀키스도 팔고요.”


전략은 통했다. 지난해까지 손실을 냈던 싱가포르 법인이 올들어 매달 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매장은 10곳으로 확대됐다. “오랜 역사를 가진 피자 체인도 저희를 예의주시하고 있대요. 경쟁업체로 도약한 거죠. 4개월 전부터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작했습니다. 이제 쇼핑몰이나 부동산 업자들이 먼저 입점 제안을 해와요.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싱가포르 인구 10분의 1이 몰리는 연말 행사에 참가합니다. 초청받은 외식 업체 4곳 중 유일한 해외 브랜드죠.”

◇K 피자로 유니콘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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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에서 인기 있는 피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더비비드

최근 홍콩과 일본을 비롯해 5개국에 120개 넘는 매장을 열었다. 내년까지 300곳 이상으로 확장하는 게 목표다. “올해 예상 매출은 230억원이고, 내년 7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 싱가포르, 인도 세 시장에 잘 자리 잡은 덕에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5년 후에는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에 진출해 있지 않을까요. 궁극적으로는 전세계에 매장 1만개 이상을 거느린 유니콘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임 대표는 가시밭길을 함께한 두 지사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두 분 다 저보다 10살 이상 많은 인생 선배들입니다. 고피자라는 아이템의 성공 가능성 하나만 보고 좋은 직장을 관두고, 자신보다 훨씬 어린 CEO의 손을 잡으신 분들이죠.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해 비즈니스가 쉽지 않았는데, 버텨준 끈기에 매번 감탄합니다. 제 아이템에 대한 확신과 동료들이 보여준 신뢰를 발판으로 고피자를 글로벌 피자 체인으로 키우겠습니다.”


[박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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