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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조선일보

천주교 신자인데… 사주팔자 봐도 될까

고사떡·49재·타종교 유치원 등 일상서 겪는 의문에 해답 담아 천주교주교회의 안내서 펴내

 

조선일보

'자녀를 이웃 종교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 보내도 될까요?'(○) '작명소에서 사주팔자에 따라 이름을 지어도 될까요?'(×) '길일(吉日)을 받아 이사나 혼인을 해도 되나요?'(×)


다종교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천주교 신자들 처지에선 일상생활에서 겪는 사소한 문제가 궁금하고 신경 쓰인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 일치와 종교 간 대화 위원회(위원장 김희중 대주교)가 최근 펴낸 '한국 천주교와 이웃 종교'는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 모음이다. 모두 95가지 문답 형식으로 교리와 교회법을 근거로 정리했다. 민간신앙, 무속, 불교, 유교, 도교, 이슬람교도 비교 설명한다. 항목당 200자 원고지 3장 안팎으로 핵심을 요약해 이해하기도 쉽다.


무엇보다 일반 신자들에겐 '이웃이 준 고사떡을 먹어도 되나요?' '가톨릭 신자가 49재를 해도 되나요?' '삼우(三虞) 미사는 유교 관습인가요?' 등이 유용할 듯하다. 굵은 방향은 '가톨릭 신자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경우라면 이웃의 선의(善意)를 받아들이며 삶에서 모범을 보이라'는 쪽이다. 고사떡도 미신을 받아들여선 안 되지만 이웃과 '친교'를 위해서는 먹어도 된다.


제사도 마찬가지. 흔히 '천주교는 제사를 허용한다'고 알려졌지만 모든 유교적 형식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교리상으론 '조상 신령에게 고하는 축문(祝文)' '혼령이 제물을 흠향(歆饗)하도록 문을 닫고 참석자들이 물러나는 합문(闔門)' 등은 금지된다. 책 마지막엔 개신교, 불교, 원불교, 이슬람의 예배소 구조와 지켜야 할 예절도 간략히 안내한다. 집필을 맡은 주교회의 신정훈 신부는 "종교 간 대화가 중요한 시대에 신자들이 신앙을 지키면서 어떻게 이웃 종교인들과 함께 살아갈까에 초점을 맞춰 집필진 10명이 설문을 통해 항목을 고르고 내용도 쉽게 썼다"고 말했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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